『PRAGMATA』 로봇 군단, 인류가 이길 수 있을까? 보스보다 공장이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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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한 대를 쓰러뜨렸다. 휴, 끝났다.

그런데 고개를 들면 거대한 달 기지가 보인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설비는 멀쩡하고, 기계들은 여전히 돌아다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로봇을 부수는 속도보다 새로 만드는 속도가 빠르면, 이 싸움은 대체 언제 끝나지?

『PRAGMATA』를 하다가 가장 섬뜩했던 순간은 보스전이 아니라 그 상상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한 대를 이기는 것과 전쟁을 이기는 건 다르다

사람은 밥을 먹고 쉬어야 한다. 다치면 치료도 받아야 한다. 병력을 보충하려면 훈련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기계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망가진 기체를 대신할 새 기체가 줄줄이 나온다고 상상해 보자.

인간: “이제 좀 쉬어야겠는데요.”

공장: “다음 로봇 출고 완료.”

상대 진영에는 퇴근 시간이 없다.

물론 게임 속 로봇이 실제로 무한 생산된다는 뜻은 아니다. 거대한 시설과 적들을 보며 떠올린 플레이어의 상상이지, 확인된 설정이나 엔딩 정보가 아니다. 그런데도 눈앞의 로봇을 쓰러뜨린 뒤 개운하지 않은 이유는 설명된다. 이곳에서는 한 번의 승리가 전쟁의 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휴가 버티는 데는 디아나가 필요하다

전투도 이 불안감을 키운다. 휴는 총을 쏠 수 있지만 적 로봇의 장갑은 만만치 않다. 디아나가 해킹으로 방어를 무너뜨려 약점을 드러내야 화력이 제대로 들어간다.

로봇: “장갑 튼튼함.”

휴: “일단 쏜다.”

로봇: “여전히 튼튼함.”

디아나: “제가 열어 드릴게요.”

휴: “살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는 전투는 재미있다. 하지만 세계관 안에서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다. 휴가 강한 이유는 혼자 총을 잘 쏴서가 아니라, 적의 방어 체계를 뚫는 특별한 파트너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인간 병사 옆에 디아나가 한 명씩 붙어 있는 건 아니다. 휴의 전투 경험을 평범한 인류 전체의 전력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유다.

구경하기 좋은 달 기지라서 더 찜찜하다

더 묘한 건 이 세계가 정말 근사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차가운 조명, 금속 질감, 넓은 복도와 산업 시설. 전투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면 거대한 달 미술관에 온 기분이다.

그런데 이 미술관에는 관람객이 없다. 사람이 쓰던 공간처럼 보이는데 일상적인 인간의 흔적은 희미하다. 정작 기계는 아주 잘 움직인다.

달 미술관에 놀러 왔더니 전시회 제목이 ‘인류 퇴장 이후’인 셈이다.

디아나는 표정과 몸짓이 자연스러워서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반면 적 로봇들은 사람과 비슷하게 생겨서 오히려 이상하다. 갑자기 기묘한 자세로 뛰어오는 기체를 보면, 무서운 것보다 먼저 “아니, 무릎을 그렇게 쓰는 게 맞아?”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 감상 중인데 잠시만요.

“인류가 진다”는 결말 설명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패배는 확정된 스토리가 아니다. 만약 기계가 계속 보충되고 사람은 지쳐 간다면, 싸움의 조건이 너무 불리하다는 감상이다.

실제 생산 속도도, 자원의 한계도, 지구의 상황도 풍경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오히려 상상할 틈이 생긴다.

휴와 디아나는 눈앞의 적을 돌파한다. 그 뒤로 거대한 달 시설이 펼쳐진다. 창밖에는 지구가 보인다.

그때 묻고 싶어진다.

“지구야, 거기 정말 괜찮은 거 맞지?”

『PRAGMATA』에서 무서운 건 로봇 한 대의 공격력만이 아니다. 인간이 사라져도 계속 작동할 것 같은 세계 자체가 너무 그럴듯하다는 데 있다.


전투 방식 확인: PlayStation.Blog (2026년 3월 17일) https://blog.playstation.com/2026/03/17/pragmata-hands-on-report-hack-and-blast-through-a-futuristic-city/ / Capcom 작품 정보 https://www.capcom.co.jp/ir/news/html/260420.html


한 걸음 더: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 언제부터 '내가 싸우는 게임'이 아니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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