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반~중반 세계관, 지역 이름, 과거 원정대 저널 내용이 나온다. 엔딩 핵심 스포일러는 없다. 중간에 《메타포: 리판타지오》 설정 스포일러가 한 군데 있고, 따로 표시해 뒀다.
《Clair Obscur: Expedition 33》를 보다 보면 전투보다 궁금한 게 먼저 쌓인다.
"옛날 원정대는 다 초반에 전멸한 거야?" "몇십 년 전 시체가 왜 아직 그대로 있어?" "네브론한테 죽으면 뭔가 달라?" "섬이랑 바위가 그냥 떠 있는데 중력은 어디 갔어?" "대사는 엄청 많은데 왜 아직도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지?" "30시간짜리 RPG인데 6시간 정도 되는 스토리 영상만 봐도 왜 이렇게 재밌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찜찜한 느낌 자체가 이 게임의 설계다.
공식 설정에 따르면 무대는 프랙처로 세계가 부서지고 67년이 지난 뒤다. 이전 원정대는 한 팀도 돌아오지 못했지만,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길을 남겼다.[1] 실제로 게임 속 저널과 주변 환경을 보면, 다들 상륙하자마자 죽은 게 아니다. 팀마다 꽤 다른 곳까지 갔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쭉 뻗은 영웅 이야기라기보다
죽은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밟아 가면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추리하는 RPG
에 가깝다.
1. 68 원정대는 "초반 즉사"가 아니다. 꽤 멀리 가서 죽었다
플라잉 워터스에서 찾을 수 있는 68 원정대 저널이 딱 그런 예다.
기록을 남긴 엘로디는 폭풍에 휘말리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 네브론을 쓰러뜨리며 나아갔다는 것, 그리고 "다음 녀석은 지금까지보다 세 보인다"는 것까지 적어 뒀다.[2]
요약하면 이렇다.
68 원정대 "폭풍에서 살아남았다!"
68 원정대 "네브론도 때려눕혔다!"
68 원정대 "다음 적, 좀 세 보이는데?"
저널 "기록은 여기서 끝나 있다."
시청자 "아… 알겠다."
게다가 67 원정대의 기록은 시렌, 69는 비사지, 70은 모놀리스 안에 남아 있다.[3] 팀마다 도달한 거리가 제각각이다.
그래서 "33 원정대만 유독 멀리 간다"는 인상은 반만 맞다. 과거 원정대도 그냥 약한 팀이 아니었다. 정찰, 발판 설치, 지도, 그래플 포인트처럼 다음 팀이 쓸 기반까지 남겼다.
그들은 클리어하지 못했다. 그래도 실패 자체가 다음 팀의 공략 자료가 됐다.
2. 몇십 년 된 시체가 왜 남아 있을까? 이건 게임이 꽤 분명히 말해 준다
스프링 메도우에서 귀스타브와 륀은 시체를 보면서 중요한 대화를 나눈다.
귀스타브는 "여기서 죽은 사람들은 뤼미에르에서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크로마가 몸 안에 남아 있다"고 말한다. 륀이 해변에서는 사라진 사람도 있었다고 떠올리자, 귀스타브는 "그건 네브론이 아니었다"고 답한다. 그리고 둘은 "네브론이 죽이는 방식이 크로마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추측한다.[4]
여기가 핵심이다.
그냥 죽음 = 무조건 시체가 남는다
가 아니다.
네브론에게 죽었을 때, 크로마가 처리되는 방식이 달라진다
는 것이다.
wiki.gg 정리에서도 네브론에게 죽은 생물의 크로마는 흩어지지 않고 몸 안에 갇힌다고 나온다.[5]
그러니 몇십 년 전 원정대원이 썩은 뼈가 아니라 회색으로 굳은 조각상처럼 남아 있는 건 그냥 배경 장식이 아니다.
인간 "죽었습니다."
보통 루트 "크로마, 나갑니다."
네브론 "아니, 거기 그대로 있어."
시체 "영구 보존 코스 들어갑니다."
후대 원정대 "지옥의 현대미술 좀 그만해."
다만 여러 시체가 이상하게 뭉쳐서 하나의 조형물처럼 된 이유까지 전부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왜 남는지"는 설명되지만, "왜 그런 자세로, 그렇게 모여 있는지"는 연출과 추측에 맡겨진 부분이 크다.
3. "인류 vs 네브론"만이 아니다. 상륙하자마자 인간 쪽도 인간을 방해한다
이 게임의 기분 나쁜 점이자 재밌는 점이다.
33 원정대는 대륙에 상륙하자마자 대부대의 대부분을 잃는다. 게다가 스프링 메도우 대화에서 나오듯, 해변에서 사람들을 사라지게 한 존재는 네브론이 아니다.[4]
그러니까 초반부터
인간 vs 괴물
만으로는 정리가 안 된다.
원정대 "인류를 구하러 왔습니다!"
정체불명의 인간형 강적 "일단 인류 쪽부터 줄이겠습니다."
네브론 "나머지는 저희가."
원정대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야?"
이렇게 된다.
그러면서도 과거 원정대의 시체, 장비, 발판, 기록은 뒤에 온 팀이 그대로 이용한다. 지금의 33 원정대는 말 그대로 "앞사람들이 남긴 실패" 위를 걷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를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과 "죽은 사람이 다음 세대를 돕고 있다"는 느낌이 동시에 든다.
이 게임의 원정은 매년 처음부터 다시 하는 도전이 아니다.
실패가 지층처럼 쌓인다.
4. 떠 있는 섬, 공중의 바위, 물속인데 물속이 아닌 곳: 중력보다 세계의 규칙이 수상하다
대륙을 보면 바위 덩어리와 섬이 당연하다는 듯 떠 있다.
"아니, 중력 어디 갔어?"
이렇게 반응하는 게 정상이다.
공식 설정상 세계는 67년 전 프랙처로 부서졌다.[1] 또 아트 디렉터는 플라잉 워터스를 "물속 스테이지인데 물속은 아닌 곳"이라는 아이디어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6]
물고기가 헤엄친다. 거품이 올라간다. 산호 같은 풍경이 있다. 그런데 캐릭터는 그냥 걸어 다니고 숨도 쉰다.
물리학 "?"
여기서 "크로마가 반중력을 일으킨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공식적으로 나온 적이 없다.
확실한 건 여기까지다.
- 크로마는 생명, 그리고 네브론의 존재와 깊이 연결돼 있다
- 프랙처 이후 세계는 물리적으로 크게 망가져 있다
- 초현실적인 풍경을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안전한 해석은
이 세계에서는 현실 물리 법칙보다 크로마나 "그려진 세계"의 규칙이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도다.
"섬이 뜨는 이유 = 크로마 반중력 장치"라고 못 박는 건 아직 한발 앞서 나간 얘기다.
5. 대사는 많은데 설명이 부족하다? 이건 모순이 아니다
이 게임은 말이 적은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엄청 말한다. 컷신도 길다. 캐릭터끼리의 감정이나 관계도 꽤 많이 보여 준다.
그런데도 세계관에는 "그건 좀 설명해 줘!"가 남는다.
왜일까.
대사의 양과 설명의 양은 다른 문제라서다.
대사 한 줄 한 줄에는
- 인물의 감정
- 관계
- 복선
- 템포
- 농담
- 지금 해야 할 일
- 세계관 설정
이 전부 자리를 두고 다툰다.
여기서 매번
"참고로 크로마란……" "프랙처의 물리적 원리는……" "네브론이 시체를 고정하는 생화학적 과정은……"
으로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게임 "RPG입니다" ↓ 설명 "설정집입니다" ↓ 더 많은 설명 "소설입니다" ↓ 플레이어 "전투는 어디 갔어?"
만화도 똑같다. 말풍선을 늘리면 설명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을 넘으면 만화 칸 안에서 설정 자료를 읽는 것과 다를 게 없어진다.
그래서 이 게임은 "전부 설명하는" 대신 배경, 시체, 저널, 대화 조각을 깔아 둔다.
그 결과
복선으로 일부러 설명하지 않은 부분 과 그냥 설명이 부족한 부분
의 경계가 흐려진다.
장점이기도 하고, 분명한 약점이기도 하다.
6. 6시간짜리 스토리 영상만 봐도 재밌는 건, 이야기 부분이 진하기 때문이다
개발진은 출시 전 인터뷰에서 메인 스토리가 약 30시간, 부가 콘텐츠까지 하면 약 30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7] 2026년 플레이어 집계로도 메인 약 29시간, 메인+사이드 약 46시간, 100% 공략 약 69시간이 기준이다.[8]
그 30시간 안에는
- 전투
- 이동
- 탐색
- 빌드 짜기
- 장비
- 패링 연습
- 보스한테 얻어맞기
- 다시 패링 연습
이 잔뜩 들어 있다.
스토리 영상은 이걸 잘라 내니까 몇 시간 단위로 압축할 수 있다.
게다가 《Expedition 33》은 중요한 감정의 흐름을 컷신과 대화로 꽤 많이 보여 준다.
그래서
플레이 파 "30시간 걸려서 여기까지 왔다."
영상 파 "6시간 만에 왔는데."
플레이 파 "중간의 패링 지옥은?"
영상 파 "편집으로 사라졌어."
플레이 파 "치사해."
가 된다.
물론 전투의 손맛, 탐험하다 뭔가 발견하는 재미, 저널을 직접 줍는 경험은 놓친다.
그래도 "이야기와 세계관"이 목적이라면, 스토리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RPG인 건 확실하다.
7. 하지만 설정까지 다 보려면 6시간으론 부족하다. 저널이 49개다
이 게임에는 업적·트로피 "Follow the Trail" 대상인 저널이 49개 있다.[3]
그것도 그냥 글이 아니라, 과거 원정대나 인물들의 음성 기록으로 들을 수 있는 게 많다.
세계관 좋아하는 사람에겐 여기가 함정이다.
본편 "앞으로 가."
시청자 "이 시체는 누구야?"
저널 "68 원정대입니다."
시청자 "그럼 67은?"
저널 "시렌입니다."
시청자 "69는?"
저널 "비사지입니다."
시청자 "70은?"
저널 "모놀리스 안입니다."
본편 "앞으로 가라고."
못 간다.
그래서 설정을 전부 따라가는 플레이는 스토리만 보는 시간보다 훨씬 길어진다.
이 게임에서 "곁가지 탐험"은 그냥 보물 상자 줍기가 아니다. 세계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앞사람들이 어디까지 갔는지 읽어 내는 일이다.
8. 《메타포: 리판타지오》에서 "이 빌딩 뭐야?" 싶었던 사람이라면 비슷한 쾌감이 있다
※ 여기만 《메타포: 리판타지오》 중반 이후 설정 스포일러.
《메타포》에서는 판타지 세계의 땅 밑에서 현대식 건물의 폐허가 나오고, 그게 "World Before"라고 불리는 과거 문명으로 이어진다.[9]
처음 보면
"이거 그냥 빌딩이잖아." "지금 문명이 만든 건물이 아니지 않아?"
라는 눈에 보이는 위화감에서 세계의 역사를 거꾸로 추리하게 된다.
《Expedition 33》도 비슷하다.
주택가 같은 풍경. 도시의 잔해. 공중에 뜬 지형.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환경. 과거 원정대의 시체.
먼저 화면이 "뭔가 이상한데?"를 던지고, 설명은 나중에 따라온다.
다만 두 게임이 같은 설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메타포》의 "옛 현대 문명이 멸망했다"는 구조를 《Expedition 33》에 그대로 옮길 근거는 없다.
공통점은 설정이 아니라
배경 미술 자체가 "이 세계의 비밀을 생각해 봐"라고 말을 건다
는 쾌감이다.
9. 그래서 평가가 높아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감상이 같이 나온다
메타크리틱에서도 《Expedition 33》은 PS5판 기준 90점대 초반의 높은 점수대에 있고, 《메타포: 리판타지오》도 94점을 받았다.[10][11]
하지만 높은 평가 = 모든 설명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Expedition 33》의 매력은
- 독창적인 풍경
- 음악
- 캐릭터
- 감정이 강하게 몰아치는 이야기
- 턴제에 실시간 방어를 섞은 전투
- 자꾸 파고들고 싶어지는 세계
를 합친 힘이다.
그 "파고들고 싶어지는 세계"는 설명을 덜어 냈기 때문에 생긴 부분도 있다.
그래서 평가는 높다. 그리고 동시에
"아니, 거기는 한 줄만 더 설명해 줘"
도 성립한다.
이 둘은 모순이 아니다.
10. 결론: 《Expedition 33》은 "다 알아서 재밌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게 화면에 계속 남아서 재밌는" 게임이다
68 원정대는 초반에 바로 죽은 게 아니다. 과거 원정대는 저마다 다른 곳까지 가서 다음 팀에게 길을 남겼다.
시체가 남는 건 네브론에 의한 죽음과 크로마가 몸 안에 남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건 게임 안에서 꽤 분명히 나온다.
반면 떠 있는 섬이나 망가진 중력까지 전부 크로마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정이 아니다.
그리고 이 "확정"과 "추측" 사이의 커다란 빈자리가, 이 게임을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다.
전투를 직접 하지 않아도 컷신과 대화만으로 이야기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세계관을 파기 시작하면 49개의 저널과 배경 속 시체들이 이쪽을 보고 있다.
시청자 "스토리만 6시간 보고 끝낼게."
세계관 "그래."
시청자 "근데 이 시체 왜 안 사라져?"
세계관 "어서 와."
시청자 "망했다."
《Clair Obscur: Expedition 33》은 플레이어에게 모든 걸 설명해 주는 게임이 아니다.
"왜?"를 많이 주운 사람일수록 알아서 더 깊이 빠져드는 게임이다.
- Sandfall Interactive — Lore-Trailer: frühere Expeditionen, der Bruch, 67 Jahre später
- Gamer Guides — Tagebucheintrag der Expedition 68 (Elodie), Fliegende Wasser
- PowerPyx — Fundorte aller 49 Tagebücher, darunter die der Expeditionen 67, 68, 69 und 70
- Dawnborn — Transkript Frühlingswiesen: Tote verschwinden nicht, das Chroma bleibt in den Körpern, der Mörder am Strand ist kein Nevron, das Töten durch Nevrons wirkt sich auf das Chroma aus
- Clair Obscur Wiki (wiki.gg) — Nevron: Das Chroma von Wesen, die von Nevrons getötet wurden, bleibt in ihren Körpern gefangen
- Creative Bloq / Interview mit Nicholas Maxson-Francombe — Fliegende Wasser war als „Unterwasserlevel, das nicht unter Wasser ist“ gedacht
- Game*Spark, Interview mit den Entwicklern — Hauptgeschichte etwa 30 Stunden; mit Nebeninhalten und Komplettierung verdoppelt sich die Spielzeit ungefähr
- HowToVideoGame — Schätzungen auf Basis von HowLongToBeat (Stand 2026): ca. 29.5 Std. Hauptgeschichte, ca. 45–50 Std. mit Nebenaufgaben, ca. 70 Std. für alles
- Wikipedia — Handlung von Metaphor: ReFantazio: Ruinen von Shinjuku, die „Welt davor“ und die alte menschliche Zivilisation
- Metacritic — Clair Obscur: Expedition 33
- Metacritic — Metaphor: ReFantazio (PS5-Metascore 94 zum Zeitpunkt der Recherch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