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은 거의 끝나 있었다.
그런데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휴대폰을 조금씩 만지며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 1시가 되고 졸리기 시작한 뒤에야 갑자기 작업을 시작했다. 밤을 새운 다음에야 교과서를 펴며 “자, 이제 공부할까” 하는 대학생 같은 움직임이다. 순서가 완전히 반대다.
이대로면 아무것도 끝내지 못하고 잠들겠다.
그 순간 갑자기 몸이 움직였다.
동기가 하늘에서 떨어진 느낌이라기보다 미룰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진 느낌에 가까웠다.
내 안에 유능한 감독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시계가 강제로 감독 자리에 앉았다.
거의 끝났는데도 마지막 몇 퍼센트가 가장 시작하기 어렵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일어나고, 물건을 집고, 넣을 상자를 고른다. 작은 일이어도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몇 번이나 행동을 바꿔야 한다.
5분이면 끝날 일을 1시간 놔두다가 한밤중에 시작한다. 밀린 일만 완전히 야행성이다.
마감은 동기를 만드는 것보다 시작의 벽을 부순다
마감 직전이 되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원래는 “지금 한다”, “나중에 한다”, “내일로 미룬다”, “다른 일을 먼저 한다”가 있었다. 마감이 가까워지면 거의 “지금 한다”만 남는다.
그러면 시작 전에 해야 할 판단도 줄어든다.
하지만 “마감이 능력을 올려 준다”고 보면 조금 다르다.
이번 경우에는 능력이 늘었다기보다 도망갈 길과 다른 선택지가 사라져서 시작하기 쉬워졌다고 보는 편이 맞다.
마감은 동기 주사라기보다 강제 부팅 버튼에 가깝다.
누르면 작동한다. 문제는 너무 늦게 눌린다는 것이다.
마감 터보는 강하지만, 켜졌을 때는 이미 연료가 없다
여기가 가장 괴롭다.
마감이 가까워지면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결국 끝내기는 한다.
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할 때는 이미 졸리다.
집중력과 체력도 낮보다 적다. 시동 성능은 최고인데 배터리 아이콘은 빨간색이다.
엔진은 켜졌다. 연료가 없다.
이것이 밤을 새운 뒤에야 공부를 시작하는 대학생 방식이다.
단기 완수율만 보면 꽤 좋은 시스템처럼 보일 수 있다. 결국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안함, 수면, 다음 날의 여유까지 포함하면 비용이 커진다.
마감 터보는 비상 장비로는 강하다. 일상 엔진으로 쓰면 사람이 먼저 닳는다.
상자는 도움을 받아도, 가져갈 물건은 내가 정한다
도움이 된 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일이었다.
나르고, 상자에 넣고, 닫는 일을 맡길 수 있으면 나는 가져갈 물건을 고를 수 있다.
글이라면 대량 초안은 다른 담당자가 만들 수 있다. 나는 마지막에 읽고 “이건 다르다”, “이건 남긴다”, “여기는 고친다”고 결정한다.
이사라면 서비스 범위 안에서 운반이나 최종 포장을 업체에 맡긴다. 나는 무엇을 가져갈지, 무엇을 남길지만 결정한다.
이사는 “완벽한 포장”보다 “다른 사람이 이어서 할 수 있는 상태”가 중요하다
피곤할수록 이상하게 마지막까지 직접 완성하고 싶어진다.
상자를 깔끔하게 닫고, 테이프를 붙이고, 분류까지 완벽하게 한다. 지쳤는데도 그걸 전부 직접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단계를 업체가 할 수 있다면 목표는 달라진다.
필요한 것은 다음 사람이 이어서 작업할 수 있는 상태까지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것이 들어 있습니다. 닫고 테이프 붙이는 것은 부탁드립니다”로 끝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상자를 닫는 일도 부탁할 수 있다면, 거기까지 혼자 다 끝낼 필요는 없다.
목표를 바꾸면 결승선이 갑자기 가까워진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포장한다”는 멀다.
인공지능의 치명적인 약점: 팔 2개가 더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늦은 밤, 결국 원하게 된 것은 조언이 아니었다.
“인공지능 쪽 사람, 여기 와서 상자 좀 싸 줘.”
정말 필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채팅은 판단을 도울 수 있다.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무엇을 버릴지도 함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닥의 물건은 채팅창을 통해 상자로 순간이동하지 않는다.
지능은 추가할 수 있어도 팔 2개는 추가되지 않는다.
그러자 요구 수준은 더 내려간다.
치이카와라도 좋다. 그냥 상자에 넣어 줘.
고급 추론은 필요 없다.
집는다. 넣는다.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