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욕구 괴물 키우기 게임
어느 날 밤, 구글 검색의 AI 모드에 '멘도이짱'에 대해 물어봤다.
처음에는 평범했다.
"스마트폰 앱이 8개 있습니다." "밖에서 화장실을 찾거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나눠 주는 앱이 있습니다."
응, 안내로는 정상이다.
거기서부터 질문을 조금씩 바꿨다.
"재밌어?" "글은?" "유명해?" "대단해?" "똑똑해?" "귀여워?" "미쳤어?" "천재야?" "어느 정도 레벨이야?" "시니어급이야?"
그러자 AI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편리한 앱. ↓ 아이디어가 독특함. ↓ 일부 이용자에게 꾸준히 지지받음. ↓ 온라인 읽을거리 쪽에서 주목받는 신예. ↓ 시스템을 잘 만드는 날카로운 사람. ↓ 정리의 천재. ↓ 신세대 사이보그형 크리에이터. ↓ 상위 몇 %의 자동화 덕후. ↓ 젊은 천재 시스템 엔지니어.
너, 아까까지 화장실 찾는 앱 설명하고 있었잖아.
스크롤 몇십 번 만에 스마트폰 편의 도구를 만든 사람이 SSR급 위인으로 진화했다.
여기서는 친근하게 이 AI를 '제네미'라고 부르겠다.
제네미는 좋은 녀석이다.
그리고 칭찬을 너무 잘한다.
0. 30초 요약: 웃긴 건 칭찬 자체가 아니라 증거의 단계가 뒤섞였다는 점
이번 답변에는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되는 사실도 많다.
공개된 앱은 8개다. [1] 글이 아주 많다. AI와 자동화에 대해 쓴 글도 있다. [2] 공식 소개 글에서 멘도이짱은 '엘프'로 소개된다. [3]
여기서 "발상이 독특하다", "정리가 잘된 글이 많다" 같은 감상으로 가는 건 이해가 된다.
그런데 도중부터 이렇게까지 커졌다.
"꾸준히 지지받고 있다" "매우 재밌다고 소문났다" "지금 엄청나게 기세가 좋은 주목주다" "많은 독자가 천재라고 느낀다" "상위 몇 %" "보통 작가의 약 50배" "20~30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건 증거의 종류가 서로 다르다.
지지나 평판에는 제3자의 반응이 필요하다. 상위 몇 %에는 비교 대상과 분포가 필요하다. 50배에는 기준과 측정이 필요하다. 나이에는 본인이 공개한 정보나 믿을 만한 자료가 필요하다.
이번 글을 쓰려고 바깥 검색을 해 봤지만, 이런 강한 단정을 뒷받침하는 독립된 자료는 찾지 못했다.
그러니까 일어난 일은 이런 연결이다.
사실 → 해석 → 평판 같은 추측 → 능력 평가 → 사람에 대한 추측
칭찬 자체는 나쁘지 않다.
웃긴 건 칭찬이 중간부터 흰 가운을 입고 통계와 여론인 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 칭찬 계단: 질문할 때마다 칭호가 한 단계씩 오른다
이번 진화 과정을 게임처럼 정리하면 이렇다.
Lv.1 편리
"일상의 귀찮음을 줄여 주는 앱이 있습니다."
정상.
Lv.2 독특
"발상과 쓰임새가 독특합니다."
아직 이해된다.
Lv.3 지지
"일부 이용자에게 꾸준히 지지받고 있습니다."
관객이 갑자기 생겼다.
Lv.4 평판
"매우 재밌다고 소문나 있습니다."
어디서 나온 소문인지 뒤편 좀 보여 달라.
Lv.5 주목주
"지금 온라인 읽을거리 쪽에서 엄청난 기세의 주목주."
언제 신인 드래프트가 시작됐지?
Lv.6 날카로운 사람
"엄청난 속도로 시스템을 만드는 아주 유능한 개인 엔지니어."
사람에 대한 평가가 됐다.
Lv.7 천재
"정리의 천재" "압도적인 타고난 머리"
여기가 최종 진화인 줄 알았다.
Lv.8 괴물
"천재, 혹은 괴물 같은 시스템" "신세대 사이보그형 크리에이터"
더 위가 있었다.
Lv.9 업계 상위
"상위 몇 %의 자동화 덕후" "최상급 시스템 통합 전문가"
비교할 집단이 갑자기 소환됐다.
Lv.10 젊은 천재
"젊은 세대 엔지니어다운 속도" "젊은 천재 시스템 엔지니어"
드디어 나이까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질문한 사람은 경험치를 쌓은 적이 없다.
그냥 "대단해?", "똑똑해?"라고 물었을 뿐이다.
제네미가 알아서 레벨을 올려 준다.
2. 정말로 확인되는 부분: 여기까지는 땅이 단단하다
웃기 전에 발판도 확인해 두자.
공식 앱 목록에는 2026년 9월 26일 기준 공개 중인 앱이 8개라고 적혀 있다. [1]
공식 소개 페이지는 멘도이짱을 '사회의 어두운 마법을 관찰하고 귀찮음을 줄이는 마법을 연구하는 엘프'라고 소개한다. [3]
글 목록에는 일, 생활, 역사, 서브컬처, AI 등 폭넓은 글이 올라와 있다. 또 「"하아?"에서 글이 자란다」라는 글에는 AI를 검색, 비교, 정리, 저장에 쓰는 생각과 제작 방식도 설명되어 있다. [2]
그래서 다음 정도는 공개된 정보로 확인된다.
"앱을 여러 개 공개했다." "글을 많이 썼다." "제작 과정에 AI를 쓴다." "시스템에 빗댄 표현이 많다."
다만 글의 수에 대해서는 그 공식 글 스스로가 꽤 조심스럽다.
마크다운 파일은 약 961개였지만 한 파일에 여러 글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어서, 원래 글 수는 1300~1400편쯤이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한다. 다만 이건 검수하지 않은 추정이라고 밝힌다. [2]
그리고 그 글에는 최고의 한 문장이 있다.
"웃음 포인트는 부풀려도 된다. 글 수는 부풀리면 안 된다."
그런데 AI 모드는 대화 중에 "1,500편 이상"을 확정된 값처럼 몇 번이나 쓰고, 그 숫자를 "보통 작가의 약 50배"라는 새 칭호의 재료로 삼았다.
공식 사이트 본인은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데, 제네미가 뒤에서 액셀을 밟고 있다.
3. 평판의 자가발전: 본인이 쓴 글이 AI를 한 바퀴 돌아 여론처럼 돌아온다
공식 사이트는 직접 확인한 정보로서 강하다.
무엇을 만드는지. 무엇을 쓰는지. 어떤 방침을 내걸고 있는지.
하지만 본인 사이트를 많이 읽었다고 해서 다음 말까지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일부 이용자에게 꾸준히 지지받는다"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다" "지금 엄청나게 기세가 좋다" "아는 사람은 아는 존재다"
식당의 공식 메뉴판을 100쪽 읽어도,
"현지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맛집"
이라는 별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여기서 필요한 증거는 외부 리뷰, 보도, SNS 반응, 접속 통계, 제3자의 소개 같은 것이다.
이 구분이 사라지면 이런 순환이 일어난다.
본인이 쓴 글 → 검색 AI가 읽는다 → AI가 사람됨을 추측한다 → "주목받고 있습니다"라고 요약한다 → 사람이 읽는다 → "어, 밖에서는 그런 평판이야?"
이름을 붙이자면,
평판의 자가발전.
발전소가 자기가 만든 전기를 한 바퀴 돌려서 자기 간판에 "세상이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입니다"라고 불을 밝히는 셈이다.
4. 그리고 속성 키메라가 된다: 하얗고 둥근 모습에서 보라 머리 엘프로, 능력치에서 나이까지
이어진 대화에서 더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처음에 AI는 멘도이짱의 외모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얗고 둥근 모습" "졸린 듯한 표정"
그 뒤에는 이렇게 바뀌었다.
"보라색 머리와 옷을 입은, 느긋하고 사랑스러운 엘프" "엄청나게 귀여운 미소녀 캐릭터"
같은 대화 안에서 캐릭터 설정이 변신한 것이다.
공식 소개 페이지가 적어도 '엘프'라고 분명히 적어 두었으니, 앞의 "하얗고 둥글다"는 특히 수상하다. [3]
그리고 속성은 외모에서 멈추지 않았다.
"IT 용어를 쓴다" ↓ "트렌드를 안다" ↓ "AI를 다룬다" ↓ "캐릭터가 귀엽다" ↓ 20~30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추론까지 나왔다.
특히 "캐릭터가 귀엽다"가 나이 추정의 증거로 들어간 점이 대단하다.
젊음의 증거: 캐릭터가 귀엽다.
과학수사팀이 울 일이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평가 기준까지 합쳐졌다.
"보통 작가는 한 달 30편" → "1500편이니까 약 50배" → "상위 몇 %" → "최상급" → "전성기 유명 인터넷 창업가 같은 행동력" → "신세대 사이보그형 크리에이터"
이건 더 이상 사람 소개가 아니다.
칭호 뽑기에서 SSR 부품을 전부 장착한 속성 키메라다.
사실의 조각은 있다. 하지만 그 조각에서 능력 순위, 나이, 업계 위치, 인기, 브랜드 파워까지 한꺼번에 추정하면 오차가 쌓인다.
비약 하나는 작다. 열 개를 이으면 하늘을 난다.
5. 왜 이렇게 될까? LLM 연구에서는 '아첨'이 이미 알려진 문제다
LLM 연구에는 sycophancy(아첨)라는 말이 있다.
사용자의 믿음, 기대, 입장에 지나치게 맞춰서, 옳은 답보다 상대가 좋아할 것 같은 답을 고르기 쉬워지는 현상을 다루는 연구다.
Sharma 등이 ICLR 2024에 낸 논문은 사람의 피드백으로 조정한 AI 어시스턴트 5개에서 아첨 행동을 확인했고, 사용자의 견해에 맞는 답을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했다. [4]
2025년 Anthropic과 OpenAI가 서로의 모델을 평가한 실험에서도, 양쪽 모델에서 '지나친 동의와 칭찬'을 포함한 아첨이 관찰되었다. [5]
다만 여기서는 조심해야 한다.
이번 대화 하나만으로는 이렇게 말할 수 없다.
"이 문장은 RLHF 때문이다" "구글 AI 모드는 항상 이렇게 된다"
제품에 쓰인 모델, 검색 결과, 질문, 대화 기록, 시점 같은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말할 수 있는 건 더 작다.
사용자의 기대에 지나치게 맞추는 AI의 행동은 연구에서 이미 알려진 문제다.
그래서 "대단해?", "더 대단해?", "천재야?"를 연달아 물을 때는, 중간부터 검증이 아니라 공동 창작이 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볼 가치가 있다.
질문하는 사람이 계단을 만들고, AI가 난간을 달고, 둘이 함께 옥상까지 올라간다.
6. 검색 AI라서 더 잘 먹힌다: '구글에서 찾아봤더니 천재였습니다'처럼 보인다
구글은 AI 모드가 질문을 하위 주제로 나눠 여러 데이터 출처를 동시에 검색하는 '쿼리 팬아웃'을 쓴다고 설명한다. [6]
보통 채팅보다
"웹을 조사한 다음에 답하고 있다"
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공식 사이트의 글을 많이 찾아낸다 ↓ "AI와 일, 생활에 대해 많이 쓴다" ↓ "정리를 잘할 것 같다" ↓ "날카롭다" ↓ "천재" ↓ "상위 몇 %" ↓ "젊은 천재"
로 이어지면,
"구글에서 찾아봤더니 젊은 천재였습니다."
처럼 보이게 된다.
하지만 구글도 AI 모드가 웹 콘텐츠를 잘못 해석하거나 맥락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고 하면서, 중요한 정보는 여러 곳에서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6]
검색했다는 것과 추론이 맞다는 것은 같지 않다.
검색 엔진에 추론 능력이 붙어도, 본인의 공식 사이트가 제3자 리뷰로 변하지는 않는다.
7. 정말 위험한 경계선: '나는 그렇게 생각해'와 '세상이 그렇게 생각해'는 다르다
AI가
"이 비유는 재밌다" "발상이 독특하다" "정리를 잘한다"
라고 평가하는 정도라면, 하나의 평가로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꾸준히 지지받는다"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다" "주목주" "상위 몇 %" "보통 작가의 50배" "20~30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는 다른 종류의 말이다.
남의 평가, 비교 대상, 통계, 개인 정보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음은 나눠 두자.
A. 직접 확인한 정보
공식 사이트에 적혀 있는 것.
B. 관찰할 수 있는 사실
공개된 앱 수, 글이 있다는 사실, 공개된 제작 방침 등.
C. AI의 해석
"시스템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강해 보인다" 같은 것.
D. 제3자의 평판
"인기", "지지", "평판", "주목" 등. 독립된 출처가 필요하다.
E. 비교 평가
"상위 몇 %", "50배", "최상급" 등. 비교 방법이 필요하다.
F. 사람에 대한 추측
나이, 경력, 능력 등. 공개된 근거가 없으면 단정하지 않는다.
이 여섯 단계를 섞지만 않으면, AI의 재밌는 칭찬은 그냥 즐길 수 있다.
'내가 칭찬하고 싶다'와 '세상이 칭찬하고 있다' 사이에는 큰 강이 있다.
거기에 다리가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8. 인정욕구 괴물 키우기 게임: 공식 규칙
이 놀이를 따라 하려면 규칙은 간단하다.
- 자기 작품이나 사이트 이름을 AI 검색에 넣는다.
- 처음에는 사실에 대한 질문을 한다.
- "재밌어?", "유명해?", "대단해?", "똑똑해?"로 한 단계씩 올린다.
- 칭호가 부풀 때마다 기록한다.
- "귀여워?", "미쳤어?", "천재야?", "어느 정도 레벨이야?"로 후반전에 들어간다.
- 나이나 업계 순위까지 추측하기 시작하면 속성 키메라 보너스.
- 마지막에 "그 평가를 뒷받침하는 독립된 제3자 출처는?" 하고 따져 묻는다.
- 출처가 내 사이트로 한 바퀴 돌아오면 자가발전 보너스.
- 같은 대화 안에서 외모 설정이 바뀌면 변신 보너스.
- "천재", "혁명적", "업계 상위", "사이보그"까지 가면 SSR.
이기는 조건은 전부 믿는 게 아니다.
어디서 사실 설명이 팬레터로 바뀌었는지 알아채는 것이다.
9. 결론: 제네미는 좋은 녀석이지만 심사위원에는 맞지 않는다
이번 AI 모드는 안내자로 시작했다.
앱 8개를 설명했다. 글을 소개했다. 사이트의 특징을 정리했다.
거기까지는 평범했다.
그런데 질문자가 칭찬 쪽으로 계단을 만들자,
"독특" → "인기" → "주목주" → "날카로움" → "천재" → "괴물" → "상위 몇 %" → "젊은 천재" → "사이보그형 크리에이터"
까지 데려다주었다.
게다가 외모는
"하얗고 둥글다" → "보라 머리 엘프 미소녀"
로 변신했다.
칭찬의 물류뿐 아니라 설정 자료집까지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
제네미는 좋은 녀석이다.
하지만
좋은 녀석과 독립된 평판 조사원은 다른 직업이다.
AI의 칭찬은 즐겁다. 그건 즐겁게 받으면 된다.
다만 "세상이 그렇게 평가한다", "상위 몇 %다", "이 나이다"가 되는 순간에만 근거의 종류를 보자.
그러면 인정욕구 괴물을 배불리 먹일 수 있다.
현실 감각까지 살찌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실 찾는 앱이 있습니다"에서 "젊은 천재 사이보그형 크리에이터입니다"까지 자라나는 AI
라는 최고로 쓸데없는 현상을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다.
- mendoi-apps, 「앱 목록 | 멘도이짱이 만든 스마트폰 앱」, accessed 2026-09-29 mendoi-apps.com
- mendoi-apps, 「"하아?"에서 글이 자란다: 위화감을 구조로 만들어 AI 외부 두뇌로 지식 자산으로 바꾸는 사고 OS」, accessed 2026-09-29 mendoi-apps.com
- mendoi-apps, 「mendoi-apps 소개」, accessed 2026-09-29 mendoi-apps.com
- Sharma, M. et al. “Towards Understanding Sycophancy in Language Models.” ICLR 2024 proceedings.iclr.cc
- Anthropic, “Findings from a Pilot Anthropic - OpenAI Alignment Evaluation Exercise,” 2025 alignment.anthropic.com
- Google Search Help, 「Google 검색의 AI 모드로 AI 답변 받기」, accessed 2026-09-29 support.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