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주유소 오른쪽에는 차 8대가 기다리고, 왼쪽은 텅 비었다. 당장 왼쪽으로 가고 싶지만 왠지 새치기 같다. 사람들이 같은 쪽에 서 있다는 사실과 실제 진입 규칙은 다르다. 그렇다고 반대 방향으로 마음대로 들어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건 사람 눈치가 아니다
바닥 화살표와 진입 금지 표시, 주유소 직원의 안내를 먼저 보자. 차의 주유구 위치와 호스 길이도 중요하다. 무리하게 방향을 바꾸거나 다른 차의 길을 막으면 안 된다. 애매하면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다.
여기서 다루는 곳은 일본의 셀프 주유소다. 현지 소방 당국은 주유하기 편한 곳에 안전하게 주차하고 엔진을 끄라고 안내한다. 이 내용이 모든 주유소에서 어느 방향으로든 들어가도 된다는 허가는 아니다.
차 8대가 말 없는 안내판이 되는 순간
첫 차가 우연히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차는 그걸 보고 따라간다. 세 번째도 따라간다. 여덟 번째 운전자 눈에는 모두가 오른쪽을 고른 것처럼 보인다.
누가 규칙을 만든 적이 없는데 차들이 단체로 표지판 노릇을 한다. 사람은 낯선 장소에서 남들의 행동을 보고 ‘여기서는 이렇게 하나 보다’라고 판단하곤 한다. 연구에서도 이런 영향이 확인됐다. 다만 8대 대 0대라는 숫자는 설명을 위한 가상의 상황이다.
텅 빈 곳이 오히려 수상해 보이는 이유
평소라면 대기 시간 0분이 최고다. 하지만 사람들이 전부 한쪽에 줄을 서 있으면 빈쪽을 보며 생각한다. ‘저기가 고장 난 건가? 내가 모르는 규칙이 있나?’
누군가 빈쪽을 이용하면 기다린 사람 입장에서는 줄을 앞질러 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같은 줄의 순서를 뺏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시간을 아꼈다는 사실이 곧 잘못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판단은 세 단계면 충분하다
안내와 지시가 있는가? 있으면 따른다.
장비와 안전에 문제가 없는가? 호스와 차량 동선을 확인한다.
그다음에야 그냥 모두가 따라 한 방향일 수 있는지 생각한다. 확인이 어렵다면 직원에게 묻자. 주유소에서 필요한 용기는 역주행할 용기가 아니다.
결론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능력은 대체로 유용하다. 하지만 우연히 생긴 줄이 진짜 규칙처럼 굳어지기도 한다. 남들의 선택은 힌트일 뿐이다. 실제 표지와 안전이 먼저다.
- 히로시마시 소방 당국의 셀프 주유 안내: https://www.city.hiroshima.lg.jp/living/shobo-bohan/1006085/1025622/1025627/1013728.html
- 다른 사람의 행동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https://research.fs.usda.gov/treesearch/452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