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애니메이션 3기 13화 ‘일기’뿐 아니라 그 뒤의 웹소설 내용까지 큰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터닝 포인트 4부터 ‘일기’ 편까지 이어서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미래의 자기가 목숨까지 깎아 가며 경고하러 왔는데, 루데우스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게다가 13화에서는 록시, 클리프, 실피, 에리스 주변이 줄줄이 무너진다.
“아니, 경고받자마자 전멸이잖아?”
그런데 시간 순서만 바로잡으면 다 풀린다.
13화는 지금의 루데우스가 충고를 무시해서 생긴 미래가 아니다. 늙은 루데우스가 과거로 오기 전에 이미 겪었던 원래의 실패한 세계선의 기록이다.[1][2][3]
1. 지금의 루데우스는 늙은 루데우스의 충고를 꽤 잘 듣는다
늙은 루데우스가 남긴 말은 지하실 조심만이 아니다.
나나호시와 상의할 것. 에리스에게 연락할 것. 히토가미를 끝까지 믿지는 말 것. 그렇다고 무작정 전면전을 벌이지도 말 것.
지금의 루데우스는 이 방침을 실제 행동 계획에 넣는다.[2]
지하실도 말만 듣고 그냥 여는 게 아니다.
가족을 방에서 못 나오게 하고, 지하실로 이어지는 쥐 발자국을 확인한다. 문을 바로 열지 않고 작은 구멍으로 냉기 마술을 불어넣어 안을 얼린 다음 들어간다. 그리고 늙은 루데우스가 설명한 대로 보라색 결정 같은 이빨을 가진 쥐를 찾아낸다.[4]
정리하면 이렇다.
실패한 세계선: 평범하게 지하실에 감 → 쥐가 도망침 → 지옥이 시작됨
본편 세계선: 늙은 루데우스가 찾아옴 → 쥐를 봉쇄함 → 첫 번째 지뢰 해체
13화를 앞으로 일어날 미래라고 생각하면 루데우스가 엄청난 바보처럼 보인다.
그건 공략법이 만들어진 원본 세이브 파일이라고 보면 된다.
2. 터닝 포인트 4의 정체는 쥐 한 마리에서 50년 뒤의 자신이 날아오는 이야기
히토가미가 지하실로 유도한 방식은 화려한 암살이 아니다.
루데우스가 지하실에 들어간다. 놀란 쥐가 도망친다. 쥐가 음식을 갉아 먹는다. 임신 중인 록시가 그걸 먹는다. 마석병이 시작된다.[4]
그다음은 도미노다.
록시를 살리려고 움직임
→ 신급 해독 마술을 구하는 과정에서 클리프를 잃음
→ 돌아오기 전에 록시가 사망
→ 루데우스의 마음이 무너짐
→ 실피와의 관계도 깨짐
→ 실피는 아리엘 진영으로 돌아가 패배한 정치 싸움에서 전사
→ 늙은 루데우스는 복수에 매달림
→ 에리스를 계속 적으로 오해함
→ 마지막에 에리스가 늙은 루데우스를 감싸다 사망
→ 수십 년간 연구와 복수에 몰두함
→ 과거 전이를 발명함
→ 젊은 자신 앞에 나타남[4][2][3]
쥐: “잠깐 주방 좀 갈게요.”
세계: “알겠습니다. 50년 뒤 시간 여행자를 생성합니다.”
나비효과의 나비가 쥐로 바뀐 셈이다.
3. 왜 히토가미는 록시를 그냥 죽이지 못했을까: ‘운명’이 너무 세다
이건 히토가미가 직접 설명한다.
루데우스는 운명이 강해서, 히토가미가 미래를 몇 번을 고쳐도 결국 록시를 만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쪽으로 돌아온다. 록시, 실피, 에리스, 그리고 그 자손들도 강한 운명을 가졌다.[5][6]
그래서 히토가미는 정면으로 “록시 살해 이벤트”를 만들지 않고 인과를 조금씩 비튼다.
히토가미는 여성이 임신 중일 때 운명의 강도가 흐려지는 시기가 있다고도 말한다.[5]
그래서 이렇게 아주 먼 길을 돌아간다.
오랫동안 쓸모 있는 조언을 해 줌
→ 의심 많은 루데우스의 신뢰를 얻음
→ 임신이라는 약한 시기를 기다림
→ 별것 아닌 듯한 지하실 확인을 부탁함
→ 쥐를 거쳐 사고처럼 보이는 죽음을 만듦
히토가미 본인도, 그전의 조언 대부분이 루데우스에게 이득이었고 지하실 건에서 따르게 하려고 신뢰를 쌓은 것이라는 취지로 인정한다.[6]
암살자보다 영업이 더 무섭다.
4. 늙은 루데우스의 쥐 추리, 본인도 ‘아마’라고 했는데 너무 잘 맞았다
늙은 루데우스가 50년 전 일을 전부 본 것은 아니다.
그 자신도 쥐가 들어온 경로 같은 것은 추측이라고 말하고, 30년이 지난 뒤에야 과거의 정보가 이어졌다고 설명한다.[4]
젊은 루데우스도 “미래의 자기 연구가 틀렸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2]
그런데 본편에서는 다음 결과가 나란히 나온다.
- 지하실로 들어간 쥐 발자국이 있다
- 늙은 루데우스의 설명대로 결정 같은 보라색 이빨이 있다
- 그 쥐를 처리하자 록시가 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완전 증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야기 안에서는 거의 이런 상황이다.
늙은 루데우스: “아마 쥐일 거야.”
현장: “진짜 있네.”
복수로 망가진 미래의 자신이 역학 조사관 같은 역추적까지 해냈다.
5. 13화에서 사람이 너무 많이 죽는 이유: 배드 엔딩을 한 화에 압축했다
13화 ‘일기’는 방송사 공식 편성표에서도 “록시의 죽음에서 시작되는 미래의 자신의 처절한 반평생”을 그리는 회차로 소개된다.[1]
그래서 사망 밀도가 이상할 정도로 높다.
보통 애니라면 몇 화에 걸쳐 마음을 깎아 낼 이야기를 일기라는 장치로 한 번에 흘려보낸다.
록시 사망
클리프 사망
실피 사망
에리스 사망
루데우스만 살아남아 마술 연구 괴물이 됨
다만 모두를 히토가미가 직접 죽인 것은 아니다.
히토가미가 처음의 인과를 비틀고, 록시의 죽음을 시작으로 루데우스 자신의 판단과 인간관계, 정치 상황까지 줄줄이 나빠진다.
여기가 무섭다.
히토가미의 공격은 공격 마술을 쏘는 게 아니라, 최악의 도미노를 딱 하나만 쓰러뜨리는 방식이다.
6. 늙은 루데우스는 인생은 망했는데 마술만 이상하게 진화했다
늙은 루데우스의 가장 아이러니한 점이다.
지키고 싶던 사람을 거의 다 잃은 뒤 수십 년을 복수와 연구에 쏟은 결과, 마술사로서는 지금의 루데우스보다 훨씬 앞서 있다.
작중에서 나오는 것은 중력, 전격, 전이, 마도 갑옷, 잃은 팔의 재생, 그리고 마지막에는 과거로의 시간 이동이다.[4][5]
그 자신도 이 세계의 마술은 응용 범위가 아주 넓고, 원리를 알아차리면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한다.[4]
하지만 그게 승리는 아니다.
강해졌을 때는 지키고 싶던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인생 빌드: 붕괴
마술 연구 빌드: 한계 돌파
스탯 투자를 완전히 잘못한 최강의 연구자다.
7. 시간 마술을 쓰면 내장이 사라질까? 아니다. 늙은 루데우스의 술식이 미완성이었다
늙은 루데우스의 과거 전이는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일어났다.
약 50년 전으로 오는 데는 성공했다. 일기도 가져왔다.
하지만 본인이 “미완성”이라고 인정했듯이, 몸 전체를 과거로 가져오지 못했다.[4]
숨진 뒤에 젊은 루데우스가 확인해 보니 배에 큰 결손이 있었고 내장 대부분이 없었다.[4]
게다가 전이로 마력을 다 써서 재생할 힘도 없었다.
그러니 “시간 이동을 하면 내장이 사라진다”는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다.
“늙은 루데우스가 만든 타임머신 시제품 1호가 사람 몸을 옮기는 데 실패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본인은 클리프가 살아 있었다면 과거 전이를 더 개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암시한다.[4]
8. 마지막에 실피와 록시가 보인 것은 투시일까, 예지일까, 환각일까
늙은 루데우스의 마지막은 무겁다.
젊은 루데우스의 어깨 너머로 무언가를 보고 실피와 록시에게 반응한다. 하지만 그 순간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바로 뒤에 정말로 두 사람이 계단을 내려온다.[4]
웹소설의 젊은 루데우스는 “무슨 환각을 본 걸까” 하고 생각한다.
한편 몇 초 뒤에 두 사람이 나타나니 “짧은 미래를 본 게 아닐까” 하고 읽을 여지도 있다.
여기서는 투시인지 예지인지 확실하게 나와 있지 않다.
그래도 연출만으로 충분히 무겁다.
50년 가까이 잃어버렸던 두 사람
→ 다른 세계선에서는 아직 살아 있다
→ 죽기 직전의 자신이 마지막에 그걸 알아본다
늙은 루데우스는 세계를 구하지 못했다. 그래도 두 사람이 살아 있는 세계를 만들 정보만큼은 젊은 자신에게 건넸다.
9. 히토가미와 오르스테드, 누가 더 나쁜 놈일까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히토가미 파트’ 색이 짙어진다.
히토가미는 단순한 “인류를 멸망시키고 싶은 마왕”이 아니다.
적어도 루데우스에게 설명하는 동기는 자기 보존이다.
미래에 루데우스의 자손이 오르스테드를 도와 자신에게 닿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그 미래를 지우려 한다.[5]
반면 오르스테드는 첫인상이 최악이다.
세상 대부분의 생물이 그에게 공포와 혐오를 느끼는 저주가 걸려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저놈 분명 최종 보스지” 하는 분위기가 난다.[7]
그런데 나중에 루데우스가 그의 부하가 되자 약속을 지키고, 정보를 알려 주고, 가족을 지키는 쪽에 선다.
게다가 오르스테드는 히토가미를 쓰러뜨리기 위한 긴 시간 루프를 짊어지고 있다.[7][8]
대충 말하면 이렇다.
히토가미: 기분 좋은 상담역으로 다가오는 장기 유도형
오르스테드: 겉모습도 첫인상도 너무 무섭지만 계약 뒤에는 꽤 의리 있음
첫인상이 뒤집히는 두 사람이다.
결론: 터닝 포인트 4는 ‘쥐 회차’가 아니라 50년의 인과를 한곳에 접어 넣은 회차
터닝 포인트 4부터 일기 편까지의 대단함은 강적이 나왔다는 데 있지 않다.
한 일은 지하실 문을 연다, 그것뿐이다.
그런데 그 행동에 다음이 전부 얹혀 있다.
록시의 생사
클리프의 생사
실피의 생사
에리스의 생사
루데우스의 인격
마술 연구의 미래
히토가미와의 싸움
오르스테드와의 동맹
그리고 50년 뒤에서 온 과거 전이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냥 안 열면 되잖아.”
그 ‘그냥’을 확실히 시키려고 히토가미는 몇 년이나 신뢰를 쌓았고, 늙은 루데우스는 인생 전부를 써서 원인을 역추적했으며, 마지막에는 자기 내장까지 두고 과거로 왔다.
쥐 한 마리에게 지울 인과가 아니다.
그리고 13화를 보고 “왜 충고를 안 듣지?” 하고 생각했다면, 작품의 함정에 한 번 제대로 걸린 것이다.
그건 충고를 무시한 미래가 아니다. 충고가 생겨난 이유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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