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결론 ― 이날의 주인공은 관광지가 아니라 ‘예정 밖의 연쇄’였다
오쿠미카와를 달리며 가장 먼저 강하게 남은 곳은 요츠야 센마이다였다. 비가 온 뒤라서인지 물소리가 엄청 컸다. 계단식 논을 보러 왔는데 귀로 들어오는 정보는 거의 폭포였다.
그 시간대에는 관광객도 거의 없었다. 눈에 사람이 안 보이니 잠깐 “지금 이 센마이다는 내 거다”라는 기분이 든다. 물론 소유권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다음 폐점 직전의 고민가 카페에 들어갔다. “오늘 은어를 못 먹었다”고 말했더니 친절한 직원이 단골손님들에게까지 추천 장소를 물어봐 주었다.
한 곳은 이미 영업이 끝났고, 아직 갈 수 있던 야쿠모엔으로 향했다.
문제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1%였다는 것.
드라이브가 갑자기
“은어를 먼저 먹나, 구글맵이 먼저 죽나”
라는 생존 게임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은어도 고헤이모치도 먹었고, 야쿠모엔은 음식 이상으로 내부 문화가 진했다.
1. 요츠야 센마이다 ― 사람이 없으면 풍경보다 물소리가 먼저 온다
신시로시 공식 설명에 따르면 요츠야 센마이다는 구라카케산 남서 사면에 펼쳐진 석축 계단식 논으로, 해발 약 220m에서 420m까지 약 200m의 고도 차에 걸쳐 이어진다.[1]
현장에서 가장 강했던 것은 물이었다.
비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개울과 수로 소리가 컸다. 사람이 적어 차 소리와 대화 소리도 거의 없었다. ‘보는 관광지’라고 생각했는데 기억에는 ‘듣는 장소’로 남았다.
주변에는 지나치게 사람 같은 허수아비도 있었다. 조용한 논과 리얼한 인형의 조합은 치유와 약간의 공포를 동시에 제공한다.
신시로시도 이곳의 특징으로 구라카케산을 수원으로 하는 풍부한 물과 석축을 꼽는다.[1] 물소리가 압도적이었던 건 오히려 이 장소의 본질에 가까운 체험이었는지도 모른다.
2. 폐점 직전 고민가 카페 ― 때로는 검색보다 동네 단골이 세다
센마이다 근처의 고민가 카페에 폐점 약 15분 전에 들어갔다. 손님이 몇 명 남아 있었고 분위기는 관광객보다 현지 주민 쪽에 가까웠다.
“오늘 은어를 못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직원은 자신이 아는 곳 하나만 말하고 끝내지 않았다. 주변 단골들에게도 “어디가 좋아요?”라고 물어봐 주었다.
여행 중에는 이런 장면이 강하다.
검색 결과 상위 10개보다
“지금 가려면 거기로 가면 돼”
라는 현지인의 한마디가 더 실용적일 때가 있다.
추천받은 곳 중 하나는 이미 영업 종료. 그래서 야쿠모엔으로 향했다.
3. 야쿠모엔 ― ‘대형 고헤이모치’ 표가 매표기에 없는 사건
야쿠모엔에서는 무사히 은어를 주문했다. 배터리 1% 원정은 이것만으로 성공이었다.
그리고 간판에는 큰 고헤이모치가 적혀 있었다.
당연히 매표기에서 ‘대형 고헤이모치’를 찾는다.
없다.
품절인가? 메뉴가 바뀌었나? 잠깐 혼란이 왔지만 정답은 간단했다. 그냥 ‘고헤이모치’ 표를 사면 됐다.
음식이 큰 거지, 표 이름까지 클 필요는 없었다.
시타라정 공식 페이지도 야쿠모엔의 최고 인기 메뉴를 수제 ‘와라지 크기의 큰 고헤이모치’라고 소개한다.[2] 크기는 과장이 아니라 공식 설정이었다.
은어와 고헤이모치는 둘 다 맛있었다.
4. 고헤이모치를 씹고 ‘이거 떡이 아니라 밥인데?’라고 느꼈다면 맞다
이름에 ‘모치’가 들어가면 찹쌀떡 같은 쫀득함을 기대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씹으면 꽤 명확하게 밥이다.
밥을 으깨서 달고 짭짤한 소스를 바르고 구운 것에 가깝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아이치의 고헤이모치는 멥쌀, 된장, 간장 등을 주재료로 하며, 지은 멥쌀을 으깨 꼬치에 붙이고 소스를 발라 굽는다.[3]
즉 ‘소스를 바른 일반 떡’이 아니라 ‘떡 모양으로 만든 구운 밥’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발상지는 신시로인가? ― 신시로 한 곳의 음식은 아니다
공식 자료를 보면 ‘신시로에서 단독으로 탄생했다’고 정리하기는 어렵다.
농림수산성은 고헤이모치를 아이치 오쿠미카와뿐 아니라 나가노의 기소·이나, 기후의 히다 등 중부 산간 지역에 널리 전해지는 향토 음식으로 설명한다. 기원설도 여러 가지이며 에도 시대 중기에는 이미 먹었다고 한다.[3][4]
따라서 신시로나 오쿠미카와의 명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신시로에서 발명돼 주변으로 퍼졌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산간 지역을 가로질러 자란 쌀 음식 문화라고 보는 편이 맞다.
5. 야쿠모엔 내부 ― 터프한 로고에서 갑자기 모에 우주로 진입한다
일부 로고와 티셔츠 디자인은 꽤 멋있었다. 산과 강의 드라이브 식당에 어울리는 터프한 분위기다.
그런데 시선을 돌리면 여자 캐릭터 티셔츠가 나온다.
AI 일러스트처럼 보이는 모에 표현도 있었다. 실제 제작 방식은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AI 생성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코노미짱’. 매장 안에서는 오코노미야키풍 고헤이모치 상품이 여자 캐릭터로 의인화되어 있었다.
고헤이모치에 오코노미야키 토핑을 얹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상품을 소녀로 만든다.
여기까지 오면 상품개발을 넘어 세계관 구축이다.
캐릭터 티셔츠도 팔고 있었다. 처음 본 관광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캐릭터 티셔츠까지 사야겠다”에 도달하는지는 솔직히 궁금했다.
하지만 판매량과 별개로 기억에는 강하게 남는다.
은어를 먹은 식당은 여러 곳일 수 있어도,
“은어 먹으러 갔더니 거대 고헤이모치와 모에 캐릭터가 같은 세계에 있던 곳”
은 잘 안 잊힌다.
6. 피규어도 이미 혼란스러운데, 원피스가 수조 안에 있다
치이카와, 드래곤볼 등 여러 피규어가 있었다.
통일된 큐레이션이라기보다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쌓은 결과 가게 전체가 취향의 지층이 된 느낌이다.
그리고 수조 안에는 원피스 계열로 보이는 피규어가 여러 개 들어가 있었다.
해적과 물은 주제상 맞는다.
하지만 첫 감상은
“전시되어 있다”보다 “가라앉혀 놨다”
쪽이었다.
왜 이렇게 배치했는지 설명이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기억나는, 지방 개인점 특유의 재미다.
7. 진짜 손님은 나뿐? ― 옆에서는 상품 진열 판매 회의처럼 보이는 대화
방문 시간대에는 일반 식사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거의 나뿐이었다.
다른 한 그룹이 있었지만 주문하지 않았고, 상품을 어떻게 진열하고 팔지, 가게를 어떻게 개선할지 같은 업무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가게 관계자와 외부 업무 관계자였을 가능성은 있지만 신원과 관계는 확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그렇게 보였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구도는 재밌다.
“어떻게 더 팔 것인가를 논의하는 듯한 자리 옆에서, 유일한 손님처럼 은어를 먹고 있는 나.”
그러면 자연스럽게 ‘여기 괜찮나?’라는 생각이 든다.
8. 하지만 평일 4시 한 장면으로 경영을 판단할 수는 없다 ― 그래도 입지는 중요하다
방문은 평일 점심 피크가 끝난 시간이었다. 은어와 향토음식은 주말, 점심시간, 관광 성수기에 수요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한 번 조용했던 장면만으로 매출이나 경영 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입지는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슈퍼마켓 같은 일상 이용형 점포는 상권 인구, 생활 동선, 주차장, 경쟁점 거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좋은 상품만으로 매일의 동선 밖이라는 약점을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
반면 은어와 명물 고헤이모치 식당은 목적지형이 될 수 있다. 그걸 먹으러 일부러 차를 타고 올 이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로에서 들어가기 쉬운지, 주차가 편한지, 관광 루트와 연결되는지, 인근 미치노에키에서 사람이 흘러오는지는 중요하다.
실제로 시타라정의 과거 의회 자료에는 야쿠모엔 등 주변 시설을 ‘미치노에키 시타라’와 따로 떨어진 곳으로 보지 않고 함께 홍보하려는 취지가 나타난다.[5]
거칠게 나누면,
매출 = 지나가는 사람 × 인지율 × 입점률 × 객단가 +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야쿠모엔의 은어, 거대 고헤이모치,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내부 문화는 마지막 항목인 ‘일부러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재료다.
9. 정리 ― 완벽하게 정돈된 관광 코스보다 ‘뭐지 이거?’가 더 오래 남는 날이 있다
센마이다 거의 독점. 거센 물소리. 리얼한 허수아비. 폐점 직전 고민가 카페. 현지인의 은어 추천. 배터리 1%. 야쿠모엔 도착. 존재하지 않는 ‘대형 고헤이모치’ 표 찾기. 먹어보니 사실은 구운 밥. 터프한 로고 옆에 모에 캐릭터. 수조 속 원피스. 마지막에는 입지 경영론.
하루치 정보량이 이상하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오쿠미카와는 풍경만 보고 끝내기보다, 가게 하나 들어가 사람과 말하고 ‘이건 대체 뭐지?’를 하나 주워오면 훨씬 강해진다.
- 신시로시 ‘요츠야 센마이다’ https://www.city.shinshiro.lg.jp/kanko/meisyo/senmaida.html
- 시타라정 ‘야쿠모엔’ https://www.town.shitara.lg.jp/odekake/2384.html
- 일본 농림수산성 ‘고헤이모치 아이치현’ https://www.maff.go.jp/j/keikaku/syokubunka/k_ryouri/search_menu/menu/goheimochi_aichi.html
- 일본 농림수산성 ‘고헤이모치 나가노현’ https://www.maff.go.jp/j/keikaku/syokubunka/k_ryouri/search_menu/menu/gohei_mochi_nagano.html
- 시타라정 의회 회의록 https://www.town.shitara.lg.jp/uploaded/attachment/1596.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