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시스템이 위험하다고 알렸더니 첫 질문이 “정말 위험한가요?”가 아니라 “그 말 누가 했어요?”라면 어떨까. 연기가 나는데 화재경보기 버튼을 누른 사람부터 찾는 셈이다.
문제를 고치기보다 사람을 문제 삼기 쉬운 이유
실태를 조사하려면 기록을 꺼내고, 비용을 쓰고, 누군가 책임도 설명해야 한다. 반면 제보자의 태도나 말투를 탓하면 회의는 빠르게 끝난다. 문제를 제기한 직원의 말을 상사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논점도 바뀐다. 무엇이 사실인지 대신 누가 감히 말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신고가 사실이거나 모든 회사가 신고를 막는 것은 아니다. 확인할 것은 제보자의 성격이 아니라 증거다.
신고 창구가 있는데 왜 아무도 말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포스터보다 선례를 본다. 문제를 알린 직원이 안전하게 일하고, 회사가 결과를 설명한다면 다음 사람도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제보 뒤 업무에서 배제되는 모습을 봤다면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조직 내 발언과 침묵을 다룬 연구에서도 상사의 반응과 안전하다는 믿음이 중요하게 다뤄진다.[1]
따라서 신고 0건은 곧 문제가 0건이라는 뜻이 아니다.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아무도 말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불만과 법적 보호를 받는 신고는 다르다
회의가 길다는 푸념과 위법 행위에 대한 내부 신고를 같은 범주로 뭉치면 안 된다. 적용되는 법과 조건은 국가마다 다르다. 일본의 공익신고자보호법에는 대상 행위와 신고 요건이 있으며, 2026년 12월 1일 시행되는 개정법은 신고자 색출을 막는 규정 등을 강화한다.[2] 이는 한국 법률의 설명이 아니다. 한국의 제도와 상담 창구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회사가 바꿔야 할 것
사실관계를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제보자의 신원을 필요한 범위에만 공유한다. 제보와 인사평가를 가급적 분리하고, 접수한 뒤에도 불이익이 없는지 확인한다. 조사 결과는 비밀을 지키는 범위에서 설명한다.
제보자는 날짜와 관찰한 사실을 정리하고 추측을 구분하는 편이 좋다. 보복 우려가 있다면 안전한 외부 상담 경로를 확인한다.
결론: 좋은 제도는 ‘제보 버튼’이 있는 곳이 아니라, 버튼을 누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연기부터 확인하는 곳이다.
자료: [1] Morrison (2023) https://doi.org/10.1146/annurev-orgpsych-120920-054654 · [2] 일본 소비자청 https://www.caa.go.jp/policies/policy/consumer_partnerships/whisleblower_protection_system/overvi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