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arkdown은 약 961개인데, 글이 몇 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붙여 넣은 파일 목록을 이름 기준으로 세었던 대화상의 집계는 .md 약 961개였다. 보통이라면 “그럼 약 961편이겠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저장소에는 치명적인 사양이 있다.
1MD = 1글이 아니다.
한 파일 안에 “3개 글 묶음”, “10개 글 세트”, “전체 4편”, “12개 언어 전문”, “기사 번들”이 들어간다. Markdown은 문서가 아니라 글을 먹는 컨테이너가 되었다. 이건 아카이브라기보다 Markdown 마트료시카다.
당시 대화에서는 약 보름 전 원문 글을 1,200편 정도로 보고 있었다. 이후에도 늘었으니 1,300~1,400편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다시 센 결과는 아니었다. 약 961개도 붙여 넣은 목록에서 센 파일 수다. 파일, 독립된 글, 언어별 공개 페이지는 각각 따로 세어야 한다.
농담은 부풀려도 된다. 글 개수는 부풀리면 안 된다.
2. 왜 이렇게 늘었을까 — 시작 버튼은 “하?”
진짜 트리거는 글쓰기 취미보다 원초적이다.
“하?”
일, 생활, 인간관계, 게임, 제도, 작품 어디에서든 예상과 현실이 어긋나면 “왜?”, “이게 사양?”, “이 패턴 전에도 있었지?”,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 아닌가?”가 나온다.
보통은 순간적인 짜증으로 사라질 일이 검색되고, 분해되고, 이름이 붙고, 재발 조건이 정리되고, 다른 분야와 연결되고, 마지막에는 Markdown으로 저장된다.
입력은 감정인데 출력은 데이터베이스다.
화가 어느새 글을 만드는 공장으로 들어간다.
이상했던 일을 줍는다. 무슨 일이 왜 생겼는지 정리한다. 다시 읽을 수 있는 글로 저장한다.
3. “생각했던 것과 다른데?”에서 조사가 시작된다
인지과학 연구에서는 먼저 예측한 뒤 답을 확인할 때 지식의 빈틈이 더 잘 드러나고 호기심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예상과 실제의 차이는 탐색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핵심은 위화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에 무엇을 하느냐다.
“짜증 나”에서 끝내지 않고 “뭐가 예상과 달랐지?”, “어떤 조건에서 생겼지?”, “재현되나?”, “다른 곳에도 같은 모양이 있나?”라고 묻는 순간 감정은 관측 장비가 된다.
이런 사람에게 “하?”는 오류 화면이 아니다.
디버그 콘솔이 열리는 소리다.
4. 사건보다 반복되는 모양을 저장한다
작업이 끝난 뒤 지시가 바뀌었다고 하자. 표면적으로는 “오늘 지시가 바뀌어서 힘들었다”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 초기 조건이 모호했다.
- 평가 기준이 공유되지 않았다.
- 실행 후 기준이 추가됐다.
- 재작업이 발생했다.
- 마감은 그대로였다.
- 책임은 일을 한 사람에게 넘어갔다.
이 수준까지 추상화하면 같은 구조가 프로젝트, 관계, 공동생활, 계약, 소프트웨어 운영, 행정 절차에서도 보일 수 있다.
다른 문제에 예전의 풀이를 적용하는 연구에서도, 겉모습보다 무슨 이유로 문제가 생겼는지가 같은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건을 다시 정리하면 “이거 그때와 같네” 하고 쓸 수 있는 경험이 늘어난다.
한 번의 “하?”로 여러 분야에서 쓸 방어구가 만들어진다. 경험치를 한 몬스터에게만 쓰기엔 아깝다.
5. 이유를 생각했다면 내일 할 일까지 정한다
이유만 생각하다 보면 철학자가 바닥에서 3미터 떠오른다. “본질은… 구조는… 사회는…” 멋있게 말해도 내일 할 일은 여전히 바닥에서 기다린다.
유용한 루프는 구체 → 추상 → 새로운 구체다.
“지시가 계속 바뀐다” → “처음에 어디까지 하면 끝인지 안 정했다” → “시작 전에 완성 조건을 묻는다” “도와주려다 일을 너무 많이 받는다” → “누가 어디까지 할지 모르게 됐다” → “담당, 기한, 최종 판단할 사람을 정한다” “같은 고민을 계속한다” → “언제 생각을 멈출지 안 정했다” → “현재 결론, 다음 행동, 다시 생각할 계기를 적는다”
이 왕복이 되면 지식은 잡학이 아니라 부품이 된다.
6. AI에게 메모를 주고 찾아보고 정리하고 저장한다
여기서 AI는 내 대신 생각하기보다, 거친 음성 메모를 받아 질문을 정리하고 검색할 말을 제안한다. 연구와 원자료를 찾고 다른 설명도 생각하며, 무엇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문장으로 적는다. Markdown으로 정리하고 Git에 변경 기록을 남겨 나중에 다시 찾고 고칠 수 있게 한다.
메모나 달력, 스마트폰에 할 일을 적으면 머릿속에서 전부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연구에서도 이런 도구가 작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밖에 저장한 내용을 나중에 도구 없이 떠올리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으냐에 따라 무엇을 적어 둘지도 달라진다. 전부 저장했다고 이해까지 저절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강한 방식은 뇌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굳이 머릿속에 기억해 둘 필요 없는 일은 도구에 맡기는 것이다.
뇌: 위화감, 질문, 판단, 연결.
AI: 검색, 비교, 정리, 반복.
Markdown: 장기 저장.
Git: 이력.
코딩 에이전트: 가공 공장.
생각나면 찾아보고, 정리하고, 확인하고, 저장한다. 고치면 기록도 남는다. 머릿속 작업에 글을 내보내는 흐름이 붙었다.
7. 왜 글 수가 폭발하는가
한 사건을 한 글로만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건에는 개인 경험, 원인 분석, 일반화, 재발 방지, 다른 분야로의 전이, 연구 비교, 초보자 설명, 체크리스트, 개그 버전까지 들어갈 수 있다.
원래 “오늘 이상한 일 있었다”로 끝날 소재가 5편, 10편으로 분해된다. 거기에 12개 언어까지 붙는다.
핵심은 글자 수가 아니라 한 번 생각한 것을 나중에 다시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가 끝났다고 날아가지 않도록, 돌아와서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남긴다.
마트도 원료, 회의도 원료, 게임도 원료, 만화도 원료, 이상한 제도는 고급 원료다.
세상이 자꾸 “다음에는 이것 좀 알아봐”라는 쪽지를 건넨다.
8. 구조적 사고에도 버그는 있다
8.1 모든 것이 같은 구조처럼 보이는 버그
“또 남에게 책임을 넘기네!” “또 누가 어디까지 정하느냐는 문제네!” “뭘 만들지 미리 안 정했네!” 한번 잘 맞은 설명을 모든 문제에 쓰고 싶어진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제를 같은 적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이 설명이 틀렸다면 무엇이 보여야 하지?” “다른 설명은?” “이번에는 예외인가?”
8.2 AI 문장이 너무 매끈한 버그
“읽었다”와 “쓸 수 있다”는 다르다. “내 말로 한 줄이면?”, “다음 행동은?”, “다른 상황에서는?”에 답하지 못하면 아직 빌린 지식이다.
8.3 글을 모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버그
“Markdown을 만들려고 사는가, 삶을 편하게 하려고 Markdown을 만드는가?”를 뒤집으면 안 된다. Markdown은 경험의 묘지가 아니라 생활을 편하게 하는 도구다.
9. 결론 — “하?”를 버리지 말고 구조로 바꿔 재사용하라
“하?” → 예측과 현실의 차이 감지 → 조사 → 원인 분해 → 공통 구조 추출 → 다른 분야로 전이 → AI로 언어화·검증 → Markdown 저장 → 다음 “하?”
이 루프가 돌면 실패도, 짜증도, 잡담도, 의문도 소재가 된다.
그때는 Markdown이 약 961개가 됐고 실제 글 수는 파일 목록만 봐서는 알 수 없게 된다.
인간은 경험에서 배운다.
어떤 인간은 경험을 Markdown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하?”를 Git에 push한다.
- 예측과 호기심 (PMCID: PMC6803639)
- 기억과 다른 문제에 적용하기 (PMCID: PMC11332086)
- 할 일을 도구에 맡기기 (PMCID: PMC9971128)
- 작업 향상과 기억 저하 (PMCID: PMC8358584)
- 자기 기억에 대한 예상과 도구 사용 (PMCID: PMC6838677)
- 기억에 대한 판단 연습과 도구 사용 (PMCID: PMC12982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