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연구자, 몸은 고양이. 잠들기 전 ‘야옹’은 무슨 역할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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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할 일은 정리했다. 마음에 걸리던 일도 일단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았다. 그런데 불을 끄면 가슴 언저리가 여전히 편치 않고, 이불 속에서 작게 “야옹” 하고 소리를 내고 싶어진다. 머릿속 회의는 끝났는데 몸만 복도를 서성이는 듯한 밤이다.

이럴 때 “머리는 연구자, 몸은 고양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다루기 쉬워질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한 비유일 뿐이다. 고양이 소리를 내면 잠에 특별히 도움이 된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그동안 목소리와 호흡, 침구,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있다.

머리로 정리한 일과 지금 몸이 느끼는 것은 따로 살펴본다

답장을 보내고 “이제 걱정할 일은 없어”라고 생각해도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 있거나 방이 더울 수 있다. “이해했으니 바로 잠들 수 있어야 해”라고 성급히 결론 내리면, 잠들지 못하는 자신을 다시 설득하는 일이 시작된다.

여기서 고양이 비유를 써보자. 고양이에게 침실이 안전하다는 발표 자료를 보여주기보다는 눈부신 조명을 낮추고 잠자리가 편한지 살피는 편이 빠를 듯하다. 사람도 지금 신경 쓰이는 것을 “내일에 대한 걱정”, “목덜미의 더위”, “시계를 보는 버릇”처럼 구체적으로 나누면 무엇을 해볼지 고르기 쉬워진다. 성격을 ‘고양이형’으로 진단할 필요는 없다.

‘야옹’이 향하는 곳을 어느 한 장기로 정할 필요는 없다

작게 소리를 내면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고, 목에서 진동이 느껴지며, 숨을 쓰는 방식도 달라진다. 이불을 고쳐 덮으면 피부에 닿는 느낌도 바뀐다. 이런 변화를 하나씩 관찰할 수는 있지만, 그 자리에서 “이 소리가 미주신경을 자극해 뇌에 안전 신호를 보냈다”라고 작용 원리까지 확정할 수는 없다.

비교해보고 싶다면 “소리를 낼 때는 숨을 급하게 내쉬지 않게 된다”, “소리를 내지 않는 편이 더 편하다”, “가슴에 주의를 기울이니 오히려 더 신경 쓰인다” 정도로 표현해도 충분하다. 진정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고양이 소리든 평범한 콧노래든,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것이든 편한 쪽을 고르면 된다. 가슴이나 배에 손을 얹는 것도 필수는 아니다.

느린 호흡 연구는 고양이 소리를 내며 잠드는 실험이 아니다

2021년 You 연구진의 연구에서는 59명이 1분에 6번 호흡하는 조건에 참여했다. 5분, 10분, 15분, 20분 동안 시행한 조건과 호흡 속도를 지정하지 않은 대조 조건을 비교했다. 호흡하는 동안에는 심장박동 사이 시간 간격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RMSSD가 대조 조건보다 높았다. 다만 이 지표에서 시행 시간에 따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1]

이는 “5분 동안 야옹 하면 잠든다”는 결과가 아니다. 측정한 것은 심박변이도 지표이며,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고양이 소리의 효과가 아니다. “오래 할수록 효과가 좋다”거나 “내쉬는 숨을 한계까지 늘리면 된다”고 해석할 근거도 없다. 직접 해본다면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는 범위를 지키고, 목을 조이거나 억지로 깊이 들이마시는 일을 반복하지 않는다. 어지럽거나 숨이 차면 중단한다.

진짜 고양이의 골골송에는 또 다른 흥미가 있다

고양이의 목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낮은 소리가 날까. 2023년 Herbst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고양이 8마리에서 적출한 후두에 공기를 통과시키자 신경의 신호나 근육 수축이 없어도 골골송에 가까운 낮은 주파수의 소리가 났다. 이 실험만으로 살아 있는 고양이의 신경과 근육이 어떻게 관여하는지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2]

이 연구가 알려주는 것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원리의 뜻밖의 면모다. 사람이 그 소리를 흉내 내면 불면증이 나아진다거나 특정 진동이 장기를 치유한다고 확인한 연구는 아니다. 고양이에게서 무언가 빌려온다면 소리의 주파수를 재현해야 한다는 사명감보다는 “편안한 곳을 찾아도 괜찮다”는 느긋한 이미지 정도가 알맞겠다.

조명을 낮추는 데는 생체시계와 편안함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야간 조명과 생체시계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이 있다. Burgess 연구진이 2014년에 진행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건강한 참가자 8명이 평소 취침 시각 4시간 전부터 집 안 조명을 어둡게 하는 주와 밝게 하는 주를 각각 경험했다. 밝은 조명 조건을 거친 뒤에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각이 어두운 조명 조건 뒤보다 평균 약 1시간 늦었다.[3]

그렇다고 조명을 낮추는 순간 ‘고양이 모드’가 켜진다거나 완전한 어둠이 누구에게나 맞는다는 뜻은 아니다. 조도를 낮추면 편안한 사람도 있고, 주변이 조용해질수록 걱정거리나 심장박동이 더 신경 쓰이는 사람도 있다. 자기 전에는 강한 빛을 줄이되, 이동할 때 발밑이 안전하게 보이는지와 자신이 안심할 수 있는 밝기도 함께 고려하면 좋다. 어둠을 참아내는 시합을 할 필요는 없다.

해보고 싶다면 잠자리 의식을 늘리기보다 한 가지만 바꿔본다

오늘 밤 무엇을 해볼지 고르려면 먼저 신경 쓰이는 것 하나를 짚어본다. 눈부시다면 조명을, 덥다면 침구를 조절하고, 할 일이 머릿속을 맴돈다면 짧게 메모한다. 한꺼번에 전부 바꾸면 무엇 덕분에 편해졌는지 알기 어렵다. 소리를 내보고 싶은 날에는 졸음이 있을 때 편하게 내쉬는 숨에 작은 “음—”이나 “야옹”을 얹는 정도면 된다.

소리는 기분 좋은 범위에서 짧게 내보고, 졸리면 도중에 그만둬도 된다. 몇 분을 이어갔는지 점수를 매길 필요는 없다. 평소 덮는 이불이 편하다면 무거운 침구를 추가할 이유도 없다. 얼굴을 가리거나 숨쉬기 힘들 정도로 몸을 감싸지 않고, 덥거나 압박감이 느껴지면 조절한다. 이는 치료법으로 확립된 ‘고양이 소리 내기 지침’이 아니라 부담이 적은 방법을 고르기 위한 예시다.

“소리를 내지 않으면 잠들 수 없을 거야”, “정해진 횟수를 꼭 지켜야 해”라는 생각 때문에 긴장한다면 그 규칙을 느슨하게 해보자. 마음을 가라앉히려던 습관이 자기 전 치러야 하는 추가 시험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잘된 이유는 다음 날 따져봐도 된다. 고양이가 막 잠들려는데 연구자를 다시 불러들이지는 말자.

잠들지 못하는 밤에도 고양이 소리를 더 오래 내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있다

잠들지 못해 짜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소리를 내려고 계속 애쓸 필요는 없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는 불면증에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로, 졸릴 때 잠자리에 들고 잠들지 못하면 잠시 침대에서 나오는 자극조절치료를 소개한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면 다른 곳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다가 졸음이 돌아왔을 때 다시 잠자리로 가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4]

잠들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져 낮 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잠드는 것 자체가 두렵거나,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 발성이 있다면 의료기관에서 상담받는 것이 좋다. 잠자는 동안의 심한 코골이나 숨이 멎는 모습도 단순한 잠자리 습관으로 넘기지 않는다. 오래 지속되는 불면증에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가 보통 첫 번째 치료 선택지로 권장된다.[4]

오늘 밤의 목표는 고양이 집사로서 만점을 받는 것이 아니다

“머리는 연구자, 몸은 고양이”라는 표현의 장점은 잠들지 못하는 자신을 게으르다고 몰아세우는 대신, 편안한지 살펴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고양이라는 설정이 와닿지 않으면 쓰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을 때 편안하고 무엇이 쓸데없는 부담을 더하는지 알아가는 일이다.

“야옹” 한마디에 어깨의 힘이 빠지는 밤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더 잘 잠드는 밤도 있어도 괜찮다. 매일 밤 같은 결과를 낼 의무는 없다. 조명을 낮추고, 이불을 고쳐 덮고, 오늘의 조사는 이쯤에서 마친다. 그 정도의 소박한 마무리부터 쉬는 시간을 시작해보자.

참고 자료 (4건)

[1] You, M. et al. (2021). Single Slow-Paced Breathing Session at Six Cycles per Minute: Investigation of Dose-Response Relationship on Cardiac Vagal Activity. https://pubmed.ncbi.nlm.nih.gov/34886206/

[2] Herbst, C. T. et al. (2023). Domestic cat larynges can produce purring frequencies without neural input. https://doi.org/10.1016/j.cub.2023.09.014

[3] Burgess, H. J. & Molina, T. A. (2014). Home lighting before usual bedtime impacts circadian timing: a field study. https://pubmed.ncbi.nlm.nih.gov/24918238/

[4] NHLBI. Insomnia: Treatment. https://www.nhlbi.nih.gov/health/insomnia/trea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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