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여행을 갔다. 숙소에 짐을 풀었다. 이제 좀 쉬나 했더니 사건 발생. 『명탐정 코난』 세계관의 여행 상품에는 추리 체험이 기본 옵션으로 들어 있는 걸까. 예약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코난이 정말 사건을 몰고 다니는 걸까?
사건 현장에 있다고 범인은 아니다
코난은 몸이 작아진 고등학생 탐정 쿠도 신이치다. 에도가와 코난이라는 이름으로 지내며 여러 사건을 해결하고 검은 조직의 정체를 쫓는다. 공식 작품 소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기본 설정이다.
하지만 코난이 나타나면 주변 사람이 갑자기 범죄를 저지른다는 설정은 없다. 범행의 원인과 책임은 범인에게 있다. 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을 보고 '또 너냐' 하고 놀리는 건 재미있지만, 그걸 작품 속 사실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평범한 여행은 방송 분량이 안 나온다
코난 일행이 온천에서 밥 잘 먹고 푹 자고 돌아왔다고 해 보자. 모두에게 좋은 하루다. 문제는 추리할 게 없다는 것.
반대로 증언이 서로 어긋나고, 이상한 물건 하나가 단서가 되는 날은 이야기가 된다. 독자와 시청자는 코난의 하루하루를 빠짐없이 보는 게 아니다. 수수께끼가 생긴 날을 골라 보고 있다.
그 장면만 모아 보면 어디에 가든 사건이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
탐정이 빛나려면 풀 문제가 있어야 한다
열차에서 벌어지면 시간표와 이동 경로가 단서가 되고, 숙소라면 방과 복도가 무대가 된다. 배경은 달라도 약속은 같다. '누가, 왜, 어떻게?'를 따라가면 납득할 만한 답이 나와야 한다.
의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응급 환자가 자주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의료진이 환자를 불러들이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는 치료가 필요한 순간을 보여준다.
코난도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선택을 범죄 유발 능력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가장 억울한 건 같이 여행 간 사람들
코난에게는 또 하나의 사건이지만, 주변 사람에게는 기껏 잡은 휴가가 순식간에 현장 조사로 바뀌는 일이다. '걸어 다니는 사신'이라는 농담이 웃긴 이유다.
결론은 간단하다. 코난이 사건을 불러오는 게 아니라, 사건이 터진 날을 골라 코난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다.
다음 여행만큼은 조용히 끝나길. 그렇지만 그러면 이번 주 분량은 어떻게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