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인중개사 시험(정식 명칭은 택지건물거래사, 줄여서 ‘택건’)의 합격률은 18.7%. 서류·인허가 대행 자격인 행정서사 시험은 14.54%였다.
숫자만 보면 5~7명이 시험을 보면 1명 정도만 붙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응시자는 일본 사람을 아무나 모아 놓은 집단이 아니다. 직접 접수하고, 공부하고, 시험장까지 찾아온 사람들이다.
그럼 합격률 20%도 안 되는 자격증은 실제로 얼마나 어려울까. 따 놓고 안 쓰면 정말 “와, 대단하다”로 끝날까. 나이 들어 택건을 딴 사람들은 그 뒤 어디로 갈까. 그리고 손님 들어가는 걸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 동네 부동산은 대체 뭘로 먹고살까.
자격증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파다 보니 어느새 ‘동네 부동산의 생태’까지 와 버렸다.
1. 합격률 20% 미만이면 그냥 어렵다
2025년도 공식 결과를 보면, 택건 시험은 24만 5,462명이 응시해 4만 5,821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18.7%였다.
같은 해 행정서사 시험은 5만 163명이 응시해 7,292명이 붙었다. 합격률은 14.54%였다.
대충 말하면 택건은 5명 중 1명이 조금 안 되고, 행정서사는 7명 중 1명 정도만 붙는다.
“20% 밑이면 어려운 시험”이라는 공식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공부 안 하고 슬쩍 가서 붙는 시험이 아닌 건 분명하다.
게다가 택건은 접수자가 30만 6,099명이었는데 실제로 시험을 본 사람은 24만 5,462명이었다. 접수한 사람 중 약 20%는 시험장에 오지도 않았다.
즉 응시자부터 이미 어느 정도 걸러진 사람들이고, 그 안에서 또 20%가 안 되는 사람만 붙는다.
2. 그렇다고 ‘합격률 18% = 머리 좋은 상위 18%’는 아니다
여기가 중요하다.
합격률 18%는 “전체 인구 중 지능 상위 18%”라는 뜻이 아니다.
시험장에는 공부를 거의 안 한 사람도 있고, 회사가 시켜서 온 사람도 있고, 작년에 떨어져서 재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학원에서 몇백 시간씩 공부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시험은 범위도 채점 방식도 정해져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뭐든 잘하는 사람만 유리한 게 아니다. 시험 범위를 파악하고, 기출문제를 돌리고, 틀린 곳을 메우고, 필요한 점수까지 끌어올리는 사람도 강하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제멋대로 이름 붙인 ‘점수 짜내는 아냐’(스파이 패밀리의 그 아냐)다.
처음부터 100점 맞는 천재가 아니다.
“여기 고치면 3점 오른다고 아냐는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매년 나온다고 합니다” “2점만 더 짜냅니다”
이렇게 채점표가 보이는 순간, 시험은 갑자기 공략 게임이 된다.
자격시험은 재능만 겨루는 대회가 아니다. 규칙을 이해하고 필요한 점수까지 끌고 가는 게임이기도 하다.
3. 안 쓰는 자격증은 ‘오, 대단하네’ 배지가 된다
자격증을 딴다고 연봉이 저절로 오르지는 않는다.
택건에 붙어도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지 않으면, 계약 전에 법으로 꼭 해야 하는 중요사항 설명을 할 일이 없다. 행정서사에 붙어도 등록하고 일을 받지 않으면 행정서사 일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면 자격증의 주된 효과는 이렇게 된다.
“오, 택건 있어? 대단하네.” “행정서사도? 대단하네.”
끝.
게임으로 치면 레어 장비를 얻어 놓고 창고에 넣어 둔 상태다.
물론 완전히 쓸모없지는 않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남고, 이직할 때 약간 도움이 되기도 하고, 긴 공부를 끝까지 해냈다는 증거도 된다.
다만 이미 쓸 만한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관계없는 자격증을 3개, 4개, 5개 늘려 봐야 효과는 점점 줄어든다.
“대단하네”가 “대단대단하네”가 될 뿐이라면, 시간 쓰는 법으로는 좀 애매하다.
결국 자격증은 “왠지 강해 보여서” 따는 것보다 “필요해져서” 따는 쪽이 합리적일 때가 많다.
4. 그래도 민법 지식은 생활에서 은근히 쓸모 있다
자격증을 직업으로 쓰지 않아도, 공부한 법 지식은 생활 속에서 가끔 튀어나온다.
월세방 이사 나갈 때, 보증금, 원상복구, 개인끼리 한 약속, 사고팔기, 취소 같은 상황이다.
일본 민법에는 ‘착오’나 ‘강박’(협박이나 압박으로 억지로 동의하게 만드는 것) 같은 개념도 있다.
민법 95조에 따르면 일정한 중요한 착오로 한 의사표시는 요건을 갖추면 취소할 수 있다. 민법 96조에서는 사기나 강박으로 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취소된 행위는 민법 121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무효였던 것으로 본다.
법을 조금 알면,
“사인했다! 인생 끝!”
이 아니라,
“이 계약은 어떤 경위로 맺어졌지?” “착오나 강박 요건에 해당하나?” “증거는 뭐가 있지?”
하고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무서운 사람이 뭐라고 하면 나중에 다 취소할 수 있으니 아무거나 사인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요건도 증거도 필요하고, 제3자와의 관계 같은 별개 문제도 있다.
자격증 효과가 ‘공격력 +100’이 아니라 ‘계약 트러블 내성 +15’로 상시 발동하는 느낌이다.
5. 시니어는 자격증을 따서 어디에 쓸까
나이 들어 자격증을 따는 목적은 인생 역전보다 “일을 가늘고 길게 이어 가는 것” 쪽이 현실적이다.
택건이라면 부동산 영업, 계약, 매물 조사, 임대 관리, 사무, 점장이나 경영 쪽으로 이어진다.
행정서사, 사법서사, 사회보험노무사(한국의 공인노무사에 가까운 자격) 같은 자격은 사무소에서 일하거나, 예전 실무 경험과 합치거나, 작게 개업하는 길이 있다.
특히 시니어라면 “갓 딴 자격증 하나”보다 “몇십 년 경력 + 자격증”이 훨씬 강하다.
경리 경험 + 부기 자격. 인사·노무 경험 + 사회보험노무사. 부동산 경험 + 택건. 지역에서 일한 경험 + 법률 자격.
자격증은 지금까지의 경력에 나중에 덧붙이는 확장 파츠로 쓸 때 강하다.
반대로 60대에 전혀 모르는 업계로 자격증 한 장만 들고 들어가서 바로 좋은 대우를 노리는 건 쉽지 않다.
6. 일본 공인중개사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럼 시니어가 택건을 따서 정말 부동산 업계에서 일할 수 있을까. 통계로 보자.
2026년 3월 31일 기준 택건 등록자는 124만 3,738명. 그중 자격증(택건사증)을 가진 사람은 59만 86명. 그리고 자격증을 갖고 실제로 부동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36만 5,008명이었다.
이 36만 5,008명의 나이 구성이 재미있다.
- 29세 이하: 3만 1,178명, 8.5%
- 30대: 6만 2,645명, 17.2%
- 40대: 8만 6,188명, 23.6%
- 50대: 9만 3,262명, 25.6%
- 60대: 5만 3,743명, 14.7%
- 70세 이상: 3만 7,992명, 10.4%
가장 많은 건 50대.
평균 나이는 50.0세.
50세 이상을 다 합치면 18만 4,997명으로 전체의 50.7%다.
즉 실제로 부동산업에서 일하는 택건 보유자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이다.
월세 매장 카운터만 보면 젊은 영업 직원이 눈에 띈다. 그런데 업계 전체를 들춰 보면 50대, 60대, 70대가 갑자기 우르르 나온다.
“나이 많은 공인중개사는 다 어디 있는 거야?”
답은 그냥 있다. 안 보였을 뿐이다.
7. 손님 앞에 없는 중개사는 뭘 할까
택건 보유자 36.5만 명이 매일 카운터에서 중요사항 설명을 하는 건 아니다.
부동산 일에는 겉으로 안 보이는 작업이 많다.
등기를 확인한다. 현장을 조사한다. 도로나 용도지역, 건축 규제를 관공서에서 알아본다. 중요사항 설명서를 만든다. 계약서를 확인한다. 임대 갱신을 처리한다. 물건을 관리한다. 영업 담당이 가져온 건을 체크한다. 점장이나 임원으로서 판단한다.
사무소마다 법으로 두어야 하는 전임 택건 보유자는 약 23만 9,933명이다. 현업 36.5만 명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전국 36.5만 명을 “영업 몇 %, 계약 사무 몇 %, 관리 몇 %”처럼 직무별로 나눈 공식 통계는 찾지 못했다.
그러니 “50대 중개사는 대부분 뒤에서 일한다”고까지 말하는 건 위험하다.
알 수 있는 건, 이 일이 “손님 앞에서 설명서 읽기”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손님 눈에 안 보이는 중개사가 많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8. 동네 부동산은 생각보다 훨씬 작다
더 파 보면 50대 이상이 많은 이유가 꽤 보인다.
2026년 3월 말 기준 일본 전국 부동산업자(택건업자)는 13만 3,727곳.
그중 일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인 곳이 11만 2,449곳. 비율로 84.1%였다.
즉 부동산업자 10곳 중 8곳 이상이 ‘5명 미만’이다.
평균 종사자 수는 전체 4.8명. 도도부현 지사 면허 업체는 평균 3.2명. 개인 업체는 평균 1.6명이었다.
개인 업체도 1만 1,980곳 있다. 이 개인 사업주의 평균 나이는 67.0세이고, 60세 이상이 70.8%를 차지한다.
대형 체인 매장만 보면 부동산 업계는 “젊은 영업 직원이 많은 회사”처럼 보인다.
그런데 전국 통계로 보면 오히려,
사장이 중개사. 사장이 영업. 사장이 계약서를 본다. 사장이 관공서에 간다. 전화도 사장이 받는다.
이런 가게가 엄청 많이 섞여 있다.
회사라기보다 “부동산 잘 아는 아저씨에게 회사 간판이 붙어 있는” 느낌의 가게까지 있다.
9. 손님도 없는데 동네 부동산은 뭘로 먹고살까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있다.
“이 부동산, 손님 들어가는 걸 한 번도 못 봤어.” “진짜 영업하는 거 맞아?” “뭘로 먹고살지?”
부동산은 일반 가게와 돈 버는 방식이 다르다.
우선 매매 중개는 한 건 금액이 크다.
예를 들어 3,000만 엔짜리 물건이라면, 일반적인 법정 상한 계산으로 한쪽에서 받을 수 있는 중개수수료 상한은 세전 96만 엔, 소비세 포함 105만 6,000엔이다.
조건을 갖춰 같은 업체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양쪽을 중개하고 양쪽에서 상한까지 받으면, 이론상 합계 211만 2,000엔 규모가 된다.
물론 이건 ‘매출 상한’이지 이익이 아니다. 매번 양쪽을 다 맡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업체와 공동 중개를 하거나 깎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한 건 성사되면 금액이 크니까, 편의점처럼 매일 몇백 명이 올 필요는 없다.
게다가 임대 관리를 맡은 가게는 관리비 같은 꾸준한 수입이 있다. 빈방이 생기면 모집, 계약, 갱신, 퇴거, 원상복구, 재모집까지 같은 물건에서 일이 반복해서 생긴다.
건설업이나 자기 소유 임대를 함께 하는 부동산 회사도 있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오늘도 손님 0명이네.”
하지만 안에서는,
“땅 주인 어르신 토지 잔금 끝났습니다.” “관리 물건 갱신이 40건 있습니다.” “다음 달에 아파트 모집 한꺼번에 올립니다.”
같은 일이 벌어진다.
조용한 가게가 조용한 매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10. 현업 중개사 36.5만 명이 전부 부동산 투자자는 아니다
“나이 많은 중개사가 많으면, 부동산 투자 때문에 자격증 딴 사람이 많은 거 아냐?”
이런 의문도 나온다.
일부는 있을 거다. 하지만 현업 36.5만 명을 그걸로 설명할 수는 없다.
자기가 가진 집을 직접 세 놓기만 하는 건 보통 부동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집주인으로 월세만 받는다면 택건 자격도 부동산업 면허도 꼭 필요하지 않다.
36.5만 명은 자격증을 갖고 부동산업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의 숫자다.
그 안에는 영업, 계약, 조사, 관리, 경영 같은 사람들이 있다.
물론,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다. 물건 보는 눈을 키우려고 택건 공부를 한다. 규모가 커진다. 매매나 중개까지 사업으로 한다. 부동산업으로 넘어간다.
이런 루트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50대 이상 중개사가 많다 = 집주인이 잔뜩 섞여 있다”고 보는 건 이르다.
11. 공부 비용은 교육훈련급여로 줄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자격증을 딸 거라면, 수강료를 전부 내 돈으로 내기 전에 확인해 볼 제도가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교육훈련급여다.
2026년 기준 크게 3종류가 있다.
일반 교육훈련은 수강료의 20%, 상한 10만 엔.
특정 일반 교육훈련은 먼저 40%, 상한 20만 엔. 일정 조건에서 자격 취득과 취업 등을 충족하면 합계 50%, 상한 25만 엔까지 늘어난다.
전문 실천 교육훈련은 먼저 50%, 연간 상한 40만 엔. 자격 취득과 취업 등의 조건을 채우면 70%, 연간 상한 56만 엔. 여기에 훈련 후 월급이 수강 전보다 5% 이상 오르는 등의 조건을 채우면 합계 80%, 연간 상한 64만 엔까지 오른다.
주의할 점은 “자격증 이름”이 아니라 “후생노동대신이 지정한 강좌”가 대상이라는 것이다.
같은 자격증 공부라도 아무 강좌나 자동으로 지원받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름이 꼭 닮은 ‘교육훈련휴가급여’는 다른 제도다. 이쪽은 일정 조건을 갖춘 고용보험 일반 피보험자가 회사 제도에 따라 30일 이상 연속으로 무급 교육훈련 휴가를 쓸 때 받는 급여다.
수강료를 도와주는 제도와, 무급 휴가 중 생활을 받쳐 주는 제도.
이름이 너무 비슷하다.
나라가 깔아 둔 초견 함정이다.
12. 결론: 자격증은 모으기보다 필요할 때 따자
여기까지 알아보고 나니 자격증이 조금 달라 보인다.
합격률 20% 미만 자격증은 그냥 어렵다.
다만 합격률은 머리 순위가 아니다. 시험 범위를 이해하고 필요한 점수까지 끌어올리는 공략력도 크게 작용한다.
그리고 자격증은 따기만 해서는 돈이 되지 않는다.
안 쓰면 ‘오, 대단하네’ 배지가 된다.
반면 나이 들어 딴 자격증도 예전 경험과 합치면 재취업, 작은 개업, 오래 일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택건 보유자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이고, 70세 이상도 약 3.8만 명이다. 전국 부동산업자의 84.1%는 일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이다.
안 보였을 뿐, 자격증을 쓰며 조용히 일하는 중장년과 작은 동네 부동산은 잔뜩 있었다.
그러니 자격증은 수집할 필요가 없다.
필요해지면 딴다. 따면 쓴다. 안 써도 법과 계약에 대한 내성은 남는다.
그리고 채점 기준이 보이면 점수를 짜낸다.
아냐 “2점 더 딸 겁니다”
자격시험 다음은 “몇 점 받았나”보다 “그 카드를 어디서 쓰나”의 게임이다.
주요 공공 자료
- 부동산적정거래추진기구: 2025년도 택지건물거래사 자격시험 실시 결과
- 행정서사시험연구센터: 2025년도 행정서사 시험 결과
- 부동산적정거래추진기구: 2026년 3월 31일 기준 택지건물거래업자·택지건물거래사 통계
- 국토교통성: 중개보수 규칙, 임대주택관리업 조사
- 후생노동성·Hello Work: 교육훈련급여, 교육훈련휴가급여
- e-Gov 법령검색·법무성: 민법 95조, 96조, 121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