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을 싸다가 오래된 피규어 하나가 나왔다. 아마존 판매 앱으로 찾아보니 상품이 바로 뜬다. 오, 이제 팔기만 하면 되겠네?
그런데 다음 화면은 판매 승인이 필요하다는 안내. 물건을 알아보는 기능과 내가 판매할 자격은 별개였다. 방을 정리하다가 갑자기 판매업 공부를 하게 생겼다.
책 한 권은 가볍지만 책 한 상자는 운동 기구다
책 한 권씩 보면 “나중에 팔지 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서른 권을 상자에 담는 순간 무게가 말을 건다. 사진 찍고, 상태 확인하고, 설명 쓰고, 문의 답하고, 포장하고, 배송까지 해야 한다. 이사를 하는 건지 헌책방을 여는 건지 헷갈린다.
판매 가격만 비교하면 안 된다. 플랫폼 수수료와 택배비, 포장비, 팔릴 때까지 쌓아 둘 공간, 내 시간이 모두 비용이다. 몇백 엔 더 받겠다고 주말을 통째로 바꿀 필요는 없다.
출구를 세 가지로 나누면 빨라진다
값이 나가고 배송하기 쉬운 물건만 개별 거래를 검토한다. 작은 게임이나 희귀한 책이 그런 후보일 수 있다. 실제 거래된 가격과 상태를 확인하고, 안 팔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
평범한 책처럼 양이 많은 물건은 한꺼번에 매입해 주는 가게를 알아본다. 일본의 BOOKOFF도 한 방법이지만 취급 품목과 매입가는 점포마다 다르다. 개별 거래보다 돈은 적어도, 공간이 한 번에 생긴다.
거래가 어려운 물건은 나눔이나 지역 분리배출 기준으로 정리한다. 언젠가 팔릴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새집까지 짐을 데려가지는 말자.
FBA가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아마존 FBA는 조건에 맞는 물건을 창고에 보내면 보관과 주문 후 배송 등을 대신 처리하는 서비스다. 이미 판매를 하는 사람에겐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승인 조건, 이용료, 입고 작업을 살펴봐야 한다. 앱이 상품 이름을 알아냈다고 누구나 등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찾았습니다!” 다음에 “판매할 수 없습니다!”라니. 정리하는 사람에겐 너무 완벽한 반전이다.
중요한 것은 최고가가 아니라 이사 완료
값을 조금 더 받을 때마다 내 노동도 늘어난다면 멈출 기준이 필요하다. 정말 팔 가치가 있는 몇 가지만 직접 팔고, 나머지는 묶어서 보낸다.
책장 하나 비웠는데 판매 업무가 달력 한 달을 차지하면 실패다. 새집에는 짐이 아니라 빈 바닥을 가져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