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한 시간 걸리던 일을 20분으로 줄였다고 해 보자. 필요한 수치는 빠짐없이 들어 있고 마감도 지켰다. 그런데도 “좀 더 꼼꼼하게 해 주세요”, “의욕이 안 보이네요”라는 말을 듣는다. 일을 줄이려고 방법을 개선한 사람에게는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알기 어려운 지적이다.
이때 확인할 것은 시간을 줄인 결과 누구의 어떤 부담이 달라졌느냐다. 내 수고는 줄었지만 검토하는 사람의 수고는 늘었을 수 있다. 반대로 품질도,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과정도 그대로 유지했는데 오래 애쓰는 모습만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 둘은 다음에 취해야 할 대응이 다르다.
일을 삶의 중심에 놓기보다 약속한 성과를 내고 내 시간을 확보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런 일하는 방식을 지키려면 “어디까지 하면 끝난 것인가”를 상대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데서 시작하는 편이 좋다.
“빠르다”와 “대충 했다”를 가르는, 보이지 않게 된 일
가상의 예로, 매주 작성하는 매출 보고서를 자동 집계한 표 한 장으로 바꿨다고 하자. 작성자는 40분을 절약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이 알고 싶은 것은 수치 목록보다 “지난주와 무엇이 달라졌고, 어디에 판단이 필요한가”일 수 있다. 설명이 사라져 읽는 사람이 매번 다시 물어야 한다면 그 수고까지 포함해 개선안을 돌아봐야 한다.
반대로 비교 기준, 이상 수치 확인, 판단이 필요한 항목을 모두 남겼는데도 “전에는 시간을 더 들였잖아요”라는 말만 나온다면, 그 지적이 품질의 어느 부분을 가리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살펴볼 지점은 세 가지로 좁힐 수 있다.
- 성과: 필요한 정보와 정확도, 기한, 안전 관련 확인 요건을 충족했는가
- 인계: 다음 사람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가. 생략한 설명이나 확인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는 않았는가
- 겉으로 보이는 모습: 앞의 두 가지를 충족해도 오래 일하는 모습이나 세세한 형식이 평가 기준이 되는가
다음 사람이 쓰기 좋게 정리하는 데는 분명 가치가 있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을 끝없이 늘리면, 효율을 높일수록 남몰래 고생하는 모습을 연출해야 하는 이상한 일이 생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은 시작 전에 합의할수록 힘이 있다
혼자서 “이 정도면 됐다”고 정하면 결과물을 완성한 뒤에야 상대의 기대와 어긋났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작은 일이라도 목적, 사용할 사람, 빠뜨릴 수 없는 조건, 기한이라는 네 가지를 먼저 맞추면 줄여도 되는 부분이 선명해진다.
매출 보고서라면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금요일 회의에서 추가 조치가 필요한 상품을 결정하기 위한 자료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주 대비 수치와 재고, 변동이 큰 세 건에 대한 설명을 한 장에 정리하면 충분할까요? 이번에는 디자인을 다듬는 것보다 수치 검증을 우선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단순히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것보다 상대가 부족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기 쉽다. “임원 보고용이니 추이 그래프도 필요해요”라는 답이 오면 추가 요건으로 다룰 수 있다.
업무 조건을 합의했다고 해서 안전, 법규, 계약, 사내 필수 절차에 관한 확인을 임의로 없애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확인을 생략하기는 어렵다. 무엇을 위한 확인인지 모를 때는 담당자에게 목적과 변경 가능한 범위를 물어야 한다.
A안과 B안을 제시할 때는 상대가 생각할 여지도 남긴다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법은 유용하다. 다만 두 안이 모두 나에게만 편리하거나 그 자리에서 즉시 결정하라고 요구하면, 상대에게는 정해진 답을 강요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A와 B 중 어느 쪽인가요?”에서 설명을 한 단계만 더해 보자.
“오늘까지라면 A안으로 검증이 끝난 수치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추가 분석을 포함한 B안은 내일 가능합니다. 회의에서 판단하는 데는 A안이면 충분하다고 보는데, 빠진 조건이 있을까요? 오후 3시까지 방향을 정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목적, 각 선택에 따르는 대가, 내 제안, 상대가 수정할 여지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다. 일이 추가될 때도 “할 수 있습니다”라며 모두 떠안기 전에 “이 일을 오늘 넣는다면 지금 진행 중인 두 건 중 어느 것을 내일로 옮길까요?”라고 우선순위를 확인한다.
이처럼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상대도 존중하는 방식을 자기주장적 의사소통, 즉 ‘어설티브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Mayo Clinic도 요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서로의 권리와 생각을 존중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말하는 방법을 조정하는 목적은 내 한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떤 조건에서 협의할 수 있는지 분명히 하는 데 있다.
“대충 했다”는 말을 들으면 인성 평가에서 실제 작업으로 돌아간다
“대충 했다”, “일방적이다”, “보통은 그렇게 안 한다”는 말만으로는 다음에 어떻게 고쳐야 할지 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상대의 의도를 “설명할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번에는 수치 검증, 설명의 분량, 제출 전 협의 중 어느 부분이 부족했나요?”라고 실제 작업 항목으로 돌아가 물어보자. 구체적인 부족함이 있다면 수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계산은 맞았어도 다른 부서에 영향을 주는 변경 사항을 미리 공유하지 않았다면, 사전에 간단히 알리는 단계를 절차에 넣을 수 있다.
“늘 하던 형식으로 해 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 형식이 감사나 비교를 위한 것인지, 단지 익숙하기 때문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 한꺼번에 전면 변경하는 대신 한 차례 분량만 기존 방식과 간소화한 방식을 나란히 제시하고, 검토 시간과 질문 수를 비교하는 작은 시험도 가능하다.
개선 결과를 기록할 때는 “작성 시간이 줄었다”뿐 아니라 “반려나 수정 요청이 늘지 않았다”, “다른 담당자도 사용할 수 있었다”까지 담으면 설명하기 쉽다. 속도만 내세우면 보이지 않는 부담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질문할 때마다 비난받는다면 말투만 문제 삼지 않는다
조건을 확인하려 할 때마다 인격을 비난받는다. 승인받은 방식이 나중에 부정되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도 알려 주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설명을 더 잘하는 것만으로 해결하려 할수록 소모가 커질 수 있다.
Edmondson의 연구는 심리적 안전감을 팀 안에서 질문하거나 실패를 보고하는 등의 대인관계상 위험을 감수해도 괜찮다는 공유된 인식으로 다룬다. 1999년 한 제조업체의 51개 팀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심리적 안전감과 학습 행동 사이에 관련성이 나타났다. 이는 개별 상사를 진단하는 도구는 아니지만, “모른다고 물어볼 수 있는가”를 업무 환경의 문제로 살펴보는 실마리가 된다.
정중하게 말한다고 상대가 반드시 납득하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는 합의 내용을 짧게 남기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오늘 확인한 내용은 금요일까지 A안을 제출하고 추가 분석은 다음번에 다루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변경 사항이 있으면 필요한 범위와 기한을 알려 주세요.”
기록할 것은 요청, 조건, 결정, 변경 사항과 그 영향이다. 상대의 성격에 대한 평가나 화를 담은 긴 글은 섞지 않는다. 답장이 없다고 승인한 것으로 단정하지 말고, 중요한 결정은 명시적으로 확인한다. 기록의 목적은 나중에 상대를 탓할 자료를 모으기보다 같은 엇갈림을 되풀이하지 않는 데 있다.
효율을 높인 뒤, 정말 여유가 남는가
작업 시간이 40분 줄어도 빈 시간이 전부 다른 일로 채워지면 당사자의 부담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절약한 시간을 품질 확인, 바쁜 시기를 위한 대비, 초과근무 줄이기 중 어디에 쓸지까지 이야기할 수 있으면 효율화의 목적이 흔들리지 않는다.
일 밖에서 회복할 시간과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남겨 두는 것도 중요하다. 잘 버티는 사람일수록 직장의 무리한 요구를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계속 메우곤 한다.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업무 배치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삼지 않아도 된다.
한 번의 거친 지적만으로 직장 전체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건을 구체화하고, 작게 시험하고, 제삼자에게도 상의했는데 여전히 기준이 계속 바뀐다면 담당 업무 변경, 부서 이동, 이직을 위한 정보 수집도 선택지에 넣을 수 있다. 건강이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개선 실험을 이어 가기보다 도움을 받는 일을 우선하는 편이 좋다.
일을 줄이고 싶다는 바람은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까지 말로 정리할 때 업무 개선 제안이 된다. 우선 업무 하나에서 완료 기준과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을 맞춰 보자. 그 뒤에도 성과보다 고생하는 모습이 계속 요구된다면, 그 직장이 나와 맞는지도 판단 기준에 넣어도 된다. 일을 일찍 끝낸 뒤 내 시간이 돌아오는 것. 효율을 높이는 일은 그 목적에 닿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