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5초 결론
먼저 AI에게 대전과 덱 비교를 아주 많이 시킨다. 사람은 그렇게 좁혀진 40장과 이기는 방법을 들고 랭크전에 들어간다. 거기서 필요 없는 카드와 행동을 더 줄이고, 같은 상대를 여러 번 만나면 그 사람의 습관까지 외우게 된다.
AI: 찾아봐야 할 경우의 수를 줄인다
사람: 실전에서 고민할 갈림길을 줄인다
재대전: 상대의 습관을 줄인다
뇌: 판의 모양을 통째로 외운다
이번 익명 실전에서는 어그로 나이트메어로 다이아 그룹까지 올라갔고, 그 뒤에도 꽤 많이 이겼다. 그런데 가장 재미있었던 건 “다이아라서 강하다”가 아니었다. 같은 상대를 다시 만날수록 이 게임이 상대만 모르는 긴 시리즈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위치(마녀) 상대로는 결국 카드 이름을 정확히 다 외울 필요도 거의 없어졌다.
연구자 아저씨. 실험체. 사자. 네, 다음은 이거.
계산이 없어진 게 아니다. 예전에 한 계산이 작게 줄어들어서, 화면을 보는 순간 답이 떠오르는 것이다.
1. AI가 먼저 지뢰밭을 걸었다: 사람은 40장을 맨땅에서 찾지 않았다
이 덱 앞에는 오랜 AI 연구가 있었다. 공식 대회 덱에서 시작해 카드 DB, 규칙 엔진, 멀리건, 선공·후공, 플레이 방식, 상대 덱별 최저 승률, 질 때의 위험까지 다뤘다. 규칙을 완전히 구현한 쪽에서는 12,480판까지 돌렸고, 그 과정에서 “규칙이 맞아도 AI의 판단이 약하면 어려운 덱을 잘못 평가한다”는 문제도 겪었다.
9번째 확장 첫날에 쓸 수 있는 범위에서는 32가지 덱을 2,324판으로 비교했다. 그 모델 안에서 어그로 나이트메어가 평균 81.0%, 가장 불리한 상대에게도 63.9%로 1위였다. 해적 로얄만 따로 5,904판, 처음 보는 시드 1,944판까지 검증했더니 기준 40장이 91.4%였다.
다만 둘 다 “랭크전에서 그대로 81%, 91.4%를 이긴다”는 뜻은 아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후보를 아주 많이 버려서 사람이 시험해 볼 범위를 좁혔다는 것이다.
사람이 100판을 하고 “이거 약한 거 아냐?” 하고 깨닫기 전에 기계가 먼저 지뢰를 밟는다. 사람은 답을 맞춰 보는 데서 시작한다.
2. 다이아와 재대전: 화면은 한 판, 머릿속은 7판 승부
월즈 비욘드의 그룹은 랭크와 따로 있고, 공식 설명으로는 최근 승패에 따라 오르내린다. 보통의 BP/MP는 져도 줄지 않지만 그룹은 내려갈 수 있다. 다이아는 가장 높은 그룹이고, 그랜드마스터로 올라가면 공식 규칙상 CR 1600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다이아에 닿았다는 건 “많이 돌렸다”만이 아니라, 적어도 최근에 꽤 많이 이겼다는 신호가 된다.
하지만 다이아라고 해서 반드시 상대가 줄어든다거나 다이아끼리만 만난다고는 말할 수 없다. 매칭 방식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실전에서는 평일 낮이나 한밤중처럼 사람이 적은 시간에 같은 상대를 다시 만났다.
1판째: 평범한 한 판.
2판째: 지난번 정보가 있다.
3판째: 상대 개인의 습관까지 추측하게 된다.
화면은 한 판. 머릿속은 7판 승부.
“이 사람은 5턴째에 이렇게 받아친다.” “여기서는 아끼지 않는다.” “이 판에서는 제거부터 한다.” 덱을 상대하던 것이 어느새 그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된다.
3. 요즘 실험체 마녀는 “연구자 + 실험체 + 사자”로 외우면 된다
9번째 확장의 실험체 마녀는 “만술의 죄인 세피”, “심취한 연구자”, “몰입의 실험체” 같은 카드로 실험체를 쌓아 간다. “몰입의 실험체”는 초반부터 판에 손을 댈 수 있고, 조건이 차면 5/5 정도로 커지며, 세피 쪽 준비가 되면 질주로 때리는 압박까지 생긴다.
내 쪽에서 볼 때 위험 신호는 카드 설명 전체보다 훨씬 적다.
연구자가 나왔다
→ 실험체가 늘었다
→ 5/5 정도
→ 질주가 올 차례
여기서 말하는 “사자”는 실험 계열 카드의 그림을 보고 붙인 겉모습 별명이다. “절진의 현현 라이오”라는 카드가 아니다.
랭크전은 카드 이름 받아쓰기 시험이 아니다. “사자 나왔다 = 이렇게 받는다”가 맞는 갈림길이라면 실전에서는 그걸로 충분하다.
어그로 나이트메어 쪽에서는 방침도 더 강해졌다. 5~6턴쯤에 쓸모없는 추종자를 아무렇게나 내서 상대에게 회복이나 판 되찾기의 재료를 주지 않고, 상대 리더에게 닿는 카드와 질주를 한꺼번에 모은다.
판을 되찾는 게 목적이 아니다. 상대 리더를 없애면 판도 전부 사라진다.
4. “계산 안 한다”의 정체는 덩어리 짓기: 답을 저장해 둔 것뿐
처음에는 PP, 실험체 수, 회복할 대상, 다음 질주, 마무리 각까지 하나씩 생각한다.
같은 종류의 덱을, 게다가 같은 사람을 여러 번 만나면 그것들이 한 덩어리가 된다.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청킹과 비슷하다.
초보에게는 이렇게 보인다.
카드 A + 판 B + 남은 PP + 상대 손패 추측 + 다음 턴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것으로 끝난다.
“아, 사자 모양이네.”
생각을 버린 게 아니다. 전에 계산한 결과를 매번 다시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모양으로 저장해 둔 것이다. 계산기를 부순 게 아니라 답을 저장해 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어그로 나이트메어는 내 쪽 판단도 단순하다.
깎을 수 있으면 리더를 친다.
상대 회복의 먹이가 되면 내지 않는다.
질주는 모아서 쓴다.
확실한 마무리 각만 막는다.
VS 제타를 쓸 거면 내 체력도 본다.
내 쪽이 단순하니까 남는 머리를 상대의 습관에 쓸 수 있다.
5. 엄청 이긴다. 하지만 “진짜 승률”과는 나누어 봐야 한다
지금 느끼는 높은 승률에는 적어도 다섯 가지가 섞여 있다.
- 어그로 나이트메어 덱 자체의 힘
- AI로 처음 후보를 좁힌 효과
- 실전에서 필요 없는 카드와 행동을 줄인 효과
- 실험체 마녀처럼 자주 만나는 상대에 대한 부분적인 적응
- 같은 상대와 재대전하며 개인의 습관까지 외운 효과
서로 다른 100명에게 70% 이기는 것과, 같은 소수를 여러 번 만나 상대를 외운 뒤에 70% 이기는 것은 통계적으로 뜻이 다르다. 뒤쪽도 랭크전에서 이기는 기술이지만, 덱의 일반적인 성능 자체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통하는지 보려면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 상대를 바꿔 가며 20~30판 이상 새로 해 봐야 한다. 그래도 비슷하게 이기면 “한밤중 동네 사람들을 외웠을 뿐”은 아니다.
다만 지금 랭크전에서 이기는 게 목적이라면 한밤중 동네 사람들을 외우는 것도 완전히 정당한 방법이다.
6. 최종 결론: 찾는 일은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예외만 외운다
흐름은 하나로 이어진다.
AI 연구
→ 후보를 줄인다
→ 어그로 나이트메어를 실전에 쓴다
→ 판을 되찾기보다 바로 때리는 쪽으로 간다
→ 마녀 상대의 정석을 외운다
→ 다이아에 오른다
→ 같은 상대의 습관까지 외운다
→ 판의 모양이 덩어리가 되어 오래 고민할 일이 사라진다
처음에는 이랬다.
“카드게임 계산 귀찮으니까 AI한테 시키자.”
마지막에는 이렇게 됐다.
AI “1만 판 봤습니다.”
사람 “사자 나왔다. 네, 이 패턴.”
AI가 사람 대신 게임을 해 준 이야기가 아니다.
찾는 일을 맡겼더니 사람이 ‘현장의 예외’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