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응대가 겹치면서 하던 일이 멈춘다. 담당 범위가 모호해 같은 확인 요청이 몇 번이고 돌아온다. 그래서 사실을 정리하고 표현에도 신경을 써서 개선을 제안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좀 더 주도적으로 해라”, “그 태도가 문제다”라는 이야기다. 결국 전화가 연결되는 방식도 담당도 달라지지 않고, 제안한 나만 지쳐 있다.
한 번이라면 설명이 부족했거나 상대가 바쁜 때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말한 사람을 평가하는 대화가 반복되면, “다음에는 어떻게 말해야 통할까”를 계속 고민하는 일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그럴 때는 상대를 바꾸기 위한 설득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 도움을 구할 곳, 접촉 방식, 부서 이동이나 이직의 조건을 다시 살펴봐도 좋습니다.
다만 이 글만으로 상사의 속마음이나 해당 직장의 실제 사정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부서 이동이 반드시 정답인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생각해 보려는 것은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체력을 모두 소진하지 않고, 필요한 업무를 계속하면서 선택지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1. 제안의 채택 여부만 보지 말고, 무엇을 논의했는지 살펴보기
개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직장이 학습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예산, 거래처와의 약속, 안전성, 다른 업무에 미치는 영향 등 제안하는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제약도 있습니다.
채택 여부와 함께 살펴볼 것은 판단의 이유와 다음에 할 일이 분명한지입니다.
- 무엇을 문제로 확인했는가.
- 어떤 부분에 사실관계가 부족하고, 무엇을 조사하면 되는가.
- 누가 어떤 조건에 따라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가.
- 지금 실행할 수 없다면 대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나중에 다시 검토할 기회가 있는가.
“그 안은 비용이 많이 드니 우선 문의 창구를 하나로 좁혀 시험해 보자”라는 답이라면, 안이 달라지더라도 문제 자체는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 “건방지다”, “보통은 알아서 안다”는 말만 듣고 원래 문제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고 기한과 담당자도 정해지지 않는다면, 제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논의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자신의 설명을 돌아보는 것과 상대의 모든 반응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다릅니다. “이번에는 자료의 이 부분을 고치겠다”는 것과 “인격을 부정하는 말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을 한 묶음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2. 상사 한 사람의 성격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기
상사가 실무, 부하 직원 지원, 부서 간 조율, 돌발 상황 대응을 모두 맡고 있는데, 더 윗선의 판단마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현장의 문제가 한 사람에게 몰릴 수 있습니다.
윗사람에게는 “일을 잘 챙겨서 해 주는 사람”으로 보이더라도, 아랫사람에게는 “우선순위도 정하지 않고 일을 늘리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모습이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윗사람에게 순종하니 보호받는 것이다”, “부하 직원을 입 다물게 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속마음까지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위 관리자가 무엇을 파악하고 있는지, 인력 배치에 어떤 제약이 있는지는 밖에서 알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은 업무 조건입니다.
- 일이 추가될 때 무엇을 뒤로 미룰지 결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 담당자가 어려움을 겪을 때 상위 판단을 요청할 곳이 있는가.
- 인력이나 예산을 바꿀 수 있는 사람에게 실제 부담이 전달되는가.
- 관리와 실무를 겸하는 사람에게 상담과 조율을 위한 시간이 확보되어 있는가.
- 결정되지 않은 일을 누군가의 야근이나 선의만으로 메우고 있지는 않은가.
중국의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Wang 등의 연구는 역할 과부하, 직장 내 불안, 변화에 대한 저항 사이의 관계를 검토했습니다. 다만 일본의 특정 직장에서 “어떤 직책이 없기 때문에 상사가 공격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는 아닙니다. 중간관리자의 역할 과부하를 다룬 연구
부담의 배경을 생각한다는 것은 모욕이나 부당한 대우를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자는 뜻이 아닙니다. 원인을 개인의 성격에만 가두지 않고, 업무 배분과 의사결정 경로까지 넓혀 살펴보자는 뜻입니다.
3. 의견이 나오지 않는 회의가 문제가 없는 회의는 아니다
질문하면 능력을 의심받는다. 실수를 알리면 재발 방지보다 사람을 탓하는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우려를 제기해도 매번 “피곤한 사람”이라는 평가로 끝난다.
이런 경험이 계속되면 말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회의가 조용해졌다고 해서 문제 자체가 줄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Edmondson의 1999년 연구는 미국의 한 제조기업에 속한 51개 팀을 조사해, 대인관계에서 위험을 감수해도 된다는 팀의 인식과 학습 관련 행동 사이의 관계를 검토했습니다. 횡단적 조사이므로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질문이나 우려를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는 데 참고할 수 있지만, 특정 상사나 직장을 진단하는 연구는 아닙니다. 심리적 안전감과 팀의 학습 행동에 관한 연구
심리적 안전감은 모두가 늘 동의한다는 뜻도, 주의나 책임이 사라진다는 뜻도 아닙니다. 잘못을 확인하거나 반대 의견을 전할 때 상대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Morrison과 Milliken의 2000년 논문은 직원들이 우려를 말하지 않게 되는 “조직 침묵”을 설명하는 이론적 모형을 제시합니다. 침묵의 배경을 생각하는 관점이지, 조용히 있는 사람은 모두 퇴사를 준비 중이라는 조사 결과가 아닙니다. 조직 침묵을 논의한 원논문
문제를 파악하려면 “의견 없으시죠”로 끝내기보다, 나온 우려가 이후 어떻게 다뤄졌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견을 듣는 자리만 늘고 답변이나 결정이 없다면, 말하는 사람의 부담만 커질 수 있습니다.
4. 전화를 빨리 받는 방법과 전화가 연결되는 구조를 바꾸는 방법
예를 들어 특정 담당자에게 전화가 몰리고 있다고 해 봅시다.
“현재 창구는 유지하되 당번을 정해 놓치는 전화를 줄이자”는 대응도 가능합니다. 한편 “애초에 모든 문의를 이 담당자가 받아야 하는가”라는 전제부터 다시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Chris Argyris는 정해진 전제 안에서 오류를 수정하는 학습과, 그 전제나 판단 기준 자체를 다시 묻는 학습을 구분했습니다. 전자를 단일고리 학습, 후자를 이중고리 학습이라고 부릅니다. Argyris의 학습 모형 논문
중요한 것은 전제를 다시 검토하는 방식이 언제나 더 낫다는 이야기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당번을 조정해 지장을 줄이는 대응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반대로 전화 전환 설정만 바꿨다고 해서 반드시 근본적인 전제까지 재검토한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의 전화 사례에서는 다음 순서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어떤 문의가 얼마나, 어디에서 오는지 확인한다.
- 필요한 문의와 안내 부족이나 잘못된 담당 연결 때문에 들어오는 문의를 구분한다.
- 문의 창구, 담당별 연결, 전화 전환, FAQ, 회신 전화와 알림 규칙을 검토한다.
- 필요하다면 “모든 문의에 이 사람이 즉시 답한다”는 전제도 다시 검토한다.
- 고객 응대나 긴급 상황에 지장이 없는지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과 확인한 뒤 시험해 본다.
전화 자체를 없애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필요한 응대를 유지하면서도 누군가 한 사람의 업무 중단에만 의존하지 않는 방식을 찾는 것입니다.
“현재 창구에서 놓치는 전화를 줄이는 방법”을 생각할 때와 “누가 어떤 문의에 답해야 하는가”를 정하려 할 때는 필요한 결정권자도 다릅니다. 자신에게 권한이 없는 체계까지 혼자 바꿔야 할 숙제로 떠안을 필요는 없습니다.
5. “방어적인 사람”이라고 규정하기 전에, 멈춰 버린 논점을 남기기
개선에 관한 이야기가 말투나 지위에 관한 이야기로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상대가 느끼는 수치심이나 열등감, 의도를 읽어 낼 수는 없습니다.
기록을 남긴다면 속마음을 추측하기보다 무엇이 미결정 상태로 남았는지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 “지금 그 얘기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면, 언제 어디에서 다룰지 정해졌는가.
- “전달 방식이 문제다”라고 했다면, 고칠 부분을 물은 뒤 원래 문제에도 답을 받았는가.
- “주도성이 없다”라고 했다면, 기대하는 행동과 맡길 수 있는 판단의 범위를 제시했는가.
- “보통은 알아서 안다”라고 했다면, 미리 공유된 기준을 확인할 수 있는가.
- 회의나 관리표가 늘었다면, 판단할 사람과 다음 행동도 정해졌는가.
- 누가 실수했는지 확인한 뒤, 조건이나 절차를 다시 검토하는 데까지 이어졌는가.
회의, 관리표, 원인 조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업무를 진행하는 데 쓰이는지, 보고만 늘리는 일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한 번의 반응으로 “이 사람은 평생 배우지 않을 것이다”라고 결론 내리지 않아도, 반복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상담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인격에 판결을 내리지 않고도, 거리나 담당 업무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할 이유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6. 업무 지도의 내용은 확인하고, 인격에 대한 평가와는 구분하기
업무 설명을 요청했는데 “내가 가르쳐 주고 있다”는 분위기만 강하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이런 대화는 내용뿐 아니라 위계질서까지 강요받는 듯해 피로를 줍니다.
그래도 상대의 말을 전부 무가치하다고 판단하기보다, 구체적인 업무상 지적이 있는지 구분하는 편이 자신의 업무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확인할 것은 무엇을 고칠지,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언제까지 할지, 누가 판단할지, 다른 업무와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입니다. 필요하다면 “다음에는 어떤 상태가 되어야 완료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라고 다시 묻습니다.
갈등에는 작업이나 판단의 차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인간관계의 긴장에서 생기는 갈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업무 내용에 관한 갈등은 언제나 유익한 것도 아닙니다.
De Dreu와 Weingart의 2003년 메타분석에서는 관계 갈등뿐 아니라 과업 갈등도 평균적으로 팀 성과 및 만족도와 부적 관련을 보였습니다. 갈등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이 “내용을 논의하는 것이라면 강하게 충돌해도 된다”는 허가증은 아닙니다. 과업 갈등·관계 갈등과 팀의 결과에 관한 메타분석
“이 기한 안에는 작업 A와 B를 모두 끝낼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을 우선할까요?”처럼 확인할 수 있는 업무 조건으로 돌아옵니다. 그래도 모욕이나 위압이 계속된다면, 더 잘 받아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과제로 삼기보다 상담할 곳이나 접촉 방식을 바꾸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7. 이메일과 채팅을 상대를 이기는 도구로 쓰지 않기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강한 말로 이기려 하면 원래 문제보다 말다툼이 더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차분한 문장은 감정이 없는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확인하려 했는지 남기기 위해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우선순위가 바뀐다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요청하신 건을 먼저 진행하면 현재 처리 중인 작업 A는 내일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는 요청하신 건을 우선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기한에 영향이 있어 오늘 오후 3시까지 결정해 주실 수 있을지 부탁드립니다.”
담당자 사이에서 판단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관계자만 포함해 확인합니다.
“작업 A와 B의 우선순위에 대해 담당자 간에 같은 이해를 갖기 위해 공유합니다. 현재로서는 A를 먼저 진행하는 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정해 주실 분과 B의 기한을 확인 부탁드립니다.”
전화의 1차 응대를 요청받았을 때도, 모든 업무를 기한 없이 떠맡는 내용이 되지 않도록 쓸 수 있습니다.
“1차 응대를 맡을 범위와 시간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응대 중에는 작업 A와 B가 중단되므로 우선순위와 제가 자리를 비웠을 때 대신 맡을 담당자도 상의할 수 있을까요?”
이는 상황에 맞게 조정할 예시입니다. “알겠습니다”라고 쓴 탓에 실제로는 감당할 수 없는 조건까지 수락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합니다. 답이 없다는 것을 승인으로 간주하지 말고, 기한이 다가오면 정해진 연락 경로로 확인하면서 미결정 사항과 그 영향을 알립니다.
참조(CC)는 판단이나 업무에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범위로만 보냅니다. 상대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거나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습니다. 인사 관련 상담이나 개인정보가 포함된 내용은 일반 업무 이메일로 널리 퍼뜨리지 말고, 적절한 창구와 공유 방법을 확인합니다.
또한 정중한 이메일을 쓴다고 반드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냈을 때 심한 보복이나 위험이 우려된다면, 먼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담 창구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할지 상의하세요.
8. 기록은 “상대가 얼마나 나쁜지”보다 업무에 미친 영향을 전하기 위해
상담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늘 심하게 군다”는 한 문장만이 아니라, 날짜와 시간, 요청이나 발언, 확인한 사항, 답변, 남은 문제, 업무나 몸 상태에 미친 영향입니다.
예를 들어 “화요일에 문의 창구 변경을 제안했다. 비용 확인이 필요하다는 답을 받았지만 확인 담당자는 미정이다. 그 이후에도 하루에 몇 번씩 다른 업무에 관한 문의 때문에 하던 일이 중단됐다”라고 정리하면, 무엇을 결정해 달라는 것인지 이야기하기 쉬워집니다. 알 수 없는 횟수나 시간을 정확한 숫자인 것처럼 만들어 내지 말고, 기록으로 확인한 부분과 추정치를 구분합니다.
기록을 남길 때도 회사의 정보 관리 규정과 제3자의 개인정보에 주의해야 합니다. 고객 자료나 사내 이메일 전체를 개인 기기나 개인 클라우드로 옮기라는 뜻이 아닙니다. 외부에 무엇을 보여 줄 수 있는지 망설여진다면, 내용을 더 공유하기 전에 상담 창구에 취급 방법을 확인합니다.
직속 상사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진전이 없다면, 다른 관리자, 인사 부서, 사내 상담 창구, 노동조합 등 이용 가능한 경로를 검토합니다. 상담할 때는 정보가 누구까지 공유되는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상담 후에는 어떻게 연락하는지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상사를 처벌해 달라”는 요구만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사람을 명확히 하고 싶다”, “일대일로 지시받는 상황을 줄이고 싶다”, “담당 업무를 조정하고 싶다”처럼 필요한 변화를 전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심각하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개선안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상담해도 됩니다.
9. 이동할 부서는 상사의 이름보다 업무 조건을 확인하기
현재 상사에게서 벗어나는 부서 이동이 접촉이나 부담을 줄이는 선택지가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부서 이름이 바뀐다고 업무 배분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동할 곳에서 볼 것은 “부장이나 과장이라는 직책이 있는가”뿐 아니라, 그 기능을 누가 맡는지입니다. 작은 조직에서도 판단과 지원 체계가 명확할 수 있고, 큰 조직에서도 담당이 모호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항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 일상적인 우선순위와 여러 부서에 걸친 문제는 누가 결정하는가.
- 내가 맡는 업무와 담당 밖의 업무는 어디서 구분되는가.
- 관리자를 보조하는 역할인가, 공석인 관리자의 역할을 사실상 맡는 것인가.
- 책임에 맞는 권한, 지원, 인력, 처우는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가.
- 야근, 휴일이나 근무시간 외 연락, 급한 업무는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가.
- 개선안을 낸 뒤 결정이나 작은 시도로 이어진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가.
- 이동한 뒤 담당과 부담을 다시 검토할 기회가 있는가.
예를 들어 조달 업무나 표준화를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어떤 업무에 참여할 수 있고 누구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개선을 잘하니까 곤란한 일은 전부 부탁한다”는 말만으로는 배울 기회와 빈 역할을 메우는 일을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가능하다면 설명받은 내용을 서면으로도 확인하고, 이동한 뒤에는 실제 업무와 대조합니다. 부서 이동은 한 번 선택하면 성공한 것으로 끝내는 일이 아니라, 조건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10. 지금 직장에서 얻은 경험과 앞으로 짊어질 책임은 구분하기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있다. 배운 것도 있다. 나름대로 개선한 일도 있다. 그래서 떠나는 것이 망설여질 수 있고, 그런 마음이 들어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과거에 감사하는 것과 앞으로 조직 전체의 문제를 혼자 떠맡는 것은 다릅니다. 인력 배치와 역할을 정하려면 권한을 가진 사람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현장 정보를 전달할 역할이 있더라도,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일의 결과까지 무제한으로 책임질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정리한다면 경력기술서에 쓸 수 있도록 “어떤 문제에 어떤 입장에서 관여했고, 무엇을 바꿨으며, 무엇을 확인할 수 있었는가”를 정리합니다. 개인의 성과와 팀의 성과를 구분하고, 수치는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사용합니다.
여기서 성과를 남긴다는 것은 사내 자료나 고객 정보를 반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공개하거나 외부에 공유해도 되는지 확인한 뒤, 허용되는 범위에서 경험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설명을 잘 정리했다고 해서 이직이나 연봉 상승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직을 검토한다면 업무 내용, 통근, 근무시간, 급여, 생활비, 지원 여부 등 실제로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는 조건을 비교합니다. “지금보다 큰 회사니까 괜찮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직장에 다니면서 정보를 모으거나, 부서 이동을 상담하거나, 휴식이나 휴가를 어떻게 취할지 상의하는 등 상황에 맞는 방식이 있습니다.
11. 몸 상태나 안전이 무너지고 있다면, 부서 이동 때까지 버티는 계획을 세우지 않기
잠을 못 자거나, 출근 전에 심하게 괴롭거나,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등 생활에 영향이 생기고 있다면 업무 협상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의료기관이나 산업보건 담당자 등에게 상담하고, 쉬는 방법과 일하는 방식까지 함께 검토하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후생노동성의 “こころの耳(마음의 귀)”에 직장인을 위한 상담 창구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용 조건과 상담 가능한 내용은 각 창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상담 창구 안내
배치 전환,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 노동 문제는 일본의 종합노동상담코너에서도 상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상담 창구를 안내하는 것이며, 개별 행위가 법적으로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이 글에서 판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의 노동 상담이나 의료기관을 확인하세요. 종합노동상담코너 안내
협박을 받거나 신변이 위험한 상황에서는 일대일로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안전한 장소와 도움을 찾는 일을 우선합니다. 상담을 받기 위해 “조금 더 참아서 사례를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게임에 비유하면, 부서 이동 때까지 HP를 지킨다는 생각은 할 수 있어도 HP가 바닥나야 이동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규칙으로 만들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12. 거리를 둔다는 것은 필요한 연락까지 끊는다는 뜻이 아니다
거리를 조정할 때도 현재 업무를 갑자기 내팽개치거나 필요한 보고를 중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담당과 기한을 확인하고 필요한 연락은 이어 가면서, 불필요하게 긴 응수나 같은 설득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시간을 줄여 나갑니다.
이번 주에 할 수 있는 일을 고른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어려움 한 가지에 대해 사실과 미결정 사항을 나누어 적는다.
- 우선순위와 담당은 필요한 사람에게만 확인한다.
- 안전하게 상담할 수 있는 경로 하나를 확인한다.
- 이동할 부서나 이직할 직장에 필요한 조건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꾼다.
- 수면이나 휴식을 줄일 정도로 설득에 시간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여러 번 이야기해도 문제가 다뤄지지 않고 부담이 계속된다면, 거리나 배치를 바꾸려는 판단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반대로 결정권자가 명확해지고 부담 조정이나 시도가 시작됐다면, 그 변화를 보며 다시 생각할 여지도 있습니다.
목표는 상대에게 “내가 틀렸다”는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닙니다. 일이 진행되고 자신의 생활도 이어 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상사의 마음을 바꾸는 이벤트를 클리어해야만 다음 장소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의 인격을 끝까지 공략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맡을 범위와 앞으로 일할 곳을 생각해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