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뒤 몇 시간째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이거 쓰나? 안 쓰네? 다음”이 점점 빨라진다. 그러다 치약까지 사라진다. 방은 깨끗해졌다. 이제 양치는 못 한다.
이럴 때 늦게까지 여는 드러그스토어가 가까이 있으면 든든하다. 싸고 다시 사기 쉬운 생활용품까지 전부 집에 쌓아둘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 사 오면 된다. 매장이 집 밖에 둔 창고처럼 느껴진다.
중요한 서류나 열쇠, 지갑, 휴대전화는 다르다.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 따로 빼두자. 다시 사면 되는 물건과 잃어버리면 곤란한 물건은 구분해야 한다.
장 보러 갔다가 일을 더 만들지는 말자
바로 보여줄 수 있는 포인트 카드는 쓰면 된다. 하지만 쿠폰을 찾아다니고 행사에 맞춰 일정을 바꾸기 시작하면 간단한 장보기가 또 하나의 일이 된다.
너무 피곤하면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 봉투에 담는 것조차 귀찮다. 직원이 계산해 주는 쪽이 편할 때도 있다. 돈을 아끼는 방법만큼 오늘 내게 남은 힘도 살펴볼 만하다.
설거지도 마찬가지다. 세제와 식기의 사용 안내를 확인하고, 분사형 세제로 가벼운 때가 지워진다면 남은 부분만 문지르면 된다. 프라이팬이라는 최종 보스는 남아 있어도, 그 앞의 작은 전투가 줄면 도움이 된다.
생활용품을 파는 매장에는 감자칩도 있다. 정리는 잠시 멈추고 감자칩을 먹자. 골판지 상자로 만든 도시는 내일도 도망가지 않는다.
치약도 채웠고 감자칩도 있다. 심야 드러그스토어, 제법 든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