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에는 답할 수 있었는데, 두 번째, 세 번째에서 막힌다
첫 번째 지적까지는 아직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를 들으며 어디를 고칠지 생각하고 있는데, 세 번째 지적이 날아온다. 거기에 “애초에 왜 이렇게 한 거예요?”라는 말까지 겹친다.
“아, 아, 아” 하고 머뭇거리다 무엇부터 답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나중에 차분히 살펴보면 설명할 수 있는데, 그 자리에서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하면 “나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라고 결론 내리고 싶어진다.
그런데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상대의 말을 잘 받아 줄 수 있고, 설명 도중에 비유를 바꿀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는 질문도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는 무엇을 바꿔 볼지 살펴보는 단서가 된다. 한 번 말문이 막혔던 장면만으로 자신의 대처 능력 전체를 평가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능력 부족이 아니라 뇌의 방어 반응이었다”라고 원인을 확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긴장, 피로, 수면, 준비, 업무의 난도, 지식과 경험, 상대의 말하는 방식 등 확인해 볼 조건은 여러 가지다.
먼저 생각해 볼 것은 머리를 더 빨리 굴리는 방법보다는, 무엇이 겹칠 때 답하기 어려워지는지, 어떻게 하면 하나씩 다룰 수 있는지다.
힘든 때는 고칠 곳보다 ‘정답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를 때다
지적은 일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목적은 이것입니다”, “이 설명이 부족합니다”, “먼저 여기를 고쳐 주세요”, “이 조건이면 A, 아니면 B입니다”, “판단이 어려우면 이 시점에 확인해 주세요.” 구체적인 정보가 있으면 완전히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확인을 시작할 지점이 생긴다.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그것도 아니에요”라는 말이 이어지는데, 무엇을 충족해야 하는지는 보이지 않을 때다. A를 제시했다가 부정당하고, B로 고치면 새로운 조건이 추가되고, C로 바꾸면 “왜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정답을 배우고 있다기보다는 상대의 머릿속에 있는 답을 맞히는 퀴즈처럼 느껴진다.
업무에서는 조건 자체가 바뀌는 일이 생긴다. 새로운 사정을 알게 됐다면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무엇이 바뀌었는지, 이전 판단은 어떻게 다룰지 공유되지 않으면, 듣는 사람에게는 “매번 틀렸다는 말을 듣는다”는 경험만 남기 쉽다.
지적이 괴롭게 느껴졌는지만으로 그 내용이 타당한지 아닌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엄격한 말이라도 필요한 수정 사항을 담고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필요한 수정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인격을 훼손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고칠 내용과 전달 방식의 문제는 구분해서 다룰 수 있다.
머릿속에서 일곱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 하고 있다
지적을 듣는 동안 다음 일을 모두 하려 하고 있지는 않을까.
- 첫 번째 지적을 기억해 두기
- 두 번째 지적을 이해하기
- 어느 쪽을 먼저 고칠지 생각하기
- 상대의 기분을 살피기
- 반박처럼 들리지 않을 표현 찾기
- 자신이 맡을 책임의 범위 확인하기
-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이렇다면 자료를 수정하는 일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이어 가기 위한 신경 쓰임과 업무상 판단이 같은 자리에 쌓여 있는 셈이다.
정보를 일시적으로 유지하면서 다루는 기능을 ‘작업 기억’이라고 한다. 머릿속의 작은 작업 책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만 책상은 비유다. 이 상황에서 뇌의 용량이 몇 퍼센트 줄었는지, 또는 방어를 위해 전부 소모됐는지를 측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Shields 등의 2016년 메타분석은 실험적으로 급성 스트레스를 유발한 연구들을 종합하여, 평균적으로 정보를 일시적으로 다루는 기능과 사고를 전환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고했다. 한편 모든 인지 기능이 일률적으로 저하된 것은 아니었다.
이는 긴장이 따르는 상황이 생각하기 쉬운 정도와 관련될 수 있다는 배경이 된다. 직장에서 말문이 막힌 사람 개개인의 원인이나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진단하는 연구는 아니다. “뇌가 완전히 멈췄다”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지금 한꺼번에 짊어진 것을 줄일 수 없을까 생각하는 편이 다음 행동을 고르기 쉽다.
“스스로 생각하세요”와 “마음대로 진행하지 마세요” 사이를 채운다
“스스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마음대로 진행하지는 마세요”, “확인하세요. 하지만 지금은 묻지 마세요”, “빨리 제출하세요. 하지만 대충 만든 것은 곤란해요.” 이런 말들이 겹치면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지적받는 듯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반드시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안은 스스로 만들고, 실행하기 전에 승인을 받는다”, “지금은 회의 중이니 오후 확인 시간에 가져온다”, “우선 필수 항목을 갖춘 안을 제출한다”는 것을 알면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채워야 할 것은 그 사이에 있는 조건이다. 무엇을 스스로 결정해도 되는가. 급할 때도 생략할 수 없는 기준은 무엇인가. 질문은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하는가.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진행해도 되는 업무는 무엇인가.
자신에게 무엇이 기대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를 연구에서는 ‘역할 모호성’이라고 한다. 양립할 수 없는 요구를 동시에 받는 것은 ‘역할 갈등’이라고 한다. 용어를 외우기보다는 자신의 어려움이 ‘설명이 부족한 것’인지, ‘조건이 서로 충돌하는 것’인지 나눠 보는 편이 도움이 된다.
Mañas 등의 2018년 연구는 한 서비스 기업에서 역할이 모호한 직장 분위기가 업무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 및 담당 범위를 넘어서는 협력 행동의 낮은 수준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한 시점에 실시한 조사이며, 모호함이 원인이라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모든 모순된 지시나 대화 중 생각이 막히는 현상을 검증한 연구도 아니다.
질문할 수 있다는 것과 아무 지적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다르다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이 걱정됩니다”, “한번 확인하고 싶습니다”라는 말만 해도 능력이나 인격을 부정당할 것 같다. 그렇다면 질문 자체에 업무와는 별개의 부담이 실린다.
심리적 안전감은 질문하거나 우려를 표현하는 등 대인관계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팀 안에서 공유되는 인식을 뜻한다. Edmondson의 1999년 연구는 제조 기업의 51개 팀에서 심리적 안전감과 학습 행동의 관련성을 보고했다. 이 역시 어느 직장에서나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보장은 아니다.
안심하고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은 비판을 전혀 받지 않거나 책임이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확인을 환영하면서 결과물의 부족한 점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양립할 수 있다. “그건 틀렸어요”로 끝나는가, 아니면 “무엇이 다르고, 다음에 무엇을 확인할 것인가”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 차이를 살펴보고 싶다.
질문을 삼가는 이유도 사람마다 다르다. “말이 없으니 주도성이 없다”, “이 상사 때문에 모두가 배우지 못한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질문할 시간과 방법, 작업 중인 안을 보여 줄 자리가 실제로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
무엇이 미정인지 여덟 가지 항목으로 나눠 본다
같은 일을 계속 다시 하게 될 때는 머릿속에서만 정답을 찾기 전에, 다음 항목을 종이나 업무용 메모에 적어 본다.
- 목표: 무엇을 위한 일인가
- 완료 조건: 무엇이 갖춰지면 이번 단계가 끝나는가
- 우선순위: 여러 수정 사항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 판단 기준: 어떤 조건에서 A와 B 중 하나를 선택하는가
- 중간 확인: 언제, 어떤 상태에서 검토받을 것인가
- 맡겨진 범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피해야 할 것: 해서는 안 되는 일과 생략할 수 없는 기준은 무엇인가
- 결정권자: 마지막에 누가 판단하는가
전부를 한꺼번에 채울 필요는 없다. “오늘 먼저 고칠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음 대화가 구체적이 된다. 두 가지 안을 만들기 어려울 정도로 모르겠다면, 모르는 상태 그대로 질문해도 된다.
빈칸이 있다는 사실은 상대가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다. 상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을 수 있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건이 정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알고 있는 것, 바뀐 것,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을 구분한다. 미정인 사안을 자신의 능력 문제로만 떠안지 않기 위한 정리다.
지적이 이어질 때 쓸 수 있는 다섯 가지 답변
다음은 대화를 정리하기 위한 예시다. 연구로 효과가 보장된 대처법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면 골라 쓸 수 있는 표현으로 읽어 주면 좋겠다. 빠른 답변으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시에 다뤄야 할 논점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1. 우선 들은 내용을 나열한다
“잠깐 정리해 보겠습니다. 방금 지적하신 내용은 첫 번째가 〇〇, 두 번째가 △△라고 이해했는데 맞을까요?”
모두 이해한 뒤에 말하려 하지 말고, 알아들은 범위를 먼저 꺼낸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세 번째 내용을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라고 확인한다. 메모 형태로 보여 줄 수 있다면 서로 다르게 이해한 부분도 찾기 쉬워진다.
2. 동시에 고치기 전에, 먼저 고칠 한 가지를 묻는다
“여러 가지 말씀해 주셔서 우선순위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먼저 〇〇부터 고치면 될까요?”
스스로 순서를 제안하기 어렵다면 “가장 먼저 고칠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도 된다. 지적 사항을 잊지 않기 위한 목록과 지금 실제로 작업할 순서를 구분한다. 안전 문제나 당장 대응해야 하는 일은 먼저 확인한다.
3. 즉답을 피하려면, 답할 시각도 상의한다
“여기서 바로 답하면 확인을 빠뜨릴 것 같습니다. 메모를 정리한 뒤 답변드리고 싶은데, 언제까지 답변드리면 될까요?”
먼저 “오후 3시에 다시 와서 확인해도 될까요?”라고 제안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말없이 혼자 떠안거나 답을 무기한 미루는 대신, 정리할 시간과 다음 확인을 상의하는 것이다. 예시에 나온 시각이 회복에 필요한 시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4. 회의 시간에 맞춰 다룰 범위를 정한다
“이번 30분 동안은 범위, 일정, 확인 시점을 먼저 정하고, 세부 검토는 다른 시간을 잡아 상의할 수 있을까요?”
이는 범위에 대한 제안이지, 일방적으로 안건을 빼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긴급한 문제나 안전에 관한 확인을 생략하지 않도록 지금 무엇을 다룰지 합의한다. 30분이라는 길이도 예시일 뿐이다.
5. 판단 조건과 실행해도 되는 범위를 구분한다
“조건이 〇〇이면 A안, △△이면 B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건과 실행 전에 누구의 확인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다르면 나중에 고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진행하는 것만으로 승인을 받은 셈이 되지는 않는다. 답이 없는 것도 허가가 아니다. 자신의 권한을 넘는 일, 되돌리기 어려운 일, 안전·기밀·비용·외부에 대한 약속과 관련된 일은 필요한 확인을 받은 뒤 진행한다. 답변을 받지 못하면 정해진 상담·확인 경로를 통해 확인한다.
기록하는 것과 계속 견디는 것은 별개다
대화가 끝난 뒤에는 날짜와 시각, 실제로 들은 말, 요청받은 수정 사항, 미정인 사안, 업무에 미친 영향을 구분해 남길 수 있다. “일부러 곤란하게 만든 것 같았다”와 같은 해석은 사실과 따로 적는다. 조건이 바뀌었다면 무엇이 언제 바뀌었는지도 기록한다.
업무 정보와 개인정보는 직장에서 허용한 저장 공간에 보관하고, 업무상 필요가 있으며 해당 정보를 공유받도록 허용된 대상에게만 공유한다. 여기서는 개인 클라우드나 AI로 옮기거나, 허락 없이 녹음을 시작하는 일을 권하지 않는다.
또한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하거나 모욕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이 다섯 가지 표현을 잘 활용하며 견딜 필요가 없다. 안전을 우선해 대화를 중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동석을 요청하거나, 다른 상사나 신뢰할 수 있는 상담 경로를 이용하는 선택지가 있다. 말을 꺼내지 못했거나 시도해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의 실패로 돌릴 필요는 없다.
괴로움이 계속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일과 생활에 지장이 생길 때는 이 글만으로 원인을 정하지 말고, 산업보건의·보건간호사 또는 의료기관에 상담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こころの耳(마음의 귀)’가 상담 창구와 의료기관을 찾는 방법을 안내한다. 직장의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후생노동성의 ‘종합노동상담코너’라는 외부 상담 창구도 있다.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의 산업보건·의료·노동 상담 창구를 확인해 주기 바란다.
‘말문이 막힌 나’만을 나의 전부로 삼지 않는다
차분한 자리에서는 말할 수 있는데, 연속되는 지적이나 뒤늦게 추가되는 조건 속에서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차이가 있다면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로 끝내지 말고, 어떤 조건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봐도 된다.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보충하는 일과 지시의 모호함이나 대화 방식을 재검토하는 일은 둘 다 할 수 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직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음에 두 번째, 세 번째 지적이 이어지면, 사용할 만한 상황에서 “잠깐 메모하겠습니다. 우선 어디부터 고칠까요?”라고 흐름을 잠시 끊어 보자. 모든 말에 즉답하기보다 다음에 다룰 한 가지를 확인한다. 그것이 머릿속의 정답 맞히기 게임에서 업무를 논의하는 대화로 돌아오는 한 걸음이 된다.
- Shields, Sazma & Yonelinas(2016), “The Effects of Acute Stress on Core Executive Functions: A Meta-Analysis and Comparison with Cortisol”. 급성 스트레스 실험의 메타분석. 평균적인 영향과 개인의 원인 진단을 구분해야 한다. 자료 읽기
- Edmondson(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제조 기업의 51개 팀을 조사한 연구. 심리적 안전감과 학습 행동의 관련성을 보고했다. 자료 읽기
- Mañas 등(2018), “Consequences of Team Job Demands: Role Ambiguity Climate, Affective Engagement, and Extra-Role Performance”. 서비스 기업의 횡단 조사. 역할의 모호함, 업무에 대한 감정, 협력 행동의 관련성을 다룬다. 자료 읽기
- 후생노동성 ‘こころの耳(마음의 귀)’ 상담 창구 안내. 일본에서 일·건강과 관련된 상담 창구와 의료기관을 찾기 위한 안내. 자료 읽기
- 후생노동성 ‘종합노동상담코너 안내’. 일본의 직장 내 노동 문제에 관한 상담 창구. 자료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