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자기 일을 한다. 점심 전에는 신입 질문에 답한다. 오후에는 실수를 수습한다. 퇴근하려는데 상사가 “보고서 다시 고쳐 주세요”라고 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이 계속 쌓인다. 회사는 좋은 리더라고 부르지만, 당사자는 하루가 끝나지 않는다.
이 글의 장면은 여러 직장에서 생길 법한 상황을 합친 예시다. 특정 회사의 실제 사건이 아니다.
후배를 가르치는데 내 일은 그대로다
신입이 막히면 설명하고, 실수하면 바로잡고, 일정이 급하면 대신 마무리한다. 덕분에 팀은 무사히 넘어간다.
그런데 가르치는 시간을 업무에 넣지 않으면? 후배의 일은 끝나지만 선배의 원래 일만 저녁까지 남는다.
“리더니까 도와야지”는 맞는 말이다. 다만 할 일을 늘렸다면 그만큼 시간을 주거나 다른 일을 줄여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라면서 정답은 뒤늦게 알려 준다
상사가 “알아서 해 봐”라고 했다. 직원이 결정하자 마감 직전에 “왜 그렇게 했어?”라고 한다. 다음번에 미리 물으면 “그 정도도 혼자 판단 못 해?”라는 답이 돌아온다.
어느 쪽을 골라도 혼나는 게임이라면 누구도 편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맡길 때는 먼저 완성 기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범위, 꼭 상의할 상황을 말해야 한다. 방법을 고를 자유와 최종 결정을 내릴 권한은 다를 수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떠나면 빈자리가 드러난다
경험 많은 사람은 문제가 커지기 전에 알아채고 메운다. 그래서 겉으로는 팀이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이동하거나 그만두면, 조용히 처리되던 일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남은 사람에게 일이 넘어가고 또 누군가 지친다. 퇴사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런 부담은 회사가 줄일 수 있다.
좋은 말 대신 일을 다시 나누자
교육과 뒷수습에 쓰는 시간을 세어 보자. 새 업무를 주면 기존 업무 중 무엇을 미룰지도 정하자. 결정권과 보고할 때를 구분하고, 반복되는 실수는 일하는 순서부터 살펴보자.
직원에게도 보고할 책임은 있다. 하지만 시간과 권한은 주지 않고 결과만 책임지라는 건 공정하지 않다.
“이 일을 추가하면 지금 하던 일 중 무엇을 뒤로 미룰까요?” 이 질문이 팀을 살릴 수 있다.
가장 든든한 사람이 일주일 쉬었다고 업무가 멈춘다면, 그 팀은 리더를 키운 게 아니라 사람 한 명을 비상 발전기로 쓰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