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자고 건강검진 받은 날: 공짜 몬스터 에너지 받고 시청 전입·전출 신고까지

적용 지역: 이 글은 일본의 제도와 규칙을 설명합니다. 거주하는 나라에서는 규칙·금액·절차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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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온라인 행정 민원을 하느라 카드를 몇 번이나 찍었고, 건강검진에서는 미리 알려준 내용을 또 설명해야 했다. 이미 머리는 꽤 혹사당한 상태. 그래도 검진은 계속된다. 끝나면 시청도 가야 한다. 오늘 내 역할은 분명 '이용자'였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리 봐도 검사 라인을 흘러가는 제품이자 행정 시스템 무급 디버거가 되어 있었다.

1. 건강검진은 약 1시간 반. 폰 없으면 꽤 길다

검사 하나하나는 금방 끝난다. 문제는 대기 시간이다. 접수, 신체 계측, 채혈, 시력, 청력, 심전도, 흉부 엑스레이, 진찰. 짧은 단계 사이사이에 '다음에 이름 불릴 때까지'가 끼어 있다. 회사 검진은 담당자들이 옆으로 쭉 앉아 있고 사람이 옆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많았는데, 이번엔 방이 고정되어 있고 내가 건물 안을 돌아다니는 방식이었다. 폰 챙겨 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없었으면 1시간 반 내내 아냐 모드로 "아직… 멀었어…?" 하고 있었을 거다.

2. 앞트임 검진복에 조용한 복도. 이거 찜질방 아니야?

갈아입으면 앞이 트인 검진복에 반바지. 조용한 복도, 소파, 번호 부르는 목소리,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다 또 앉기. 이건 거의 찜질방이었다. 안내하는 직원 목소리까지 이상하게 좋다. 건강검진이 아니라 잠깐 힐링 스파에 온 기분. 그런데 다음 방에서 기다리는 건 뜨끈한 돌바닥이 아니라 심전도다. 누워서, 조용히,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기. 잠 못 잔 사람한테 이 조건을 주면 그냥 낮잠 시작이다. 실제로 잠들 뻔했다.

3. 베테랑 채혈 선생님, 그리고 같은 '출하 라인' 동기들

채혈 담당자는 딱 봐도 손에 익은 분이라 안심감이 장난 아니었다. 바늘이 들어가도 거의 안 아팠다. 나도 모르게 "하나도 안 아팠어요"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아, 다행이다. 자, 다음은요." 칭찬을 0.5초 만에 처리하고 바로 다음 단계로. 나한테는 신의 손인데, 저쪽에서 보면 오늘 수백 명 중 한 명일 뿐이겠지.

게다가 비슷한 시간에 접수한 사람들은 검사마다 앞뒤로 계속 붙어 다닌다. 시력검사 앞에서, 심전도 앞에서, 엑스레이 앞에서 같은 이름이 몇 번이고 불린다. 한마디도 안 했는데 이름을 외워 버린다. 나중엔 혼자서 "오, 같은 로트 그분 벌써 심전도 끝났네" 하고 진행 상황까지 체크하고 있었다. 건강검진에서 정체불명의 동기애가 생겼다.

4. 시력 1.5와 1.2. 청력 검사는 고난도 미니게임

시력검사는 평소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알려준 수치는 한쪽 1.5, 다른 쪽 1.2. "1.5까지 재는구나" 하고 살짝 놀랐다. 청력은 더 게임 같다. "방금 소리 났나?" "이거 기계 소리인가?" "누를까? 아직인가?" 아주 작은 소리가 있냐 없냐를 맞히는 게임이다.

일본의 입사 시 건강검진에서는 법령상 1,000Hz와 4,000Hz 소리에 대한 청력이 검사 항목으로 정해져 있다.[1] 후생노동성 자료에서도 일정한 크기의 소리가 들리는지를 보는 검사라고 설명한다.[2] 이번엔 내 느낌상 "좀 아슬아슬했나?" 싶었을 뿐이고, 결과는 그 자리에서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멋대로 청력이 떨어졌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게임으로서는 확실히 고난도였다.

5. 검진 클리어. 보상은 자판기 코인 1개. 몬스터 장착하고 시청으로

약 1시간 반짜리 검사 라인을 완주하자, 자판기 음료 1개를 공짜로 뽑을 수 있는 코인을 줬다. 뭘 고를까. 물은 아니다. 차도 아니다. 제일 비싸 보이는 몬스터를 고른다. 잠 못 자고, 온라인 민원에 두들겨 맞고, 검진에서는 같은 말 또 하고, 심전도에서는 잠들 뻔한 인간이 여기서 에너지 드링크를 장착한다. RPG라면 확실히 다음 던전이 있다는 뜻이다. 있었다. 시청이다.

6. 시청에서는 "입력 부탁드려요". 사람이 해주는 창구가 최강

아침 온라인 민원에서는 전부 내가 직접 입력하고 카드도 몇 번이나 찍었다. 그래서 시청에서는 작전 변경. 새 주소는 폰 화면을 보여주면서 "여기 적혀 있어요." 나머지는 직원분이 입력해 준다. 엄청 편하다. 나는 필요한 정보만 내밀면 끝. 김에 아침 온라인 민원이 하나도 안 넘어갔다는 하소연까지 했다.

온라인에서는 이용자가 입력 담당, 본인 인증 담당, 오류 대응 담당을 혼자 다 겸했다. 창구에서는 사람이 입력해 준다. 사람 창구, 최강이다.

7. "왜 국민건강보험으로 되어 있지?" → 비전문가가 날짜 순서로 원인을 추리하다

절차 중간에 직원분이 오래된 서류를 보더니 "왜 국민건강보험으로 되어 있지?" 하셨다. 나도 제도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서류 날짜 순서를 봤다. 본가를 나와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 정보였고, 일을 시작하기 전 시기였다. 그래서 "잘 모르긴 하는데, 이거 취직 전에 신고한 정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하고 원인 후보를 내놨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국민건강보험은 원칙적으로 일본 국내에 주소가 있고, 직장 건강보험 같은 다른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대상이다.[3] 정말 취직해서 회사 건강보험에 들기 전 기록이라면, 국민건강보험 정보가 나오는 것도 앞뒤가 맞는다. 내가 제도를 단정한 건 아니다. 서류 날짜를 보고 "이거 아니에요?" 하고 기록을 추적했을 뿐. 오늘의 이용자, 드디어 시청 시스템 원인 분석까지 시작했다. 월급은 아직 안 나온다.

8. 전입신고는 이사한 다음에. 미리 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전입신고는 이사 전에는 하지 않는다. 마이나포털 공식 안내에서도 전입신고는 실제로 새 주소에 살기 시작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내도록 되어 있다.[4] 그래서 이번에는 아직 안 했다.

그런데 창구에서 물어보니, 이사 전에 전입신고를 하러 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오늘 한 번에 다 끝내고 싶다"가 이기는 거겠지. 마음은 알겠지만, 주민등록은 미래 예약이 아니다.

9. 전출신고 15일 전. "바쁘시면 받아드릴게요" → "그럼 바쁜 걸로 해주세요 ㅋㅋ"

전출신고 시기도 확인했다. 그 창구에서는 보통 이사 1~2주 전쯤을 기준으로 안내한다고 했다. 내 일정으로는 15일 전. 딱 하루 빠르다. 그러자 직원분이 사정이 있어서 바쁘면 받아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해 줬다.

그래서 "그럼 바쁜 걸로 해주세요 ㅋㅋ". 직원분도 "그렇게 할게요 ㅋㅋ". 이 가벼운 대화로 처리가 진행됐다.

이건 전국 공통 '15일 전 규칙'이 아니다. 이번에 그 창구에서 개별적으로 유연하게 봐준 이야기다. 온라인에서는 카드를 몇 번을 찍어도 문이 안 열렸는데, 창구에서는 사람끼리 대화하니 하루치만큼 부드러워진다. 시스템과 사람의 차이가 엄청나다.

10. 결론: 오늘 하루 종일 공짜로 오류 분석 중. 월급 내놔

아침엔 온라인 민원 오류 재현. 건강검진에선 사전 정보 재설명. 검진복 입고 출하 라인. 심전도에서 잠들 뻔함. 베테랑 채혈 선생님의 초고속 처리. 같은 로트 사람 이름 외우기. 시력·청력 고난도 미니게임. 보상으로 자판기 코인. 몬스터 장착하고 시청으로. 직원분께 입력 맡기고, 국민건강보험 표시의 원인 후보를 날짜 순서로 직접 추리하고, 전입·전출 타이밍까지 확인했다.

오늘 한 일을 경력기술서처럼 쓰면 행정·의료 서비스 전반의 사용자 경험 평가, 오류 재현, 요구사항 확인, 데이터 정합성 확인, 날짜 순서 기반 원인 분석.

보상: 몬스터 1캔.

뭔가 이상하다.

월급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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