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 수영장은 누가 운영할까? 안전요원 한 명 보다가 부동산·대출·맥도날드까지 파고든 이야기

긴 휴가에 들어간 지 며칠째 되는 날이었다. 할 일은 단순했다. 남은 서류 정리하기. 저녁에 뭐 좀 먹기. 수영모 사기. 시립 실내 온수 수영장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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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처리: 이 글은 실제 대화와 조사를 바탕으로 했지만, 사는 곳, 지자체 이름, 시설 이름, 기업 그룹 이름, 정확한 날짜, 특정될 만한 일부 금액은 뭉뚱그려 적었다. 제도나 연구 같은 일반적인 내용은 공개 자료로 확인했고, 공개 정보로 알 수 없는 기업 전략은 “가설”이라고 분명히 나눠 적었다.

0. 원래는 그냥 수영하러 가는 날이었다

긴 휴가에 들어간 지 며칠째 되는 날이었다.

할 일은 단순했다. 남은 서류 정리하기. 저녁에 뭐 좀 먹기. 수영모 사기. 시립 실내 온수 수영장 가기.

끝.

아무리 봐도 기업 재무나 부동산 금융으로 끝날 하루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제일 아끼던 수영모가 사라졌다.

다이소 같은 균일가 매장을 뒤졌다. 없다. 스포츠용품점에 갔다. 있다. 그런데 수영모 가격이 수영장 입장료랑 거의 같다.

수영할 권리와 수영하려고 쓰는 천 쪼가리가 거의 같은 값.

여기서 벌써 공공요금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수영 용품을 깜빡해서 집에 다시 갔다 오고, 퇴근길 정체에 갇히고, 겨우 수영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늘은 수영만 한다”는 계획이 거의 무너져 있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좋았다.

1. 공공 수영장은 작은 생태계였다

처음 가 본 그 수영장은 사람이 많았다.

입구에서 보면 유리창 너머에 관람석이 있다. 학부모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물속에서 보면 이상하게 감시당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부모님들은 자기 아이를 보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내 쪽에서는

“오늘의 성인 남성 수영 실기 발표회”

같은 분위기였다.

수영을 시작하니 등장인물이 알아서 늘어났다.

킥판 잡고 천천히 가는 사람 뒤에서 수영하면 내가 빨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누가 쫓아온다.

머릿속에서 바로 분류가 끝났다.

  • 천천히 가는 사람: 킥판 아저씨
  • 무섭게 빠른 사람: 범고래 아저씨
  • 오늘의 나: 돌고래

킥판 아저씨 뒤에서 “어? 나 좀 빠른데?” 하고 뿌듯해한 직후, 범고래 아저씨가 현실을 알려 준다.

그래서 범고래 아저씨를 먼저 보내고 그 뒤에 붙었다.

따라잡아라, 범고래.

혼자 수영하는데 알아서 게임이 생겼다.

계속 수영하면 그냥 힘들어서 중간에 거품 나오는 욕조로 갔다. 등에 물줄기를 맞는다. 배에도 맞는다. 수영복 안에 거품이 차면 몸이 살짝 뜬다.

이건 이제 수영이 아니다.

공공시설에서 하는 유체역학 자유 탐구다.

또 분홍 수영모에 분홍 수영복으로 맞춰 입은 사람을 보고 “머리에 게 집게 두 개만 달면 먼작귀(치이카와)에 나오는 분홍 게, 고서점(후루혼야)이랑 똑같겠다” 싶었다.

수영장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2. “안전요원 한가해 보이네”가 시작점이었다

문득 안전요원을 봤다.

앉아 있다.

보고 있다.

가끔 자리를 바꾼다.

얼핏 보면 엄청 한가해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거 꽤 어려운 일 아닌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면 집중하기 쉽다.

문제는 99%의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없는데, 나머지 1%의 이상 상황은 절대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전요원 연구를 보면,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물에 빠진 상황을 더 잘 찾아내지만, 근무 시간이 길어지는 것, 이용자 수, 물에 빠진 상태가 이어지는 시간 등이 발견 능력에 영향을 준다.[3] 2024년 연구에서도 오래 지켜보는 과제에서는 경험자도 발견 능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시선 움직임도 달라졌다.[4]

그러니까 그 “멍하니 앉아 있는 것 같은 시간”은

아무 일도 없다는 걸 계속 확인하는 일

이다.

이건 “아무 생각 안 하는 것”과는 다르다.

수면, 바닥, 아이들, 잠수 중인 사람, 수영 자세가 이상한 사람, 벽 쪽, 다시 수면.

그 수영장 안전요원이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본인한테 물어봐야 안다. 하지만 일 자체가 요구하는 건 끝없이 이상한 점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교대도 이치에 맞다.

그날도 안전요원은 자리를 바꾸고 있었다.

처음엔 “한가해서 바꾸나?” 했는데, 연구를 보면 오히려 반대다.

한가해 보이는 일이라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3. 시립인데 일하는 사람이 공무원은 아닐 수 있다

다음 궁금증.

“이 사람들 공무원인가?”

찾아보니 일본의 공공 수영장이나 체육관에서는 “지정관리자 제도”가 널리 쓰이고 있었다.

2003년 일본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생긴 제도로, 공공시설 운영을 지자체 산하 단체뿐 아니라 민간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도 맡길 수 있게 했다.[1][2]

그러니까

  • 건물과 시설: 지자체 소유
  • 요금과 이용 조건의 큰 틀: 조례와 지자체 규칙
  • 매일 운영: 지정된 민간 회사 등
  • 안내 데스크, 안전요원, 청소, 강습: 민간 쪽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일 수도 있음

이런 일이 아주 흔하다.

“시립 = 거기서 일하는 사람 모두 공무원”이 아니다.

이번에 찾아본 (익명 처리한) 운영사도 안전요원, 안내 데스크, 강습 보조 같은 일을 시급제 직원으로 뽑고, 시설 전체를 맡는 정규직은 따로 두고 있었다.

그러자 아까 본 풍경이 달라진다.

“공무원이 수영장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지자체 소유 공공시설을 민간 회사 현장 직원들이 돌리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4. 몇백 엔 입장료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

여기서 가장 큰 의문이 생겼다.

입장료는 몇백 엔.

안전요원은 여러 명.

안내 데스크도 있다.

온수다.

조명도, 냉난방도 있다.

청소하는 사람도 있다.

펌프도 돌아간다.

거품 욕조까지 있다.

이거 몇백 엔으로 남는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 감은 맞았다.

지정관리 시설은 입장료만으로 다 감당하는 게 아니다. 지자체가 “지정관리료”를 주고, 거기에 입장료, 강습, 자체 사업, 물품 판매 같은 수입을 합치는 방식이 있다.

익명 처리한 실제 사례에서는 여러 체육시설을 묶은 사업 전체의 연간 수입이 1억 엔을 넘었는데, 그중 꽤 큰 부분이 지자체가 주는 지정관리료였다. 그리고 입장료나 강습 수입이 있어도 어떤 해에는 수백만 엔 적자가 났다.

정리하면

시민: “몇백 엔 내고 수영합니다.”
지자체: “공공서비스니까 운영비도 대 줍니다.”
운영사: “사람 뽑고, 시설 유지하고, 강습도 해서 굴립니다.”

이런 구조다.

그래서 “세금 냈으니 공공시설 써서 본전 뽑자”는 말은 회계적으로 정확하진 않지만, 느낌으로는 재밌다.

세금은 개인별 포인트 카드가 아니다.

그래도 도서관, 공원, 체육관, 수영장, 문화시설은 세금과 공공 예산으로 만든 서비스를 주민이 쓰는 대표적인 예다.

낸 세금을 직접 돌려받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만든 서비스를 쓰는 것.

이렇게 생각하면 공공시설이 다르게 보인다.

5. 지정관리료는 적자 메워 주는 돈이 아니다. 하지만 밖에서 정해지는 큰 변수다

지정관리료는 적자가 나면 나중에 지자체가 메워 주는 돈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이 시설을 이 정도 수준으로 운영해 달라”는 요구를 내고, 필요한 비용과 예상 입장료 수입 등을 따져 상한이나 예산을 정한다. 업체는 운영 계획과 수지 계획을 내고, 가격만이 아니라 서비스, 안전 관리, 실적, 경영 안정성까지 포함해 심사받는다.

그러니까 공공 공사의 단순 최저가 입찰과는 다르다.

하수도 공사 같은 공공 공사에서는 예정 가격과 최저 제한 가격 사이에서 가격으로 경쟁하는, “역경매”에 가까운 경우가 있다.

반면 지정관리는

“싸게 합니다!”만이 아니라 “이 시설을 몇 년 동안 제대로 굴릴 수 있습니다”

까지 묶어서 평가받는다.

다만 운영사 입장에서는 답답한 점도 있다.

이용객을 늘렸다.

강습 수입도 올렸다.

운영도 개선했다.

그래도 다음 해 지정관리료나 계약 조건은 혼자 정할 수 없다.

회사 쪽에서 보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숫자와 스스로는 못 움직이는 숫자가 같은 손익계산서에 들어 있다.

이건 꽤 씁쓸하다.

6. 지원한 회사가 한 곳뿐이어도 자동 당첨은 아니다. 그런데 떨어뜨리는 쪽도 곤란하다

더 찾아보니 지정관리자 공모에 지원한 곳이 한 회사뿐인 경우도 있다.

여기서 드는 단순한 의문.

“한 곳밖에 없으면 그냥 붙는 거 아냐?”

제도상으로는 아니다.

한 곳이라도 기준을 채웠는지 심사한다. 안전 관리, 재무, 운영 능력이 부족하면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떨어뜨리면 내년부터 수영장 문은 누가 여나?

여기에 제도와 현장 사이의 긴장이 있다.

지원자가 안 모이면 재공모, 지금 업체와의 임시 계약, 지자체 직접 운영으로 전환 같은 방법을 검토하게 된다. 실제로 다른 지자체에서는 지정관리자를 못 정해서 시설이 한동안 문을 닫은 사례도 있다.

그러니까

시: “엄격하게 심사하겠습니다.”
업체: “네.”
시: “……근데 아무도 없으면 시설을 못 여는데.”

이런 문제가 진짜로 있다.

공공시설은 “건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문을 열 수 없다.

인력 배치, 안전 관리, 안내 데스크, 청소, 설비, 법령 대응, 강습, 사고 대응.

운영 능력 그 자체가 자산인 것이다.

7. 적자인데 왜 맡을까

여기서부터 기업 분석이 시작됐다.

어떤 해에는 수백만 엔 적자였다.

그럼 그냥 손 떼면 되지 않나?

그런데 사업 전체 매출 규모로 보면 그 적자는 몇 퍼센트 정도의 흔들림에 불과할 수 있다.

게다가 지정관리에는 이런 특징이 있다.

  • 여러 해짜리 계약이 되기 쉽다
  • 건물을 직접 사지 않아도 운영 사업을 가질 수 있다
  • 자기 회사의 스포츠 시설 운영 노하우를 쓸 수 있다
  • 강습 같은 부가 사업을 붙일 수 있다
  • 공공시설 운영 실적이 쌓인다
  • 기존 직원과 관리 노하우를 여러 곳에서 같이 쓸 수 있다

그러니까 한 해의 “시설 수지”만으로는 경제적 가치를 잴 수 없다.

또 컨소시엄이나 계열사가 얽혀 있으면, 시설 쪽 장부에서 “위탁비”로 나가는 돈이 계열사 쪽에서는 매출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익명 기업이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이익을 옮기고 있다는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건 중요하다.

“있을 수 있는 회계 구조”와 “실제로 하고 있다”는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적어도 공공시설 수지가 적자라고 해서 기업 그룹 전체까지 적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8. 안전요원 한 명 보다가 회사 전체의 돈 버는 구조를 추측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우리는 수영장 안전요원 한 명을 봤을 뿐인데 운영사 그룹 전체를 조사하고 있었다.

보통은 이런 짓 안 한다.

하지만 공개 정보를 일반적으로 정리하면, 이런 유형의 지역 기업 그룹은

  • 부동산 임대
  • 상업시설이나 복합시설 기획·개발
  • 스포츠 클럽
  • 회원제 서비스
  • 공공시설 위탁 운영
  • 시설 운영·관리

를 함께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처음 세운 가설은

공공시설을 운영한다
→ 지자체와 일한 실적이 생긴다
→ 대출을 받기 쉬워진다
→ 부동산을 늘린다
→ 거기에 스포츠 클럽을 넣는다

였다.

재밌다.

하지만 그대로 사실처럼 다루면 위험하다.

지정관리 실적이 있다고 은행 금리가 자동으로 내려가는 제도는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스포츠·공공 운영 등으로 꾸준한 현금 흐름과 운영 실적을 만든다
→ 회사의 신용이나 사업 계획을 더 설득력 있게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다
→ 새 시설 개발이나 자금 조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도다.

일본 금융청도 최근 몇 년간 담보나 대표자 연대보증만 보지 말고, 사업의 미래성과 현금 흐름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방식을 밀고 있다.[6]

또 PFI(민간 자본으로 공공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방식)에서는 더 분명하다. 그 사업만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 공공시설 사업에서 들어올 수익을 근거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흔히 쓰인다.[5]

그러니까 “공공사업과 금융은 전혀 상관없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일반적인 지정관리와 PFI는 같은 제도가 아니다.

이 둘을 섞지 않는 게 중요하다.

9. 부동산 “안정 수입”은 땅 사고팔기보다 월세였다

“부동산으로 안정 수입”이라고 하면

싸게 산다 → 비싸게 판다 → 시세차익

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안정”이라는 말과 잘 맞는 건 오히려 임대다.

땅과 건물을 가진다
→ 입점 업체나 사업자에게 빌려준다
→ 매달 임대료가 들어온다
→ 유지비·이자·세금을 뺀다
→ 남는 게 이익

이건 임대 수입형이다.

그리고 스포츠 사업과의 궁합이 재밌다.

부동산 회사의 고민은

“건물은 지었다. 그럼 안에 뭘 넣지?”

다.

스포츠 사업자의 고민은

“지점 내고 싶다. 그럼 어디에 들어가지?”

다.

같은 그룹에 둘 다 있으면 땅과 내용물을 서로 공급할 수 있다.

다만 스포츠 클럽이 모두 자기 회사 땅에 있는 건 아니다.

입점, 땅 임차, 건물 임차, 위탁 운영처럼 큰돈을 묶지 않고 지점을 낼 수도 있다.

이게 꽤 강하다.

자산을 가진 무거운 사업과, 남의 자산을 써서 운영하는 가벼운 사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10. 결국 노리는 건 “꾸준히 들어오는 수입” 아닐까

여기까지 늘어놓고 보니 공통점이 보였다.

  • 부동산 임대: 매달 월세
  • 스포츠 클럽: 매달 회비
  • 지정관리: 여러 해짜리 계약 수입
  • 시설 관리: 계속되는 관리 수입
  • 강습: 계속 다니는 수강생
  • 입점 업체: 계속 들어오는 임대료

전부

한 번 팔고 끝이 아니라, 구조를 만들어 두면 반복해서 들어오는 돈

을 노리기 좋다.

이게 “스톡 수입”, 또는 “반복 매출(리커링 수익)”이라고 부르는 발상이다.

물론 영원하진 않다.

회원은 탈퇴한다.

입점 업체는 빠진다.

지정관리는 갱신 안 될 수 있다.

건물은 수리가 필요하다.

금리도 오른다.

그래도 한 번 팔고 끝나는 매출만 있는 회사에 비하면 다음 달, 내년 매출을 예측하기 쉽다.

경영하는 쪽에서는 예측할 수 있다는 게 큰 무기다.

11. 그래서 맥도날드가 떠올랐다

“부동산 + 꾸준한 수입”으로 유명한 비교 대상으로 맥도날드가 생각났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 엄청난 수의 가맹점을 두고 있고, 전통적인 가맹 방식에서는 본사가 임대료와 매출에 연동된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공식 자료도 가맹점 중심 모델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과 현금 흐름을 만든다고 설명한다.[7]

물론 지역 스포츠·부동산 기업과 맥도날드는 같은 회사가 아니다.

그래도 “구조를 보는” 연습으로는 재밌다.

전부 직접 파는 게 아니라, 자리·계약·브랜드·운영 방식을 쥐고 꾸준한 수입을 얻는다.

이 관점으로 보면 기업을 볼 때 “뭘 파는 회사지?”만으로는 부족해진다.

다음에 봐야 할 건

“뭐가 매달 계속 들어오는 구조로 되어 있지?”

다.

12. 여러 사업을 하는 건 그냥 잡동사니 모음이 아니다

부동산, 스포츠, 공공시설.

얼핏 보면 제각각이다.

하지만 위험 요인도 제각각이라서 섞을 의미가 있다.

부동산 임대는 안정적인 편이지만, 대출이 많으면 금리 인상에 약하다.

스포츠 회비는 꾸준한 수입이지만 경기, 인구, 경쟁, 유행, 감염병 등에 영향을 받는다.

공공시설 운영은 여러 해 계약이라 예측하기 쉽지만, 지정관리료나 계약 갱신처럼 회사 혼자 못 움직이는 변수가 있다.

시설 개발은 터지면 크지만 투자액이 무겁다.

위탁 운영은 자산 없이 할 수 있는 만큼 돈이 덜 든다.

그래서

하나가 약할 때 다른 사업이 받쳐 준다.

게다가 이 경우는 그냥 나눠 놓기만 한 게 아니다.

부동산은 시설을 공급할 수 있다.

스포츠는 시설 안을 채울 수 있다.

공공 운영은 운영 실적을 쌓는다.

시설 개발은 다음 부동산과 운영 기회를 만든다.

위험 분산과 서로 돕는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꽤 깔끔한 구조다.

한편 변동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쪽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변동금리 대출이 10억 엔 있는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단순 계산으로 1년 이자가 약 1,000만 엔 늘어난다.

그래서 부동산에서 빚을 많이 쓸수록

“어떻게 대출을 받느냐 게임”

인 동시에

“어떤 금리로, 얼마 동안, 고정·변동을 어떤 비율로 빌리느냐 게임”

이 된다.

꾸준한 수입원을 여러 개 갖는 의미가 여기서 살아난다.

13. 마지막엔 초밥이 알아서 사라졌다

이걸 다 생각한 건 수영 끝나고 회전초밥을 먹으면서였다.

폰으로 찾아본다.

지정관리자 제도를 본다.

부동산을 본다.

대출을 본다.

맥도날드를 본다.

문득 테이블을 본다.

초밥이 없다.

먹은 기억도 흐릿하다.

폰을 보면서 먹으면 손이 알아서 접시로 가고, 초밥을 집어 입에 넣고, 다음 자료를 읽는다.

기업의 꾸준한 수입을 분석하고 있었는데,

내 초밥만 한 번 들어오고 끝나는 돈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날의 시작은 수영모를 잃어버린 것뿐이었다.

끝날 때쯤엔

  • 안전요원 업무와 집중력 유지
  • 지정관리자 제도
  • 공공요금과 세금
  • 지정관리료
  • 공모와 운영 중단 위험
  • 기업 그룹의 수지
  • 부동산 임대
  • 대출과 현금 흐름
  • 금리 위험
  • 사업 분산
  • 꾸준히 들어오는 수입
  • 맥도날드

까지 와 있었다.

안전요원 한 명에서 회사 전체의 돈 버는 구조를 추측한다.

보통은 안 한다.

그래도 이런 샛길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보인다.

14. 사실·관찰·가설을 나누자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한 선을 그어 두자.

확인된 사실

  • 일본에서는 2003년 제도 개정 이후 민간 기업 등이 공공시설을 운영하는 지정관리자 제도가 쓰이고 있다.[1][2]
  • 안전요원의 감시는 오래 집중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고, 시간이 지나는 것이나 혼잡도 등이 발견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다.[3][4]
  • PFI에서는 사업 수익으로 빚을 갚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쓰인다.[5]
  • 금융 정책에서 미래 현금 흐름과 사업성을 보고 빌려주는 대출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6]
  • 맥도날드에는 가맹점에서 임대료와 로열티를 꾸준히 받는 모델이 있다.[7]

관찰로 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

  • 공공 체육시설은 정규직뿐 아니라 시급제 직원을 섞어서 운영할 수 있다.
  • 온수 수영장이 입장료만으로 모든 비용을 회수하는 건 아닐 수 있다.
  • 지정관리는 시설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운영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한다.

이번 기업 그룹에 대한 가설

  • 공공시설 운영이 직접적인 이익뿐 아니라 운영 실적과 조직 역량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을 가능성.
  • 부동산, 스포츠, 공공 운영의 꾸준한 수입을 섞어서 그룹 전체의 위험을 나누고 있을 가능성.
  • 그 실적과 현금 흐름이 결과적으로 자금 조달의 설득력을 높일 가능성.

공개 정보만으로는 회사 경영 회의까지 들여다볼 수 없다.

재밌는 가설은 세운다. 하지만 가설이 사실인 척 돌아다니게 두지 않는다.

이게 기업 분석을 놀이로 할 때의 최소한의 규칙이다.

결론: 일상의 “왜?”는 생각보다 훨씬 멀리 간다

“안전요원 한가해 보이네.”

이 한마디로 끝내면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진짜 한가할까?
누가 고용했을까?
시립인데 왜 민간일까?
몇백 엔 입장료로 어떻게 운영될까?
지정관리료는 뭘까?
적자인데 왜 안 그만둘까?
모회사는 뭘로 돈을 벌까?
부동산 안정 수입은 뭘까?
왜 대출이 중요할까?
왜 여러 사업을 할까?
왜 맥도날드도 비슷한 구조일까?

하고 “왜”를 하나씩 이어 붙이면, 공공 수영장에서 기업 금융까지 갈 수 있다.

게다가 처음 본 건 안전요원 딱 한 명이었다.

세상은 화려한 뉴스만 찾아보지 않아도 재밌다.

수영모를 다시 사고, 거품 욕조에서 둥둥 뜨고, 범고래 아저씨를 쫓고, 초밥을 무의식적으로 먹기만 해도 경영학은 제대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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