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건 피자뿐인데 남의 인간관계 최종회가 따라왔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먹으며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아주 평화로웠다.
적어도 옆자리 대화가 귀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남성 쪽에서 상당히 강한 말투가 계속 들렸다.
들은 말은 대략 이런 식이었다. 녹음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
“물티슈 가져와.” “마실 것도 가져와.” “남기면 죽는다.” “아, 짜증 나네.”
잠깐.
내가 주문한 건 피자지, 남의 인간관계 최종회가 아니다.
옆자리의 감정 공급량이 음료 코너보다 많다.
다만 보이는 범위에서 여성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몸을 조금 웅크리는 듯한 분위기였다.
남성은 다리를 계속 떠는 것처럼 다소 초조해 보이는 움직임도 있었다.
거친 말에 상대가 거의 답하지 않아 분위기가 무거웠다. 모자나 마스크만으로 사정을 알 수는 없다.
그런데 갑자기 연애 서스펜스 편으로 넘어갔다
조금 뒤에는 대화 장르 자체가 바뀌었다.
“술 취해서 그 상황인데 전화를 안 받는 게 말이 돼?” “네가 했네 안 했네 하는 거…” “LINE 보여 줘.” “뭐?”
오.
조금 전까지 “물티슈 가져와”였던 프로그램이 갑자기 휴대폰 제출 회차가 됐다.
음료 가져오기에서 LINE 보여 달라기로 너무 빨리 넘어갔다.
전화를 받지 않은 일을 따지며 LINE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래도 두 사람의 관계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옆자리에는 대본을 나눠 주지 않는다.
최대 반전은 직원에게는 멀쩡하게 존댓말을 썼다는 것
그리고 가장 묘한 장면이 나왔다.
직원이 다가왔다.
그러자 같은 남성이 갑자기 평범하게 예의 있는 말투로,
“이거 작은 사이즈인가요?”
같은 식으로 물었다.
아니, 전환이 되네.
예의 있게 말할 줄 알잖아.
“남기면 죽는다” 다음에 “결국 남겨도 돼?”가 나왔다
조금 더 지나자 대화에 갑자기 너무 평범한 생활감이 돌아왔다.
“소금이랑 후추 좀 줘.”
이 문장만 떼어 놓으면 그냥 평범한 식탁이다.
그리고 이어서,
“결국 남겨도 돼?”
조금 전까지는 “남기면 죽는다”였는데.
음식 남기기 규정, 알고 보니 협상 가능했다.
상대에게 이것저것 가져오라고 하고, 하라고 하고, 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한다. 그런데 본인은 방금 금지한 쪽의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 모순을 보고 있으면 관찰자 입장에서는 속으로 “애기처럼 굴지 마라” 하고 비꼬고 싶어진다.
내 접시는 바로 사라지는데 옆 테이블은 쌓이고, 거기에 외부 캔맥주까지
또 하나 이상하게 눈에 들어온 건 테이블 위 정리 상황이었다.
내가 다 먹은 접시는 직원이 지나갈 때마다 꽤 빠르게 회수됐다.
반면 옆 두 사람의 테이블에는 다 먹은 접시가 점점 쌓이는 것처럼 보였다.
내 테이블만 접시 치우기 속도 경쟁 중이었다.
밖에서 가져온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게다가 그 빈 캔도 결국 직원이 테이블 정리하면서 가져가게 되는 흐름처럼 보였다.
직원들이 피하나 싶었지만 그저 정리 시간이 달랐을 수도 있다. 외부 음료가 허용되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내 접시는 금방 사라지고 옆에는 접시와 맥주 캔이 남는 모습만 보였다.
물건을 던지거나 누군가를 붙잡아 위험해지면 더는 옆자리 드라마가 아니다. 거리를 두고 직원이나 필요한 긴급 도움을 요청한다.
주문한 건 피자였다. 따라온 건 사정도 결말도 모르는 인간 드라마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