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를 줄이자고 시작한 개선 활동이었다. 그런데 가장 꾸준히 늘어난 건 자료 수정 작업이었다.
어느 직장에서 품질 개선을 위한 소그룹 활동, 이른바 QC 분임조 활동을 맡았을 때 이야기다. 문제를 찾고, 원인을 살펴보고, 개선 효과를 확인하면 되는 줄 알았다.
현실은 달랐다. 상사가 먼저 "문제는 이거고, 원인은 이거겠지"라고 이야기를 정한다. 그럴듯한 발표 자료는 생기는데, 뒷받침할 데이터는 거의 없다.
근거는 결석, 스토리는 개근. 이게 대체 무슨 개선일까.
원인 확인보다 발표 줄거리가 먼저
자료에는 문제가 등장하고, 원인이 밝혀지고, 해결책까지 나온다. 흐름은 훌륭하다. 다만 정말 그 원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빠져 있다.
"그걸 보여 주는 데이터는요?"라고 물으면 질문에 답하기보다 질문한 사람의 생각부터 틀렸다고 한다.
실제 QC 문제 해결 과정에는 현상 파악, 원인 분석, 결과 확인이 포함된다.[1] 가설을 세우는 건 괜찮다. 가설을 검증하는 대신 상사가 마음에 들어 하는 문장으로 다듬는 게 문제다.
상사가 고치랬는데, 더 높은 상사가 틀렸다고 한다
지시대로 문구를 바꿨다. 바꾸기 전과 후를 비교해도 더 좋아졌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위쪽에서 다시 검토하더니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한다.
속마음은 간단하다. "그러니까요."
하지만 다시 고치는 사람은 늘 자료 담당자다. 지시를 내린 사람끼리 기준을 먼저 맞춰 주면 좋겠는데, 의견이 오갈 때마다 실무자가 공이 된다.
관리자끼리 탁구를 칠 거면 직원을 탁구대로 쓰지는 말았으면 한다.
합격 기준은 없고 마감일만 있다
"시사점을 더 보여 줘." "표현이 마음에 안 들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통과인지 분명하지 않다.
대신 마감일은 매우 선명하다. 처음부터 짧게 잡혀 있고, 큰 수정이 생겨도 그대로다. 늦으면 담당자가 책임지란다.
승리 조건을 알려 주지 않는 게임에서 시간제한만 걸어 둔 셈이다. 규칙을 물었더니 "주도성이 부족하다"라는 답이 돌아온다면, 플레이어 문제가 아니라 게임 설계 문제다.
"덕분에 성장했잖아"라는 만능 문장
마지막에는 성장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힘든 일을 하며 배우는 건 있다. 하지만 뭔가 배웠다는 사실과, 그 일을 그렇게 오래 할 가치가 있었다는 건 다르다.
수정해서 실제로 좋아졌는지 확인도 안 했다면 더 그렇다. 직원 교육을 말하기 전에 관리자가 배울 일도 있다. 목표를 먼저 정하기, 지적에 근거 붙이기, 상위 검토자와 의견 조율하기, 수정량이 늘면 일정을 조정하기.
남의 시간은 공짜 연습장이 아니다.
QC 활동에 QC를 적용하면?
한번 계산해 보자. 자료 수정에 몇 시간이 들었는가. 어떤 수정이 실제 결과를 좋게 했는가. 관리자끼리 기준이 달라 생긴 재작업은 얼마나 되는가.
이건 특정 직장의 운영 경험이지 모든 QC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데이터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래서 데이터를 빼고 말만 남긴 운영이 더 황당했던 것이다.
다음 개선 주제는 정해졌다.
"개선 활동 때문에 생기는 불필요한 수정 줄이기."
그런데 이 주제로 발표하면 또 수정 지시가 올 것 같다.
참고 자료 (1건)
[1] 일본과학기술연맹, QC 스토리와 기법. 직장 사례는 익명화된 개인 회고이며 독립적으로 검증된 사건 기록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