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드립이 통하면 왜 이렇게 기분 좋을까: “교양”이 아니라 “너도 그거 알아?”의 재미 (도키소바, 죠죠, 포켓몬, 귀멸의 칼날)

소재: 『귀멸의 칼날』

80원을 낼 생각이었는데 75원만 냈다. 그때 옆에서 “도키소바”라고 한다. 원작을 아는 사람은 머릿속에서 “지금 몇 시냐?”까지 한 번에 떠오른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계산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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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원을 낼 생각이었는데 75원만 냈다.

그때 옆에서 “도키소바”라고 한다.

원작을 아는 사람은 머릿속에서 “지금 몇 시냐?”까지 한 번에 떠오른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계산 실수다.

이걸 “교양이 있으면 인생이 풍요롭다”고 말하면 갑자기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고전 만담을 아는 우리는 대단하고, 모르는 사람은 인생이 가난하다는 거야?” “만담도 취미 중 하나 아니야?” “덕후들이 만화 드립으로 노는 것과 뭐가 달라?”

마지막 질문이 오히려 핵심이다.

맞다. 구조만 보면 거의 같다.

팔이 이상하게 많아 보이면 “괴력몬이냐” 하고, 이상한 포즈를 보면 “죠죠 서기”라고 한다. 파란 꽃을 보고는 “저게 푸른 피안화면 키부츠지 무잔이 출근하겠다”고 한다. 고전 만담을 아는 두 사람은 계산 실수를 보고 “도키소바”라고 한다.

고급이냐 저급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눈앞의 일과, 두 사람 머릿속에 들어 있는 같은 원작이 이어지는 순간 “너도 그거 알아?ㅋㅋ”가 터진다.

이 현상은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연구를 같이 보면 꽤 깔끔하게 설명된다.

1. “교양”은 이 작은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큰 단어다

“교양”은 편한 말이지만 범위가 너무 넓다.

역사, 문학, 과학, 예술, 사회 제도를 아는 것도 교양이라 하고, 지식으로 세상을 여러 각도에서 보는 힘까지 넣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재미에 필요한 것은 그렇게 큰 개념이 아니다.

훨씬 작은 것이 필요하다.

“나는 안다.” “상대도 안다.” “상대도 내가 안다는 걸 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된다.

대화 연구에서는 이렇게 서로 알고 있다고 여기는 정보를 ‘공통 기반’(common ground)이라고 부른다.

2024년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도 공통 기반은 대화 상대가 서로 아는 정보로 정리된다. 이 정보를 쓰면 설명이 짧아지고 대화가 효율적으로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핵심은 “아는 게 많을수록 대단하다”가 아니다.

“같은 원작을 공유하면 한마디로 많은 뜻을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 드립은 문화판 단축키다.

2. 도키소바와 괴력몬은 머릿속에서 같은 일을 한다

고전 만담 〈도키소바〉에서는 국수값 16문을 내는 남자가 동전을 하나씩 세다가 여덟까지 왔을 때 시각을 묻는다. 주인이 “아홉 시요”라고 하자 그 아홉을 셈에 끼워 넣고 열부터 다시 세어 동전 한 닢을 속인다.

그래서 현실에서 돈이 조금 모자란 장면에 누가 “도키소바”라고 하면, 이야기를 아는 사람에게는 만담 전체가 압축 파일처럼 풀린다.

포켓몬이나 만화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팔이 이상하게 많다. “괴력몬인가?”

독특한 자세로 서 있다. “죠죠 서기네.”

파란 꽃이다. “저게 푸른 피안화면 무잔 온다.”

단 한마디로 캐릭터, 설정, 예전에 본 장면, 작품 분위기까지 한꺼번에 떠오른다.

지식 자체가 웃음은 아니다.

현실과 기억 속 패턴이 맞아떨어지고, 그 일치를 상대도 동시에 알아챈 것이 웃음이 된다.

사람 머리는 알고 있는 원작이 늘수록 일상에 마음대로 추가 콘텐츠를 깔아 놓는다.

3. 공통 기반은 설명을 건너뛰게 해 주는 통신 규칙이다

대화할 때는 상대가 아는 것에 맞춰 말하는 방식을 바꾼다.

이것을 ‘청자 맞춤’(audience design)이라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말하는 사람은 상대와 공유한 정보를 쓰고, 같은 상대와 대화가 이어질수록 설명이 짧아지며 특정한 부르는 말로 모인다.

처음에는 이렇게 설명해야 한다.

“팔이 네 개 달리고 근육질이고 격투하는 포켓몬.”

상대가 포켓몬을 알면 이렇게 끝난다.

“괴력몬.”

둘 사이에 “저 사람 괴력몬 같아” 하는 대화까지 있었다면 이렇게 줄일 수 있다.

“어, 오늘 괴력몬 있네.”

공유 원작은 담긴 뜻을 줄이지 않는다.

보내는 글자 수만 줄이고, 나머지는 받는 사람이 기억에서 복원한다.

압축률이 높아서 기분이 좋다.

다만 상대에게 같은 사전이 없으면 풀 수 없다.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도키소바”, “푸른 피안화”, “죠죠 서기”를 던지면, 나는 4K 영상을 보고 있는데 상대 화면은 404 오류다.

4. 즐거운 것은 “내가 안다”보다 “통했다!”다

공유된 현실(shared reality) 연구에서는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대상을 “상대와 같게 느끼고 이해한다”는 느낌 자체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정리한다.

내부 농담의 쾌감은 이것과 꽤 비슷하다.

“나는 도키소바를 안다. 대단하다”가 아니다.

“도키소바.” “지금 몇 시냐…… 아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이 0.5초 사이에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 사람도 알아.” “게다가 다음 대사까지 알아.”

지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 박자가 맞은 것이다.

공연장에서 같은 전주가 나오자 관객 모두가 반응하는 순간과 비슷하다.

정보가 맞았을 뿐 아니라 “맞았다는 것을 서로 알았다”가 더해진다.

그래서 웃음이 나온다.

5. 내부 농담은 동료를 만든다. 동시에 바깥도 만든다

여기는 좋은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

파인(Fine)과 드수시(de Soucey)는 2005년에 집단이 시간이 지나면 자기들만의 ‘농담 문화’(joking culture), 곧 구성원만 아는 웃음의 기준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런 농담은 대화를 매끄럽게 하고 친밀함을 확인해 준다.

하지만 동시에 안과 밖을 가른다.

세 명 중 두 명만 같은 작품을 알고 계속 그 드립으로 웃으면, 세 번째 사람은 당연히 끼기 어렵다.

그래서 공유 드립에는 두 얼굴이 있다.

“설명 없이 단번에 친해질 수 있다.” 그리고 “설명이 없으니 모르는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

공유 드립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식칼은 잘 들어서 요리에 편하지만, 아무렇게나 휘두르면 위험하다는 정도의 이야기다.

6. “뒤처질까 봐 원작을 공부한다”는 반응은 이상하지 않다

인터넷 문화에서는 모르는 드립이 끝없이 흘러온다.

동영상 사이트 댓글창에서 모두가 “죠죠 드립ㅋㅋ” 하며 웃는다. 나만 모른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이게 뭐야?” “원작이 뭐지?” “읽어 볼까?” “다음에는 알고 싶다.”

이것은 단순한 지식욕만이 아닐 수 있다.

2024년에 온라인으로 공개되고 2025년 호에 실린 FOMO(놓칠까 봐 불안한 마음) 연구는 7개 실험, 총 5,441명을 대상으로 했다. 소중하게 여기는 집단의 공유 경험을 놓쳤을 때, 앞으로의 관계와 소속에 대한 걱정이 FOMO를 키운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인터넷 밈을 몰라서 만화를 공부했다”는 개별 행동을 직접 확인한 연구는 아니다.

다만 이런 방향은 꽤 잘 맞는다.

“재미있는 정보를 놓쳤다”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것에 나만 끼지 못한다”가 동기가 된다.

원작을 외우는 일은 때로 문화판 여권을 만드는 일이다.

7. 그것이 “아는 척”으로 보이는 순간: 서브컬처 자본

그러면 왜 “알면 재밌다”가 “모르는 사람을 깔보는 거냐”로 바뀔 때가 있을까?

여기서 나오는 것이 ‘서브컬처 자본’(subcultural capital)이라는 생각이다.

어떤 커뮤니티에서는

“무엇을 아는가” “어느 것이 더 오래됐는가” “어떤 쓰임이 맞는가” “뉴비가 아닌가”

가 안에서의 지위가 되기도 한다.

니센바움(Nissenbaum)과 시프먼(Shifman)은 인터넷 밈 연구에서 밈이 웹 커뮤니티의 문화 자본으로 작동하고, 서브컬처 지식이 경계선을 만들며, “올바른 밈 사용법”을 둘러싼 다툼도 일어난다는 것을 보였다.

여기까지 오면

“이 드립 알아?”가 “이걸 몰라?”로 바뀐다.

공유 원작이 놀이에서 시험으로 변한다.

문제는 만담이냐 만화냐가 아니다.

“안다”를 사람의 위아래로 바꾸기 시작한 순간이다.

그러니 고전 만담을 알아서 신나는 것도, 포켓몬 때문에 신나는 것도 기본 구조는 같다.

거기에 서열을 더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8. 원작을 알아도 “또 죠죠냐”는 흔히 일어난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내부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을 모두

“몰라서 질투하는 것” “따돌림이 무서워서 그러는 것”

으로 설명하는 것도 성의 없다.

원작을 완전히 알아도

“또 ‘두두두’냐.” “또 이 구도냐.” “뭐든 죠죠 얼굴로 그리면 되는 줄 알지.”

하고 느끼는 일은 흔하다.

밈에는 공유만이 아니라 새로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니센바움과 시프먼의 연구도 밈이 기존 규칙을 따르는 것과 새로운 것을 내놓는 것 사이의 불안정한 균형에 있고, “올바른 사용법”과 진부해짐을 둘러싼 다툼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즉,

몰라서 뒤처지는 불쾌감 과 알지만 너무 많이 써서 질리는 불쾌감

은 다른 것이다.

“공유 드립이 싫다”는 한마디 안에도 여러 이유가 있다.

9. 대면 대화에서는 상대의 사전을 보고 던지면 사고가 줄어든다

실용적으로는 여기가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얼굴을 마주 보고 있을 때 드립이 안 통하면,

“원작을 몰랐구나” 로 끝나지 않고,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

이라는 평가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니 상대가 아는 것을 보고 레퍼런스를 바꾸는 것은 합리적이다.

상대가 귀멸의 칼날을 좋아하는 걸 안다. → 파란 꽃을 보고 무잔 드립을 던진다.

상대가 포켓몬을 좋아하는 걸 안다. → 실루엣을 괴력몬에 비유한다.

아마 알 것 같다. → “귀멸로 치면 말이야” 하고 작품 이름부터 꺼낸다.

모를 것 같다. → 그냥 설명한다.

이건 상대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청자 맞춤이다.

통신 규격을 맞추는 것뿐이다.

웃기는 능력은 드립을 많이 아는 것만이 아니다.

“이 드립은 이 사람이면 풀 수 있다”고 가늠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10. 글에서는 더 자유롭게 놀 수 있고, 나중에는 글쓴이 자신이 원작이 된다

기사나 블로그는 대면 대화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

모르는 드립이 하나 나와도 독자는 한 줄 건너뛸 수 있다.

매번 설명을 전부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그래서 글쓴이는 만화, 만담, 게임, 인터넷 밈, 자기 자신의 우스갯소리를 마음대로 섞기 쉽다.

게다가 계속 쓰면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처음에는

“죠죠를 아니까 이 드립을 알아듣는다” 였던 것이

“이 글쓴이, 또 이 패턴으로 혼자 웃기고 혼자 받아칠 거야”

라는, 글쓴이 자신에 대한 공통 기반이 독자와 사이에 생긴다.

작품 드립을 빌리던 사람이 어느새 자기 자신을 공유 드립으로 만든다.

이것은 글이라는 매체의 강점이다.

다만 처음 온 독자까지 모두 단골이라고 가정하면 들어올 문이 없어진다.

단골을 위한 고압축 드립과, 처음 온 사람도 본문을 알 수 있는 저압축 설명을 함께 두면 강하다.

결론: 지식은 사람의 등급을 올리기보다 “연결되는 드립”을 늘린다

도키소바를 안다고 대단한 것은 아니다.

죠죠를 안다고 대단한 것도 아니다.

포켓몬도 귀멸의 칼날도 마찬가지다.

아는 것이 늘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이어 붙일 수 있는 원작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 원작을 누군가와 나누고 있었다면

“그거 그거 아니야?” “아 ㅋㅋ 알겠어”

가 일어난다.

그 순간 평범한 계산 실수가 고전 만담이 된다. 평범한 포즈가 만화가 된다. 평범한 꽃이 최종 보스 소환 장치가 된다.

인생이 풍요로워진다기보다 세상에 멋대로 주석이 늘어난다.

게다가 옆 사람에게도 같은 주석이 보이면 조금 기쁘다.

아마 공유 드립의 재미는 그 정도이고, 그 정도라서 오히려 강하다.

“나는 안다”가 아니다.

“너도 그거 알아?ㅋㅋ”다.

참고 자료 (7건)

  1. Fine, G. A., & de Soucey, M. (2005). Joking cultures: Humor themes as social regulation in group life. HUMOR, 18(1), 1–22. https://doi.org/10.1515/humr.2005.18.1.1
  2. Bovet, V., Knutsen, D., & Fossard, M. (2024). Direct and indirect linguistic measures of common ground in dialogue studies involving a matching task: A systematic review.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31, 122–136. https://doi.org/10.3758/s13423-023-02359-2
  3. Ferreira, V. S. (2019). A Mechanistic Framework for Explaining Audience Design in Language Production. Annual Review of Psychology, 70, 29–51. https://doi.org/10.1146/annurev-psych-122216-011653
  4. Echterhoff, G., Higgins, E. T., & Levine, J. M. (2009). Shared Reality: Experiencing Commonality With Others' Inner States About the World.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4(5), 496–521. https://doi.org/10.1111/j.1745-6924.2009.01161.x
  5. Nissenbaum, A., & Shifman, L. (2017). Internet memes as contested cultural capital: The case of 4chan's /b/ board. New Media & Society, 19(4), 483–501. https://doi.org/10.1177/1461444815609313
  6. Rifkin, J. R., Chan, C., & Kahn, B. E. (2025). Anxiety about the social consequences of missed group experiences intensifies fear of missing out (FOMO).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8(2), 300–313. https://doi.org/10.1037/pspa0000418
  7. 일본예술문화진흥회 문화디지털라이브러리, 라쿠고 속 시간과 돈 세는 법. https://www2.ntj.jac.go.jp/dglib/contents/learn/edc20/geino/rakugo/kurashi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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