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 제조사에 일을 시킬 때마다 "이 방식은 왜 이렇게 하는 건가요?", "애초에 우리 회사는 왜 이 사업을 하죠?" 하고 계속 위로 올라가는 직원이 있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은근히 경영자 같다.
상사: "이 데이터 좀 옮겨 주세요." 직원: "왜 옮겨야 하죠?" 상사: "시스템을 바꾸거든요." 직원: "왜 바꾸죠?" 상사: "너무 낡아서요." 직원: "그럼 애초에 우리 회사는 왜 이 사업을—" 상사: "데이터요!!!!"
물론 실제 대화를 옮긴 건 아니다. 이런 패턴을 보여 주려고 웃기게 만든 콩트다.
그래도 여기엔 진짜 딜레마가 있다. 현장 담당자가 매번 "왜?"에서 멈추면 일이 안 굴러간다. 반대로 임원이나 사업 책임자가 한 번도 "왜?"를 묻지 않으면, 쓸데없는 업무에 큰돈을 들여 자동화하게 된다.
그러니까 문제는 "왜?"라는 질문이 아니다.
누가, 어떤 결정권을 가지고, 언제까지 결론을 내고, 그다음에 실제로 움직이느냐가 문제다.
0. "애초에"라는 질문은 윗단계에서는 꼭 필요하다
업무 혁신(BPR), 사업 전략, 투자 판단, 신사업. 이런 일은 지금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는 시작할 수 없다.
- 이 업무가 정말 필요한가
- 고객은 무엇에 돈을 내는가
- 결재가 왜 3단계나 되는가
- 지금 방식을 시스템으로 만들기 전에, 방식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가
- 이 사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 맞는 질문이다.
"원래 이렇게 해 왔으니까" 하고 큰 시스템을 만들면, 엉망인 업무를 클라우드에 올려서 더 빨리 돌리는 슬픈 디지털 전환이 나온다.
그래서 "이 업무는 왜 있나요?"라는 질문만 보고 "피곤한 직원이네" 하고 끝내는 것도 성급하다.
질문의 방향은 오히려 경영과 기획 쪽에 가깝다.
1. 그래도 회사는 철학 카페가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간다.
왜? → 조사 → 가설 → 선택지 → 결정 → 실행
일이 막히는 사람은 이렇게 된다.
왜? → 원래는 → 애초에 → 아니 그래도 → 더 근본적으로는 → 회의 끝
깊이 생각하는 건 장점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결과물로 바뀌지 않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계속 "처리 대기" 상태일 뿐이다.
사장님도 "왜?"라고 묻는다.
다만 사장님은 마지막에 이렇게 정해야 한다.
"그럼 접자." "여기에 예산을 쓰자." "이 팀에 3명 붙이자." "다음 달에 시험해 보자."
CEO처럼 질문하는 것과 CEO의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
2. 이 해고 사건은 "'왜?'를 너무 많이 물어서 잘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가 중요하다.
2025년 8월 21일 도쿄지방법원 판결로 소개된 대형 소재 제조사 사건에서, 회사는 약 9년 동안 부서 이동, 담당 업무 변경, 주의와 지도, 특별 지원 등을 이어 갔다고 한다.
1심 법원은 업무 능력과 적격성 문제, 직장 내 협력을 해치는 행동 등을 고려해 통상 해고가 유효하다고 보고, 직원 측의 지위 확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1][2][3]
판례 해설에는 기한 안에 기본 과제를 끝내지 못한 점 말고도, 남 탓하는 말과 행동,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태도, 무단결근, 동료에게 한 폭언, 공개되지 않은 인사 정보 게시, 몰래 촬영·녹음한 일 등도 문제로 나온다.[4]
그러니까
"회사가 왜 존재하는지 물었다" ↓ "그래서 해고"
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전혀 다른 사건이다.
윗단계로 올라가서 생각하는 습관과, 일 처리·규율·신뢰의 문제는 따로 봐야 한다.
3. "기획 부서로 보냈으면 빛났을 텐데?"는 그럴듯하지만, 만능 답은 아니다
이런 사람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기획이나 경영 전략 쪽에 두면 잘했을 텐데?" "BPR이라면 오히려 딱 맞지 않았을까?"
실제로 "이 업무는 왜 있지?" 하고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은 개선 업무에서 큰 힘이 된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약 9년 동안 배치와 업무가 바뀌었다고 판단했다.[1][3]
그러니 "처음 부서만 안 맞았는데 회사가 오기로 9년을 고집했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리가 안 맞는 문제라면 이동만으로도 많이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기한, 동료와의 신뢰, 정보 관리, 근태, 지시를 따르는 태도까지 무너져 있다면 부서 이름만 "기획"으로 바꾼다고 전부 리셋되지는 않는다.
직무 변경은 세이브 데이터 삭제 버튼이 아니다.
4. 말싸움을 잘해도 결정권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이 부분도 웃기지만 중요하다.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다. 상사 설명의 빈틈을 찌를 수 있다. "그 전제가 이상하지 않나요?" 하고 말할 수 있다.
전부 지적 능력으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맞는 말을 할 수 있는 것 과 무엇을 실행할지 정하는 권한이 있는 것
은 서로 다른 일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해고"라고만 하면 뭐든 통하는 것도 아니다.
일본 노동계약법 16조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사회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해고는 무효라고 정한다.[5]
결국 회사의 판단도 법적 심사를 받는다.
이 사건에서는 1심인 도쿄지방법원이 회사의 해고를 유효하다고 보았다.
직원 측은 항소했고, 노조 쪽 공지에 따르면 2026년 2월 2일 도쿄고등법원에서 첫 변론이 예정되어 있었다.[6]
2026년 10월 2일 기준으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믿을 만한 공개 자료에서는 항소심의 최종 결과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완전히 끝났다"고는 쓰지 않는다.
5. 가장 아까운 건 "생각하는 힘"이 결과물이 되지 못하는 것
"이 일, 의미 있나요?"
여기까진 괜찮다.
정말 아까운 건 그 뒤에 토론이 끝없이 이어지는 경우다.
요즘은 AI가 있다.
"이 업무 흐름의 목적을 추정해 줘." "없앴을 때의 위험을 뽑아 줘." "그대로 두기·일부 변경·전면 변경, 이렇게 3가지 안으로 정리해 줘." "관련 부서에 미치는 영향을 표로 만들어 줘." "상사에게 5분 만에 설명할 수 있는 제안서로 만들어 줘."
여기까지 하면 같은 "왜?"도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상사 눈에도
"또 멈췄네"
가 아니라
"의문을 갖고, 선택지까지 들고 왔네"
가 된다.
AI 시대에 강한 사람은 생각 안 하는 사람이 아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그 생각을 빠르게 결과물로 바꿀 줄 아는 것이다.
6. "머리로만, 입으로만" 끝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규칙
"애초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자기에게 규칙을 딱 하나만 걸어 두면 좋다.
의문을 꺼냈으면, 다음 행동도 최소 1개는 같이 내놓는다.
예를 들어
"이 결재 절차 꼭 필요한가요?" 에서 끝내지 말고,
"필요 없을 수도 있으니 최근 3개월 반려율을 확인하고, 내일 A안과 B안을 가져오겠습니다" 까지 말한다.
이것만으로 철학자에서 개선 담당자로 한 단계 올라간다.
더 강한 방법은 이 순서로 돌리는 것이다.
- 질문을 세운다
- 사실을 모은다
- 선택지를 2~3개로 좁힌다
- 누가 결정권자인지 확인한다
- 기한 안에 제안한다
- 결정되면 실행한다
- 숫자를 보고 다시 의심한다
"의심하기"와 "따르기"는 적이 아니다.
결정 전에는 의심하고, 결정 후에는 움직이고, 결과를 보고 다시 의심하면 된다.
7. 그래도 조직이 정말 안 맞는다면, 직접 사업을 만드는 길도 있다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정하고 싶다."
그렇다면 독립이나 창업은 분명 한 가지 선택지다.
상사 허락 없이
"이 사업 접는다." "다른 걸 만든다." "가격을 바꾼다." "손님층을 바꾼다."
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이건 꽤 자유롭다.
다만 상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상사가 시장으로 환생한다.
회사 다닐 때: 상사 "그건 일이 안 되고 있어."
독립한 뒤: 시장 "그거 아무도 안 사."
시장이 평가는 더 빠르다. 게다가 소감문 한 줄도 안 써 준다. 매출 0원이라는 알림만 조용히 날아온다.
그래서 독립에 맞는 사람도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
만이 아니라
마음대로 생각하고, 만들고, 내놓고, 안 팔리면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8. 9년이나 월급 받았으니 "다음 가면 되지"는, 구경하는 사람이니까 하는 말
밖에서 보면
"대기업에 9년 있었네." "월급도 받았네." "경험도 쌓았네." "그럼 다음 데로 가면 되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9년의 소속, 경력, 인간관계, 자존감, 생활 계획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일이다.
게다가 재판까지 갔다.
그러니 남의 일처럼 "에이, 다음!" 하고 말하는 것과, 당사자로서 잃을 것을 안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르다.
웃긴 구조와 당사자가 느끼는 무게는 나눠서 보는 게 좋다.
그리고 공개된 행동만으로 정신 상태나 의학적 진단을 짐작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9. 결국 CEO 감인지는 질문이 아니라 "바꿔 내는 힘"에서 드러난다
"이 회사는 왜 이걸 하고 있지?"
이 질문만 놓고 보면 확실히 경영 회의 같다.
하지만 사장, 임원, 사업 책임자의 일은 질문만 하고 끝나지 않는다.
- 무엇을 그만둘지
- 무엇을 계속할지
- 누구에게 맡길지
- 돈을 얼마나 쓸지
- 언제까지 정할지
- 실패하면 무엇을 바꿀지
까지 정한다.
그래서 봐야 할 능력은
문제를 찾는 힘 × 결정하는 힘 × 실행하는 힘 × 고치는 힘
이다.
문제를 찾는 힘이 100점이어도 나머지가 전부 0점이면 회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왜?"라는 말 없이 다 따르기만 해도 개선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필요한 건 그 중간이다.
10. 정리: "애초에"는 버리지 않아도 된다. 결과물로 내자
"왜?" "정말 필요해?" "더 근본부터 바꿀 수 없나?"
이런 질문은 버릴 필요 없다.
오히려 윗단계에서는 중요하다.
다만 질문에는 마감을 붙이자.
조사한다. 선택지로 만든다. 결정할 사람에게 넘긴다. 정해지면 한다. 숫자를 본다. 다시 의심한다.
이렇게 하면 "귀찮은 '애초에' 맨"이 아니라, 개선을 굴리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조직의 전제가 도저히 안 맞는다면, 직접 사업을 만드는 길도 있다.
다만 거기서는 마음껏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대신, 시장이 봐주는 것 없이 정답을 맞춰 준다.
질문은 자유롭게. 결과물은 꼭 내놓자.
그게 전부다.
- 노동신문사 AGC 사건 rodo.co.jp
- 노동개발연구회 노동판례저널 168호 roudou-kk.co.jp
- JEED Elder 2026년 6월호 jeed.go.jp
- ALG 법률 해설 xn--alg-li9dki71toh.com
- 일본 후생노동성 노동계약·해고 규정 mhlw.go.jp
- Union Chiyoda 항소 공지 ameblo.j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