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인플레이션 만화 리뷰: 적과 아군이 계속 바뀌는 이유 (게임이론으로 읽기)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적", "이 사람은 아군"이라는 꼬리표가 정말 빨리 쓸모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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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 인플레이션』 2권 이후의 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특히 루크, 레자트, 그레샴의 관계를 다룹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적", "이 사람은 아군"이라는 꼬리표가 정말 빨리 쓸모없어집니다.

슈에이샤의 2권 소개를 보면 노예선 사람들은 모두 적입니다. 그런데도 루크가 살아남는 방법은 상대에게 이익을 보여 주고 내 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1]
5권 소개는 더 노골적입니다. "어제의 친구는 오늘의 적!? 쓸 수 있는 패는 전부 써라!!"라고 작품이 스스로 말합니다.[2]

그러니 이 만화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진영이 아닙니다.

각 인물이 원하는 것, 그리고 지금 그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것입니다.

10화 전후의 루크, 레자트, 그레샴이 맞붙는 장면은 이 설계가 한눈에 보이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0. 10화 전후: "적을 이기자"가 아니라 "다음 이익표를 만들자"

2권에는 6화부터 13화까지 실려 있고, 10화도 이 노예선 심리전 안에 있습니다.[1]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루크가 눈앞의 승패만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레자트는 제국 쪽 사람입니다. 레자트는 루크의 능력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루크도 "레자트가 눈치챘다"는 사실을 읽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문제는 단순한 선과 악이 아닙니다.

지금 누구와 손잡아야 내 목적에 가까워지는가.
누가 나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누가 누구의 생각을 어디까지 읽고 있는가.

그래서 방금 전까지 적이던 그레샴도 "쓸 수 있는 패"로 돌아옵니다.

어제 서로 싸웠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음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1. 이 만화의 "아군"은 타고난 성질이 아니라 잠깐 맞춰진 균형이다

게임이론에서 참가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고려해 자신의 이익이 걸린 전략을 고릅니다. 같은 게임을 되풀이하면 이번만이 아니라 다음 차례까지 생각하게 되어서, 협력과 배신의 의미가 달라집니다.[3]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인간관계는 이 느낌과 꽤 비슷합니다.

A와 B가 적이어도

지금 B와 손잡는 이익 > 지금 B를 꺾는 이익

이면 손잡습니다.

하지만 다음 상황에서

B를 버리는 이익 > B와 계속 함께하는 이익

이 되면 동맹은 끝납니다.

그래서 "배신했다! 캐릭터가 이상해졌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습니다. 바뀐 것은 성격이 아니라 판 위의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슈에이샤의 4권 소개는 이 이야기를 "속임수 뒤의 속임수 뒤의 속임수…를 읽는, 초고속 위조지폐 장기 문제"라고 부르고, 5권은 "어제의 친구는 오늘의 적"이라고 부릅니다. 이 구조를 꽤 정확하게 말해 주는 표현입니다.[4][2]

2. 레자트는 연설하는 중에도 판을 새로 읽는다: 겉의 말과 속의 계산이 동시에 돌아간다

레자트의 매력은 단순히 머리가 좋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중에도 그 자리의 정보를 모으고, 상대의 반응을 보며, 다음 작전을 다시 짜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보통의 두뇌 싸움이라면

  1. 연설한다
  2. 방으로 돌아간다
  3. "자, 작전을 생각해 볼까"

하고 장면을 나눠도 이야기가 됩니다.

레자트는 이것을 한꺼번에 합니다.

겉: 사람을 움직인다.
속: 정보를 새로 고친다.
그 속: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까지 읽는다.

그래서 연설이 그냥 캐릭터 연출로 끝나지 않습니다. 대화 자체가 상대를 살피는 도구이고, 이끄는 도구이고, 다음 수를 만드는 시간입니다.

말하는 동안에도 작전 회의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레자트의 무서운 점입니다.

3. 가장 잘 짜인 싸움은 "안다"가 아니라 "상대가 알아챘다는 걸 안다"의 싸움이다

루크와 레자트의 싸움이 한 단계 더 재미있어지는 이유는 비밀 자체보다 "아는 것에 대해 아는 것"이 싸움터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 레자트가 루크의 능력을 의심한다.
  • 루크가 그 의심을 눈치챈다.
  • 레자트는 루크가 눈치챘는지를 헤아려 본다.
  • 루크는 "우리가 알아챈 것을 들키면 상대가 다음 수를 바꾼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오면 패 자체보다 누가 무엇을 아는지의 층이 더 중요해집니다.

게임이론에서는 상대의 이익이나 정보를 다 알지 못하는 상황을 불완전 정보라고 부릅니다. 상대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믿는지,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한 믿음까지 분석 대상이 됩니다.[5]

물론 만화의 모든 장면을 수식으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독자가 느끼는 "수 뒤의 수를 읽고 있다"는 감각의 정체는 이쪽에 꽤 가깝습니다.

정보를 가진 것과, 정보를 가졌다고 상대가 생각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이 만화는 그 차이를 몇 번이고 무기로 씁니다.

4. 그레샴은 믿을 수 없다. 그런데도 "예측할 수 있어서" 쓸모가 있다

그레샴은 도덕적으로 등을 맡길 수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런데 전략으로 보면 이상하게 다루기 쉽습니다.

판단 기준이 아주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되는가.
손해인가.
이 사람, 물건, 정보는 얼마의 가치를 만드는가.

물론 그레샴에게도 감정과 취향이 있습니다. 단순한 돈 계산 로봇은 아닙니다. 다만 "이익"이라는 커다란 기준이 밖에서도 잘 보입니다.

그러면 루크 쪽은

"착한 사람이니까 도와주겠지"가 아니라 "저 사람이 도와주는 쪽이 이득이 되는 상황을 만들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신기한 신뢰입니다.

사람됨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이익의 구조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믿는 것입니다.

최악의 상인이 조건에 따라 가장 읽기 쉬운 협상 상대가 됩니다.

5. 반대로 레자트는 너무 합리적이라 읽기 어렵다: 목표가 여러 개다

레자트도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그레샴보다 읽기 어렵습니다.

제국 쪽의 임무. 능력의 정체. 나라가 입을 위험. 상대의 심리. 그 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앞으로 루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살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차이는 이렇습니다.

그레샴: "이익"이라는 큰 기준 하나가 잘 보인다.
레자트: 여러 목표를 동시에 맞춰 간다.

그러니 "악당 그레샴보다 제국의 레자트가 더 안전하다"고 간단히 말할 수 없습니다.

선악의 꼬리표와 전략적으로 예측하기 쉬운지는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인간관계를 묘하게 현실적으로 만듭니다.

6. 독자에게도 속사정을 보여 주기 때문에 "뒤늦은 반전"이 되지 않는다

두뇌 싸움 만화에서 가장 김빠지는 순간 중 하나는

"사실 이 인물은 전부 알고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한 번도 안 보여 줬지만요."

하고 승부가 뒤집힐 때입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주요 인물의 욕망과 목적을 꽤 잘 보여 줍니다.

루크에게는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습니다. 레자트에게는 제국 쪽 역할이 있습니다. 그레샴은 이익에 강하게 끌립니다.

독자가 모든 정보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 사람이라면 무엇을 원할까"를 짐작할 재료는 받습니다.

그래서 동맹이 뒤집혔을 때

"작가가 갑자기 설정을 만들어 냈네"가 아니라
"아, 그 이해관계라면 그쪽으로 가겠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런데도 정답을 끝까지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목적은 보입니다. 가진 정보의 양이 다릅니다. 상대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생각하는 것까지 모두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자도 판 위에 올라가게 됩니다.

7. 반복 게임, 불완전 정보, 신호 보내기: 그래도 읽고 나면 "아니, 너 그쪽 편이었어?"

이론만 뽑아 보면 이 작품은 꽤 딱딱합니다.

되풀이되는 게임. 협력과 배신. 불완전 정보. 믿음의 갱신. 신호 보내기. 잠깐의 연합. 상대의 이익 구조 설계.

그런데 실제로 읽을 때 드는 기분은

"아니, 지금 저 사람이랑 손잡는다고?!"
"거기서 흥정을 시작한다고?!"
"연설하면서 다음 작전까지 짜지 마!"

입니다.

이게 이 작품의 강점입니다.

대단한 전략을 대단한 표정으로 계속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레샴은 돈 냄새를 맡으면 방향을 바꿉니다. 루크는 적에게 조건을 내밀어 아군으로 바꿉니다. 레자트는 말하면서도 판을 읽습니다.

이론은 딱딱한데 결과물은 웃기고 시원합니다.

경제, 첩보, 협상, 심리전을 전부 하면서도 속도감은 콩트 같습니다.

그래서 무겁지 않습니다.

8. 결론: 이 만화에서 믿을 것은 "아군"이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의 이해관계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진영도를 고정해서 외우려 하면 아마 금방 무너집니다.

더 안정적인 것이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원하는가.
누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
누가 누구의 생각을 어디까지 읽고 있는가.

이것을 보면 적이 아군이 되는 순간도, 아군이 적이 되는 순간도 갑자기 잘 보입니다.

그레샴은 믿을 수 없지만 이익은 읽을 수 있습니다. 레자트는 합리적이지만 목적이 여러 겹이라 읽기 어렵습니다. 루크는 두 사람의 목적을 읽고, 적 자체를 자원으로 바꿉니다.

슈에이샤 2권의 "이익을 보여 주고 내 편으로 만들자"는 초반의 홍보 문구이면서 동시에 작품 전체의 싸움 방식을 설명한 말이었는지도 모릅니다.[1]

이 만화에서는 인간관계도 시장 가격처럼 움직입니다.

적과 아군은 직함이 아닙니다.
그 차례의 균형입니다.

그리고 균형이 깨진 순간 다음 흥정이 시작됩니다.


  1. 슈에이샤 『하이퍼 인플레이션 2』 shueisha.co.jp
  2. 슈에이샤 『하이퍼 인플레이션 5』 shueisha.co.jp
  3.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Game Theory plato.stanford.edu
  4. 슈에이샤 『하이퍼 인플레이션 4』 shueisha.co.jp
  5.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Epistemic Foundations of Game Theory plato.stanford.edu
  6. 슈에이샤 『하이퍼 인플레이션 3』 shueisha.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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