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고급 프렌치에 간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제대로 맛보고 싶었다.
그런데 음식 외의 이벤트가 계속 생겼다. 처음 보는 지역 채소, 접시마다 이어지는 설명, 코스마다 바뀌는 포크와 나이프, 너무 일찍 써 버린 포크 대신 등장한 반짝이는 새 포크, 다음 접시에서 다시 돌아온 같은 종류의 포크, 계속 채워지는 물, 계속 움직이는 서비스 직원. 마지막에는 사진을 많이 찍고 메모하며 자세히 보고 있었기 때문에 직원이 처음에 나를 외식·호텔 업계 사람으로 생각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밥을 먹으러 왔는데 서브 퀘스트가 너무 많았다.
1. SORA에서는 무엇이 나왔나?
방문 당일 인쇄 메뉴에는 시타라의 기누히메 연어와 도요하시 메추리알, 아쓰미 반도의 차가운 옥수수 벨루테와 가리비, 아마다이 비늘구이와 아오사 향 리소토·비스크, 오쿠미카와 다케우치 목장의 단도규 등심 로티, 블루베리와 요구르트 디저트, 음료와 작은 과자가 적혀 있었다.
원래 기사가 참고한 공식 사이트에서는 SORA가 세금과 서비스료를 포함해 8,100엔이었다. 기본 고기는 단도규 모모 부위이고 등심으로 바꾸면 1,500엔을 더 내는 것으로 안내됐지만, 방문 당일 종이 메뉴에는 처음부터 등심이 적혀 있었다. 식재료 사정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안내도 있었다. 여기서는 먹은 음식은 당일 종이 메뉴로, 가격 비교는 원래 기사가 참고한 공식 표시로 구분한다.[1]
시타라, 도요하시, 아쓰미, 오쿠미카와, 이시마키. 프랑스 요리를 먹는데 지역 지도가 접시로 나온다.
2. 지역 식재료 자체가 어트랙션이 됐다
중간에는 채소 실물을 한꺼번에 보여 주는 소개도 있었다. 소면호박과 흰 가지처럼 “이런 게 있었어?” 싶은 식재료가 등장한다.
완성된 접시만 보면 채소는 장식이나 곁들임으로 지나가기 쉽다. 하지만 먼저 실물을 보면 다음 접시에서 “아까 그거다”가 생긴다. 음식 전에 출연진 소개가 들어가는 셈이다.
와사비인데 생각보다 맵지 않은 경험도 있었다. 일본 본와사비는 상쾌한 향과 비교적 부드러운 매운맛이 특징으로 설명되며, 일부 시판 와사비는 더 강한 매운맛의 서양고추냉이를 섞는다.[2][3]
식사를 할수록 식재료 도감의 빈칸이 채워졌다.
3. 커틀러리 퀴즈에는 2번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는 쓰지 않은 포크나 스푼이 접시와 함께 사라질 때마다 머릿속에서 “오답!” 소리가 났다.
그러다 나중 코스용이었던 듯한 포크를 먼저 써 버렸다. 새 포크가 다시 놓였다. 그리고 다음 요리에서 조금 전 회수된 것과 같은 종류가 정식으로 돌아왔다.
1번 문제에서 조기 투입됐다가 교체된 선수가 2번 문제에서 선발 복귀한 느낌이었다.
직원이 포크와 나이프를 권한 장면에서도 스푼이 더 편해서 스푼을 썼다.
내게 제일 중요한 건 단순했다. 어느 도구로 먹어야 편한가.
예절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다. 접시마다 도구가 바뀌는 것이 낯설어서 혼자 퀴즈처럼 느꼈을 뿐이다.
4. 설명은 많았지만 뇌의 담당 업무는 ‘먹기’였다
접시마다 산지, 조리법, 소스 설명이 이어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지만 전부 머리에 남지는 않았다.
결국 역할은 이렇게 정리됐다.
셰프: 만든다. 직원: 설명한다. 손님: 먹는다.
설명을 다 기억할 수는 없어서 사진을 찍고 메뉴를 나중에 보기로 했다. 고급 식당은 생산자 이름을 외우는 시험이 아니다. 맛있게 먹고 새로운 것을 하나 발견하면 충분하다.
5. 왜 거의 전담 직원처럼 느껴졌나?
혼자 앉아 있으니 물을 채우고, 접시를 치우고, 다음 포크를 놓는 일이 얼마나 자주 있는지 잘 보였다. 요리마다 설명이 있고 짧은 대화도 오갔다.
전담 직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테이블도 돌보고 있었다. 원래 기사가 참고한 연구에서도 음식뿐 아니라 접객과 식사 전체의 즐거움이 좋은 경험을 이루는 요소로 다뤄졌다.[4] 다른 연구는 세심하고 친근하게 대화하는 접객과 손님 평가의 관계를 다뤘다.[5]
비싼 것은 고기만이 아니다. 계속 보고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도 가격에 들어 있다.
6. 사진과 메모를 많이 했더니 업계 사람으로 보였다
후반의 잡담에서 직원이 일이나 업종을 물었다.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죠?”라고 되묻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처음에는 같은 업계 사람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혼자 와서, 음식마다 사진을 찍고, 메뉴와 접시를 오래 보고, 휴대폰에 메모하고, 설명도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반의 “이런 것에 익숙하세요?” 같은 질문도 이제 보니 지식 수준을 살피는 질문처럼 보였다. 직원은 업계 사람일 가능성 때문에 조금 긴장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 정체는 단순했다.
비싼 돈 내고 왔으니 최대한 맛보고 싶어서 사진을 잔뜩 찍은 사람.
시찰도, 미스터리 쇼퍼도, 평론가도 아니다.
그냥 먹는 사람이었다.
7. 그래서 고급 프렌치는 놀이공원에 가깝다
다음 요리가 무엇인지 기다린다. 새로운 식재료가 나온다. 도구가 바뀐다. 소스를 시험한다. 물이 채워진다. 직원과 한마디 한다. 또 다음 접시가 온다.
고급 레스토랑 연구에서도 체험 품질과 즐거움은 중요한 요소로 다뤄진다.[4][6]
이날의 어트랙션은 지역 채소 발견, 소면호박 첫 만남, 순한 와사비, 커틀러리 퀴즈 1·2, 급수 챌린지, 업계 사람 오해 루트, 단도규 최종 보스였다.
칼로리 가격만 보면 비싸다. 두 시간짜리 음식·서비스·지역문화 체험권으로 보면 다른 상품이 된다.
8. 마지막에는 단도규가 ‘맛있다’ 한마디로 끝냈다
당일 메뉴의 메인은 단도규 등심 로티였다.
여기까지 온갖 구조를 분석했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고기가 진짜 맛있었다.
작은 접시도 계속 쌓이면 메인 즈음에는 꽤 배부르다. 여기에 치즈를 2,000엔 추가했고, 미카와 계열 홍차도 800엔 주문했다. SORA 8,100엔과 단순 합산하면 10,900엔이다. 다른 변경이 있었다면 실제 결제는 달라질 수 있지만 ‘1만 엔 점심’이라는 체감은 맞았다.
9. 점심 8,100엔은 저녁과 비교해 얼마나 유리한가?
원래 기사가 참고한 공식 가격은 SORA 점심 8,100엔, KESHIKI 저녁 12,100엔, MIKAWA 18,150엔이었다.[1]
동일한 저녁 코스를 점심에 할인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SORA와 KESHIKI는 앞부분에 겹치는 요리가 있었지만 서로 다른 메뉴였다.[1]
그래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방의 요리를 먹고 직원들의 서비스를 받는다. 점심에는 그 경험을 더 낮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었다. 똑같은 식사인 것처럼 할인율을 계산하는 것보다 이쪽이 정확하다.
10. 고급 프렌치는 무서운가? 대부분은 그냥 낯설 뿐이다
도구가 많고 설명이 많아 시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포크를 먼저 쓰면 다른 포크가 왔고, 스푼이 편하면 스푼을 썼고, 물을 마시면 다시 채워졌고, 사진을 많이 찍었더니 업계 사람으로 오해받았을 뿐이다.
아무도 “오답”이라고 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남은 건 세 가지였다.
히가시미카와에 이런 식재료가 있었구나. 단도규 맛있다. 고급 프렌치, 놀이공원이네.
셰프는 만들고, 직원은 설명하고, 손님은 먹는다.
먹는 사람은 그냥 먹으면 된다.
- KEI 공식 메뉴 arcriche.jp
- 본와사비 특징 sbfoods.co.jp
- 시판 와사비 설명 sbfoods.co.jp
- 고급 식당 식사 경험 연구 doi.org
- 식당 접객 대화 연구 doi.org
- 고급 식당의 즐거움 연구 do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