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 덴몬칸 걸어본 솔직 후기: 상상했던 가고시마랑 완전 달랐다

이상 현상 찾기
읽기 기능 사용법

듣기는 본문을 읽어 줍니다. 속독은 구절을 차례로 표시하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언어 연습은 다른 언어판과 번역을 비교합니다. 저장한 북마크는 이 브라우저의 플레이어 목록에서 다시 열 수 있습니다. 벽돌깨기로 읽기는 글자 하나하나를 벽돌 삼아 깨면서 노는 게임입니다.

이 글 공유하기

이 글 공유하기

광고
광고

가고시마 시내 중심가 덴몬칸은 생각보다 훨씬 평범하고 북적이는 도심이었다. 12개 거리로 이어진 아케이드와 번화가, 도서관과 호텔이 들어간 15층 복합빌딩, 구마모토에서 온 꿀 만주, 10엔 인형뽑기, 광고판 속 사투리까지 직접 걸으며 본 것을 정리했다.

가기 전에는 가고시마라고 하면 "진짜 멀리 왔구나" 하는 느낌이 확 올 줄 알았다.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처음 보는 가게만 있고, 규슈 끝자락 느낌이 온몸으로 밀려올 거라고.

그런데 막상 가 보니 맥도날드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고 무인양품도 있다.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쇼핑 중이다. 들리는 말도 거의 표준어에 가깝다.

"어? 그냥 도시네."

그때부터 덴몬칸 산책은 "가고시마다운 걸 찾는 여행"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던 가고시마 이미지를 하나씩 깨는 여행이 됐다.

1. 덴몬칸은 아케이드 하나짜리 거리가 아니다

처음엔 어디를 걸어야 할지부터 막막했다.

"덴몬칸 거리"라는 큰길 하나가 쭉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덴몬칸 공식 안내를 보면 이즈로 거리, 긴세이 거리, 데루쿠니 오모테산도 등 이 일대에 거리가 12개나 있다.[1]

그러니까 덴몬칸은 길 하나라기보다 아케이드, 상점가, 밤 유흥가가 한데 모인 동네에 가깝다.

처음 간다면 다 돌아보겠다고 욕심낼 필요는 없다.

노면전차 덴몬칸도리 정류장 근처에서 아케이드를 걷고, 북쪽 백화점 쪽을 본 다음, 남쪽 G3나 긴자 거리 쪽으로 돌아오면 된다. 이것만 해도 낮 쇼핑가와 밤 번화가의 차이가 확 보인다.

관광지를 하나씩 찍고 다니는 곳이라기보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분위기를 파악하는 곳이었다.

2. 센테라스 덴몬칸, 갑자기 나타나는 최신 대형 빌딩

아케이드를 걷다 보면 갑자기 크고 새 건물이 튀어나온다.

센테라스 덴몬칸이다.

처음엔 "쇼핑몰인가?" 했는데, 위를 올려다보니 호텔 같은 타워가 붙어 있다.

진짜 호텔이었다.

센테라스 덴몬칸은 지상 15층 복합시설로, 저층에는 상업시설과 관광안내소, 4~5층에는 덴몬칸 도서관, 6층에는 홀, 7~14층에는 호텔, 15층에는 전망 공간과 레스토랑이 들어가도록 계획·조성됐다.[2]

오래된 아케이드 바로 옆에

쇼핑! 도서관! 홀! 호텔! 전망! 다 때려 넣었다!

같은 건물이 서 있는 셈이다.

이렇게 옛것과 새것이 섞여 있는 게 딱 덴몬칸답다.

3. 사람 많다. 그리고 "여기 머리숱 많은 사람 많지 않나?" 싶었다 (통계 아님)

주말 시내 중심가라 사람이 꽤 많다.

걷다가 문득 "머리카락 굵고 숱 많아 보이는 사람이 많은데?"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근데 이건 그냥 여행자가 눈으로 본 것뿐이다.

몇십 분 동안 길에서 본 사람들만 가지고 "가고시마 사람은 머리숱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검은 머리, 헤어스타일, 나이대, 조명, 그날 나온 사람들에 따라서도 느낌은 달라진다.

여행 가면 이렇게 "지역 차이를 발견한 것 같은 순간"이 유난히 자주 온다.

재밌는 관찰이긴 하다. 그래도 내가 본 것과 그 지역의 사실은 별개다.

길을 걷다 보면 이 선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4. 줄 서 있는 가게 발견. "호라쿠 만주? 가고시마 명물인가!"

그다음 눈에 들어온 건 긴 줄이었다.

호라쿠 만주.

이름부터 세다.

배도 고팠다.

"이건 가고시마 로컬 간식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찾아봤다.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가 원조였다.

1953년 미나마타의 양봉업자가 꿀을 넣은 과자로 만든 게 호라쿠 만주의 시작이라고 한다.[3]

가고시마까지 와서 줄에 빨려 들어가 처음 먹은 로컬 간식이 구마모토 거라니.

"구마모토였냐고!"

그런데 생각해 보면 딱히 문제는 없다.

멀리서 규슈까지 여행 왔다면, 평소엔 보기 힘든 규슈 로컬 음식을 먹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이다.

현 경계 지키겠다고 계속 굶을 이유는 없다.

게다가 막 구운 건 뜨겁다.

그리고 맛있다.

결론은 금방 났다.

뜨겁지만 맛있다. 그럼 이긴 거다.

5. 구마몬이 안 보인다. 규슈 어디에나 있는 줄 알았다

호라쿠 만주가 구마모토 원조라는 걸 알고 나니 또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구마몬을 한 번도 못 봤네."

당연하다.

구마몬은 구마모토현 캐릭터니까.

근데 전국적으로 워낙 유명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선 어느새 "규슈 대표" 정도로 영역을 넓혀 놨던 거다.

가고시마를 걸어 보고 나서야

아, 구마몬은 자기 현 경계를 잘 지키는구나.

싶었다.

관광 캐릭터나 명물은 TV나 인터넷에서 자주 볼수록, 실제 지리보다 더 넓은 지역 것처럼 기억되곤 한다.

현지에 가 보면 그 대충 그린 지도가 바로 고쳐진다.

6. 10엔 인형뽑기, 물가 법칙에서 혼자 벗어난 기계

더 걷다 보니 오락실 광고가 보인다.

10엔으로 하는 인형뽑기.

잘못 본 줄 알았다.

서드플래닛 덴몬칸 아소비타운에는 실제로 '주엔이치바(10엔 시장)'라는 10엔 인형뽑기 코너가 있다고 안내돼 있다.[4]

인형뽑기는 100엔 단위라는 감각으로 사는 사람에게 10엔은 꽤 충격이다.

100엔이면 10번.

상품이 작아도 괜찮다.

10엔에 집게가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웃기다.

동네를 걷다 보면 유명 관광지보다 이런 이상한 광고가 더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7. 처음 발견한 가고시마 사투리는 "오쟛타몬세"

여기까지 걸었는데도 귀에 들어오는 말은 거의 표준어였다.

"가고시마 사투리를 잔뜩 들을 줄 알았는데."

그러던 참에 광고 문구에서 나왔다.

오쟛타몬세.

가고시마현 공식 방언 소개에 따르면 "와 주셨습니다"라는 뜻의 사쓰마·오스미 지역 표현이다.[5]

'가다·오다·있다'의 높임말인 '오쟈루'에 '해 주세요'라는 뜻의 '타몬세'가 합쳐진 정중한 말이라고 한다.

느낌으로 치면

"어서 오세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도다.

여기서 당연히 그 이름이 떠오른다.

"오쟈루마루의 그 '오쟈루'?"

방향은 비슷하다.

'오쟈루'는 옛 일본어에서 이어진 말이고, 가고시마의 '오쟛타몬세'에도 남아 있다. 다만 애니메이션 '오쟈루마루'가 가고시마 사투리에서 왔다는 얘기는 아니다.

처음으로 "가고시마 사투리다!" 하고 실감한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광고였다.

그것도 그것대로 웃기다.

8. 가장 크게 깨진 건 규슈에 대한 대충 만든 선입견이었다

여행 전에는 거친 사람이 많을 거라는 이미지까지 갖고 있었다.

이른바 '규슈 남아(규슈 사나이)'라는 옛날 이미지에 인터넷의 극단적인 얘기나 드라마·만화 속 모습까지 섞어서, 머릿속에서 몇 배나 진하게 부풀려 놨던 거다.

실제로 시내를 걸어 보니 당연히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가족들이 걷고 있다. 학생들이 있다. 쇼핑객이 있다. 점원은 평범하게 손님을 맞는다. 길에서 폭력이나 고함이 일상처럼 오가는 것도 아니다.

물론 몇 시간 걸어 본 것만으로 그 지역 전체의 성격이나 치안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적어도

"규슈에선 거친 남자들이 길거리에서 날뛴다"

같은 이미지는 눈앞의 덴몬칸과 전혀 맞지 않았다.

이게 중요했다.

여행은 "모르는 곳의 신기한 것 모으기"만이 아니다.

내가 멋대로 만들어 둔 다른 지역 이미지를 실물을 보고 고치는 일이기도 하다.

9. 가고시마다움은 '딴 세상'이 아니라 평범한 도시 속에 끼어 있었다

처음엔 가고시마까지 왔으면 뭐든 다 달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사투리도, 가게도, 사람도, 거리도.

"땅끝까지 왔다"는 게 확 느껴질 만큼 전부 달라져 있길 바랐다.

하지만 실제 도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전국 체인점도 있다. 표준어도 통한다. 새로 지은 복합빌딩도 있다. 젊은 사람들은 평범하게 스마트폰을 본다.

그런데 한편으로, 조금만 꺾어 들어가면 옛날식 아케이드가 있고, 구마모토 원조인데도 가고시마에서 오래 사랑받는 호라쿠 만주가 있고, 광고에는 '오쟛타몬세'라는 말이 남아 있고, 10엔 인형뽑기까지 섞여 있다.

가고시마다움은 도시 전체가 딴 세상이 되는 게 아니었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요즘 생활 속에 그 지역의 역사와 음식과 말이 겹겹이 끼어 있는 것.

그걸 걸으면서 하나씩 줍는 게 덴몬칸의 재미였다.

정리: 덴몬칸에서 제일 재밌었던 건 머릿속 지도가 고쳐지는 경험

덴몬칸은 아케이드 하나가 아니다.

센테라스 덴몬칸은 상업시설만이 아니라 도서관, 홀, 호텔까지 들어간 대형 복합시설이었다.

줄 서서 먹은 호라쿠 만주는 가고시마가 아니라 구마모토 미나마타가 원조였다.

구마몬은 규슈 전역에 있지 않았다.

10엔 인형뽑기는 진짜 있었다.

'오쟛타몬세'로 드디어 알아보기 쉬운 가고시마 사투리를 하나 건졌다.

그리고 가장 컸던 건

"먼 지역일수록 내 머릿속에서 멋대로 딴 세상으로 만들고 있었다"

는 걸 깨달은 거다.

직접 가 보면 평범한 부분과 그곳에만 있는 부분이 동시에 있다.

그게 섞인 모습을 보는 쪽이, 처음부터 준비해 간 "가고시마스러움"을 찾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1. 덴몬칸 공식 '덴몬칸 거리' 안내 tenmonkan.info
  2. 센테라스 덴몬칸 공식 플로어 안내 및 시설 개요 / https://centerrace.com/_static/_teaser/pdf/press01.pdf centerrace.com
  3. 미나마타 임팩트 '호라쿠 만주' minamata-impact.com
  4. 서드플래닛 덴몬칸 아소비타운 매장 소개 3rd-planet.jp
  5. 가고시마현 '오늘부터 쓸 수 있는 가고시마 방언 강좌' pref.kagoshima.jp

한 걸음 더: 시로야마 호텔 가고시마 후기: 객실보다 로비·온천이 진짜였다

이 글 공유하기

이 기사가 도움이 되었다면 사이트를 후원할 수 있습니다. 후원하기

광고
광고
광고

하나 더, 뭐 재미있는 거 없어?

다 읽은 김에. 가까운 이야기 몇 편과, 전혀 다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골랐어요.

  1. 나는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을까?일은 잘하는데 자꾸 우는 이유
  2. “일정 정해지면 연락할게요”는 왜 전날 올까?행동 패턴 읽는 법
  3. 치이카와는 왜 늘 먹고 있을까?음식, 잡초, 괴물, 노동, 그리고 10+ 등급의 공포
  4. 춤추는 룸펠슈틸츠헨 밈, 옛날 영화 장면일까?정체는 AI가 만든 가짜 비디오

오늘은 이 글

이 글을 읽은 분이 다음에 품는 질문에 각각 답하는 글입니다.

전체 글에서 찾기‘여행’ 글 더 보기

다른 글 찾기

모든 기사

Mendoi-chan

사이트 운영자

Mendoi-chan

직장과 일상의 불편함을 구조화해 이해하기 쉬운 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