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두고 간다’는 왜 멋있을까? 강렬한 말이 갑자기 업무가 되는 순간

일본어 표현 ‘全てを置いていく’(subete o oite iku), ‘모든 것을 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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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말이 아니어도 강하게 들린다

일본어 표현 ‘全てを置いていく’(subete o oite iku), ‘모든 것을 두고 간다’. 어려운 단어는 없는데, 이야기의 끝까지 다다른 사람이 하는 대사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를 ‘모든 것을 확인한다’로 바꾸면 갑자기 업무가 시작된다. 똑같은 ‘모든 것’인데,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뜻은 알겠는데, 벌어지는 일의 규모가 일상에 들어맞지 않는 말이다. ‘읽을 수 있다.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가까움과 멂의 조합에서 차원이 다른 존재가 느껴진다.

여기서는 그런 취향을 말 고르기의 관점에서 풀어 보려 한다. 심리학 연구도 실마리로 삼지만, 멋의 정답이나 누구에게나 통하는 작명법을 알아냈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게임과 몬스터의 이름을 제외하면, 아래의 대사와 도시의 이상 현상은 표현을 비교하려고 만든 창작 예시다.

‘놓다’는 평범한데, 두고 가는 것이 너무 크다

짐을 놓는다. 스마트폰을 놓는다. 서류를 놓는다. ‘置く’(oku, 놓다)는 아주 익숙한 동작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두고 간다’가 되면, 무엇을 두고 가는지 독자가 마음껏 넓혀 생각할 수 있다.

과거, 동료, 적, 얽힌 인연, 승패, 미련,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더 거창하게 읽으면 이야기 그 자체까지. ‘모든 것’의 내용을 못 박지 않기에, 그 사람이 무엇을 넘어왔는지 상상할 여지가 생긴다.

‘두고 간다’에는 자신은 그곳을 떠나 앞으로 나아간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면 문장의 뒷부분을 조금씩 바꿔 보자.

  •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에서는 세계를 파괴하는 최종 보스가 떠오른다
  • ‘모든 것을 맡긴다’에서는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전대의 인물이 떠오른다
  • ‘모든 것을 짊어진다’에서는 아직 싸움을 이어 가는 주인공이 떠오른다
  • ‘모든 것을 두고 간다’에서는 싸우던 장소마저 과거로 만들어 버린 사람이 떠오른다

물론 누가 어떤 장면에서 말하느냐에 따라 인상은 달라진다. 짐을 싸는 장면이라면, 그냥 물건을 잘 두고 다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야기의 맥락을 더하면 ‘쓰러뜨렸다’, ‘이겼다’보다는 ‘지나쳐 갔다’에 가까운 강함이 느껴진다.

‘이긴 게 아니야. 그저 지나갔을 뿐이지.’

힘의 크기를 숫자로 설명하지 않고, 승부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 준다. 내가 이 말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익숙한 동작에, 평범하지 않은 대상을 연결한다

어려운 명사를 늘리지 않아도 동작과 대상의 조합만으로 풍경이 달라진다.

  • 세계를 밤으로 돌려보낸다
  • 기억을 바다로 돌려보낸다
  • 시부야의 일부를 밤 속에 닫아 둔다
  • 그날만은 아직 닫을 수 없다

‘돌려보내다’, ‘닫다’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나 기억, 지나간 하루를 어떻게 다룬다는 건지는 모르겠다. 동작이 상상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고, 대상과의 어긋남이 수수께끼를 남긴다.

반대로 ‘존재 위상을 비가역적으로 폐색하는 상위 개념체’라고 쓰면, 나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떠올리기도 전에 용어의 뜻부터 생각하게 된다. 이런 말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고, 작품 안에서 의미를 차곡차곡 쌓았다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어려운 말이 나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얼마나 많은 단서를 건네느냐의 차이다.

Reber, Schwarz, Winkielman의 2004년 논문은 정보를 쉽게 처리한다는 느낌과 미적 평가의 관계를 정리한다. ‘처리 유창성’이라고 부르는 관점이다. 다만 ‘쉬운 동사와 거대한 대상을 조합하면 가장 멋있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는 아니다.

‘모든 것을 바꿔 나간다’, ‘미래로 잇는다’, ‘지켜 나간다’ 같은 말이 광고에도 잘 어울린다고 느끼는 이유는, 내게는 그 장면이나 주장이 쉽게 와닿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익숙한 만큼 뜻밖이라는 느낌이 적을 때도 있다. 읽기 쉽다는 것만으로 말의 매력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보이는 것은 결과뿐. 그 뒤에 있는 거대함을 상상한다

‘도시의 한구석에만 아침이 오지 않았다.’

아침이 오지 않는 풍경은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그곳만 밤에 남겨 두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보여 주기 방식을 ‘벌어진 일은 보이지만, 그 원인이 얼마나 거대한지는 알 수 없다’고 받아들인다.

이 발상에 조금 거창한 이름을 붙이면 ‘관측할 수 있는 초월’, 일본어로 ‘観測できる超越’다. 다만 이는 여기서 창작을 위해 붙인 이름이지, 정립된 심리학 용어는 아니다. 능력을 전부 설명하는 대신 그 존재가 지나간 흔적을 보여 주는 것이다.

Keltner와 Haidt의 2003년 논문은 경외라는 감정을 살펴보면서 압도적인 거대함과, 지금까지의 이해 틀에 담을 수 없다는 느낌을 중요하게 다뤘다. 거대함은 물리적인 크기에만 한정되지 않고, 경외에 반드시 공포가 동반되는 것도 아니다.

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풍경 너머로,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함을 느낀다’는 내 취향을 연상할 수는 있다. 그러나 특정 대사를 읽은 사람이 경외를 느낀다고 입증된 것은 아니다. 설명을 너무 감추면 웅장함보다 정보 부족으로 보일 수도 있다.

‘悉くを殲ぼす’: 한자와 동작의 조합이 주는 재미

이 이야기를 할 때 떠오르는 이름은 Monster Hunter World: Iceborne의 일본어 명칭 ‘悉くを殲ぼすネルギガンテ’다. 읽기는 ‘ことごとくをほろぼすネルギガンテ’, 로마자로는 ‘Kotogotoku o Horobosu Nerugigante’다. 뜻을 풀면 ‘남김없이 모조리 멸하는 ネルギガンテ’ 정도다. 한자 표기가 어려운 편이어서, 처음 보는 사람은 읽는 법을 익히는 데서 출발한다.

‘悉く’(ことごとく, kotogotoku)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라는 뜻이다. ‘殲ぼす’(ほろぼす, horobosu)는 파괴하는 동작이 떠오르는 말이다. 조금 격식을 차린 어감의 ‘悉く’와,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 보여 주는 ‘殲ぼす’가 이어진다. 내게는 어려운 한자를 빽빽하게 늘어놓는 것보다 그 이름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교해 보려고 ‘万象悉皆を不可逆的滅尽へ導く終焉古龍’, 즉 ‘만물 일체를 비가역적 멸진으로 이끄는 종언의 고룡’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보자. 이것은 게임의 공식 명칭이 아니다. 부풀릴 수 있는 만큼 부풀린 창작 예시다. 거창하기는 하지만, 나라면 중간에 ‘그러니까 뭘 하는 용인데?’라고 묻고 싶어진다.

‘喰らう’(집어삼키다), ‘裂く’(찢다), ‘吼える’(포효하다), ‘堕ちる’(추락하다), ‘舞う’(춤추듯 날다)도 동작이 보이는 말이다. ‘焼き尽くす’(모조리 불태우다), ‘凍てつかせる’(얼어붙게 하다)라면 그 뒤에 남는 풍경까지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고 격렬한 말이 많을수록 매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舞う’의 가벼움이 거대한 존재와 만났을 때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름을 만든다면 어려운 글자를 더하기 전에 ‘읽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는 모습이 보일까’를 한 번 확인해 보고 싶다.

‘전부’보다 ‘일부’가 더 섬뜩할 때도 있다

규모를 키운다고 언제나 더 강렬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창작 예시를 나란히 놓아 보자.

  • 시부야의 일부를 얼어붙게 한다
  • 신주쿠의 한구석을 밤에 가둔다
  • 이케부쿠로의 일부에서만 시간이 멈춘다
  • 교토의 일부를 아무도 기억해 내지 못하게 된다

‘세계가 사라졌다’도 엄청난 사건이다. 하지만 ‘일부만’이라고 한정하면 남은 장소와의 경계가 신경 쓰인다. 왜 거기만일까. 어디부터 정상이 아닌 걸까. 도시의 이름이 있으면 그 이상 현상을 익숙한 풍경 안에 놓기가 쉬워진다.

내 느낌으로는 ‘전부 부순다’는 신화에 가까워지고, ‘한구석만 달라진다’는 기이한 현상에 가까워진다. 이는 작품의 분류법이 아니라 말을 바꿔 봤을 때의 인상이다. 국소적인 변화에서도 힘을 세밀하게 다루는 섬뜩함이나, 이해할 수 없는 선택 기준을 상상할 수 있다.

게다가 ‘일부’는 일상에서는 매우 사무적인 말이다. ‘일부 수정했습니다’, ‘일부는 확인 중입니다’. 그 밋밋한 범위 지정이 ‘얼어붙게 하다’와 이어지는 순간 섬뜩해진다. 이 온도 차가 재미있다.

소리의 인상은 직접 소리 내어 확인해 본다

뜻뿐 아니라 소리에도 취향이 있다. ‘凍てつかせる’(얼어붙게 하다)를 일본어로 ‘いてつかせる’(ite-tsuka-seru)라고 소리 내면, 내게는 중간중간 작게 끊기는 듯한 단단함이 느껴진다. ‘ことごとく’(kotogotoku, 모조리)의 반복에는 몰아붙이는 느낌이 있다.

여기서 듣는 것은 일본어의 소리다. 이 이름에서 ‘殲ぼす’는 ‘ほろぼす’(horobosu)로 읽는다. 이 발음을 한자의 음독인 ‘せん’(sen)과 섞어서 어감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 뜻을 다른 언어로 옮겨도 같은 울림이 그대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소리와 모양의 연결을 살피는 연구에는 둥근 모양을 ‘bouba’와, 각진 모양을 ‘kiki’와 연결하기 쉽다는 부바/키키 효과가 있다. Ćwiek 등이 25개 언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전체적으로 그런 대응이 나타났다. 다만 모든 언어나 모든 사람에게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뜻은 아니다.

이 연구로부터 ‘き・け・く(ki, ke, ku)는 반드시 날카롭다’, ‘が・ぐ・ど(ga, gu, do)는 반드시 무겁다’, ‘しん・りん(shin, rin)은 반드시 차갑다’ 같은 일본어 목록을 도출할 수는 없다. 그렇게 들린다는 개인의 감상과 연구에서 확인한 범위는 구분하고 싶다.

창작에 활용해 본다면 뜻이 비슷한 후보를 직접 소리 내어 읽는다. ‘凍らせる’(kooraseru)와 ‘凍てつかせる’(ite-tsuka-seru)는 둘 다 얼게 한다는 뜻이고, ‘全て’(subete)와 ‘ことごとく’(kotogotoku)는 전부를 가리킨다. 길이, 반복, 입으로 말할 때 끊기는 지점을 들으며 자기 장면에 맞는 것을 고른다. 등장인물의 말투와 앞뒤 대사까지 함께 비교하는 쪽이 소리만의 규칙을 찾는 것보다 쓰기 편하다.

웅장함과 업무 사이에서 웃음이 생긴다

‘모든 것을 두고 간다’에서 ‘모든 것을 확인한다’로. 문장의 형태는 거의 그대로 두고 마지막 동사만 바꾸면, 주인공이 갑자기 계장이 된다.

A “멋있는 말은 ‘모든 것을 ○○한다’인 것 같아.”
B “호오.”
A “모든 것을 두고 간다.”
B “주인공의 마지막 장이네.”
A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
B “최종 보스네.”
A “모든 것을 맡긴다.”
B “전대 주인공이네.”
A “모든 것을 확인한다.”
B “갑자기 계장님.”
A “모든 것을 공유한다.”
B “회의 시작했네.”
A “모든 것을 시각화한다.”
B “컨설턴트 오셨네.”
A “모든 것을 반려한다.”
B “결재받는 데 한참 걸리는 최종 보스네.”
A “모조리 반려하는 상사.”
B “ネルギガンテ보다 상대하기 어렵겠는데.”

이 짧은 주고받기에서는 ‘모든 것을’이라는 거창한 시작이 기대를 만들고, 뒤따르는 업무 용어가 그 기대를 비껴간다. 같은 형태를 몇 번 반복하면 다음에도 이야기 속 거물이 나올 것 같아진다. 그런데 확인이나 공유가 나오니, 장면이 회의실로 바뀐다.

‘Excel로 정리한다’, ‘PDF로 만든다’, ‘일단 가져가서 검토한다’로도 시도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일단 가져가서 검토한다’고 하면, 세계를 구하기 전에 사내 조율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일할 때 쓰는 말이 나쁜 게 아니라 웅장한 어조와의 조합에서 웃음이 생기는 것이다.

동사가 사무적이어도 대상을 바꾸면 신이 된다

그렇다면 ‘승인’, ‘반려’, ‘정리’는 멋있는 표현에 쓸 수 없을까. 대상을 바꾸면 풍경이 다시 달라진다.

  • 서류를 승인한다 → 멸망을 승인한다
  • 신청을 반려한다 → 운명을 반려한다
  • 자료를 정리한다 → 세계의 모순을 정리한다

‘멸망을 승인한다’에서는 세계의 끝에도 절차가 있고, 그것을 허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것 같다. ‘운명을 반려한다’에서는 이미 정해졌을 결말을 받아 주지 않는 사람이 보인다. ‘세계의 모순을 정리한다’에서는 창조주가 조금 사무적인 표정을 짓는다.

같은 동사라도 서류, 이메일, Excel, 회의를 대상으로 하면 업무가 된다. 기억, 고통, 약속, 죄책감, 이름, 동료를 대상으로 하면 사람의 이야기에 가까워진다. 시대, 운명, 죽음, 밤, 경계, 세계의 이치를 대상으로 하면 다루는 것의 척도가 달라진다.

이런 조합으로 ‘보이지 않는 신의 이름을 시각화한다’, ‘꿈의 일부를 공유한다’, ‘죽음의 사양을 확인한다’처럼 장엄한 건지 업무인지 알 수 없는 말도 만들 수 있다. 웃음을 노릴지 섬뜩함을 노릴지는 그 세계에서 절차가 얼마나 당연한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Trope와 Liberman의 2010년 논문은 시간이나 장소 등의 심리적 거리와, 사물을 추상적 또는 구체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의 관계를 정리한다. 하지만 어려운 단어를 ‘멀다’, 업무 용어를 ‘가깝다’고 부르는 이 글의 비유와는 같은 것이 아니다. 멋있게 느껴지는 최적의 거리를 밝힌 연구로 사용할 수 없다.

내가 말을 고르며 시도하고 싶은 것은, 독자가 상상할 발판은 남겨 두면서 그 위에서 다루는 대상만 조금 비트는 일이다. ‘밤을 데리고 걷는다’처럼 짧은 말로도 충분히 멀리 갈 수 있다.

말을 만들 때 다시 살펴볼 여섯 가지

지금까지 이야기한 취향을 창작할 때 확인할 항목으로 정리해 보자. 점수표나 과학적 공식이 아니라 후보를 비교하는 도구다.

  1. 동작이 보이는가. ‘돌려보내다’, ‘닫다’, ‘걷다’처럼 독자가 떠올릴 수 있는 움직임을 남긴다.
  2. 무엇에 작용하는가. 짐을 놓는지, 과거를 놓는지, 승패 자체를 놓는지 바꿔 본다.
  3. 되돌릴 수 없다는 느낌이 필요한가. ‘묻어 버리다’, ‘끊어 내다’, ‘모조리 불태우다’는 무겁다. 장면에 필요 없다면 강한 말을 더하기보다 덜어 낸다.
  4. 규모를 어디까지 보여 줄 것인가. ‘모든 것’과 ‘도시의 한구석’을 비교하고, 넓이와 경계 중 무엇을 인상에 남기고 싶은지 고른다.
  5.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가. 동작이나 결과는 보여 주되, 원인은 조금 남겨 둔다. 그저 알 수 없는 말에 그치지 않았는지도 확인한다.
  6. 목소리와 맥락에 맞는가. 그 인물이 할 법한 말인지, 소리 내어 읽기에 무리가 없는지, 바로 앞 장면이 그 말을 뒷받침하는지 살핀다.

방향별로 늘어놓으면 이런 후보가 나온다.

  • 짊어지고 나아가는 사람: ‘모든 것을 끌어안은 채 앞으로 간다’, ‘모든 것을 짊어지고, 딱 한 걸음 나아간다’
  • 압도하는 존재: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 ‘모든 것을 삼킨다’, ‘남김없이 집어삼킨다’
  • 먼저 도달한 사람: ‘모든 것을 과거로 만들고, 그래도 나아간다’, ‘우리가 겨우 도착한 곳을, 그 녀석은 출발점으로 삼고 있었다’
  • 흔적만 남는 기이한 현상: ‘나고야역의 일부가 침묵했다’, ‘그 역에만 밤이 계속 내려앉는다’, ‘이 방의 일부는 아직 어제 그대로다’
  • 업무로 내려앉는 말: ‘모든 것을 재고 조사한다’, ‘모든 것을 관계자에게 전달한다’, ‘모든 것을 일단 가져가서 검토한다’

조금 더 긴 문장이라면 ‘전장을 떠난 게 아니다. 전장이 그를 따라잡지 못했을 뿐이다’, ‘그 한 걸음에, 시대가 과거가 되었다’, ‘승부는 끝나 있었다. 우리가 시작됐다고 생각했을 때에는’이라고 쓸 수도 있다. 거대한 설정을 설명하는 대신, 주변과의 시간이나 시점 차이를 보여 주는 표현이다.

‘이름을 버리고, 경계를 넘는다’, ‘기억을 바다에 가라앉힌다’처럼 무언가를 잃는 동작을 넣으면 또 다른 무게가 생긴다. 어느 것이든 그 자체로 반드시 명대사가 되지는 않는다. 그곳까지 이어진 이야기가 있어야 비로소 울리는 말도 있다.

이해할 수 있는 말 너머에, 조금 알 수 없는 풍경을 둔다

내게 ‘모든 것을 두고 간다’가 멋있게 들리는 이유는 ‘두고 간다’는 평범한 움직임으로 과거와 승패, 이야기까지 다뤄 버리기 때문인 것 같다. 독자의 상상이 따라갈 수 있는 입구와, 다 따라갈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이 조합은 강해 보이는 이름에도, 조용한 이상 현상에도 쓸 수 있다. 그리고 동사 하나를 바꾸면 회의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두고 간다’고 하면 마지막 장이 시작될 것 같다.
‘모든 것을 공유한다’고 하면 화면 공유가 시작될 것 같다.

둘 다 짧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한자의 개수만이 아니다. 무엇을 다루고,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독자의 상상에 남기는가. 그것을 하나씩 바꿔 나가면 내가 좋아하는 멋도, 웃음이 나는 어긋남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 Reber, Schwarz, Winkielman(2004). 정보 처리의 용이함과 미적 평가에 관한 이론적 정리. 특정 일본어 표현의 우열을 검증한 연구는 아니다. 논문
  • Keltner, Haidt(2003). 거대함 및 기존의 이해 틀과의 관계에서 경외라는 감정을 살펴본 논문. 논문
  • Trope, Liberman(2010). 심리적 거리와 추상적·구체적 해석의 관계를 정리한 논문. 논문
  • Ćwiek 외(온라인 공개 2021년, 게재 호 2022년). 25개 언어를 대상으로 한 부바/키키 효과 실험. 논문
  • CAPCOM. Monster Hunter World: Iceborne 이벤트 퀘스트 정보에서 ‘悉くを殲ぼすネルギガンテ’ 표기 확인. 공식 정보
  • 패미통, 「ファミ通式モンハン漢字検定【正解・解説】」(패미통식 몬헌 한자 검정: 정답·해설). 읽는 법 등을 캡콤에 확인해 작성했다고 명시한 기사. 읽는 법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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