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정말 멘탈이 강했을까? 기원전부터 다들 무너졌다

"예전 직장은 폭언에 야근에 부조리가 일상이었잖아. 지금 기준이면 다 괴롭힘인데, 옛날 사람들은 왜 멘탈이 안 무너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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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정말 멘탈이 강했을까? 기원전부터 다들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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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직장은 폭언에 야근에 부조리가 일상이었잖아. 지금 기준이면 다 괴롭힘인데, 옛날 사람들은 왜 멘탈이 안 무너졌지?"

꽤 그럴듯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전제부터 이상합니다. 옛날 사람들도 평범하게 무너졌어요.

쇼와 시대(일본의 20세기 중반)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고대 의학 문헌에도 오래가는 공포, 낙담, 불면, 식욕 저하, 심한 불안, 행동 변화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이미 적혀 있습니다.[1][2]

그러니 물어야 할 건 "옛날 사람들은 왜 안 무너졌을까"가 아닙니다.

옛날부터 무너진 사람들은 시대마다 뭐라고 불렸고, 어디로 사라졌고, 어떻게 기록됐을까. 이쪽이 맞는 질문입니다.

1. 먼저 "옛날엔 안 무너졌다"부터 의심해 보기

요즘은 일 때문에 몸과 마음이 상했을 때 이런 말과 제도를 쓸 수 있습니다.

  • 우울증
  • 불안장애
  • 적응장애
  • PTSD
  • 번아웃
  • 직장 내 괴롭힘
  • 산재
  • 휴직
  • 복직 지원

옛날에는 같은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없다고 그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과로사"라는 말이 자리 잡기 전에도 과로로 쓰러지는 사람은 있었습니다.

진단명은 병을 불러내는 주문이 아닙니다. 상태를 보고, 나누고, 말하고, 도움과 보상으로 이어 주는 도구입니다.

2. 기원전부터 기록이 있다

그리스·로마 의학사를 다룬 연구에 따르면, 당시 의사와 철학자들은 병적인 불안을 평범한 두려움과 따로 다뤘습니다. 히포크라테스 문헌에는 특정한 자극 때문에 오랫동안 심한 공포를 거듭 겪은 사람의 사례가 실려 있습니다.[1]

히포크라테스 계열의 다른 문헌에서는 오래 이어지는 공포와 낙담을 melancholia와 연결했고, 불면, 식욕 저하, 초조함, 안절부절못함도 적었습니다.[2]

다만 2천5백 년 뒤의 우리가 고대인에게 "DSM-5의 ○○장애였다"고 진단을 붙이면 안 됩니다. 의학 용어의 뜻은 시대마다 달라지고, melancholia도 요즘의 우울증과 똑같지 않습니다.[1][2]

그래도 이 정도는 꽤 안전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오래가는 공포, 절망, 불면, 식욕 변화, 행동의 큰 변화는 현대 사회가 만들어 낸 게 아닙니다. 기원전에도 이미 기록이 있습니다.

3. 쇼와 시대 사람들도 무너졌다

일본은 어땠을까요?

일본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1955년 자살 사망자는 22,718명,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은 25.4였습니다.[3]

이 숫자를 "직장 때문에 죽은 사람 수"로 읽으면 안 됩니다. 자살에는 정신질환, 경제 사정, 신체 질환, 가족, 인간관계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으니까요.

그래도 "옛날 일본 사람들은 멘탈이 강해서 심한 마음의 고통으로 죽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와는 맞지 않습니다.

과로사도 있습니다.

후생노동성의 과로사 방지 대책 백서는 과로사가 1980년대 후반부터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1988년에 전국 동시 "과로사 110번" 상담이 시작됐다고 정리합니다.[4][5]

"쇼와 시대 회사원은 부조리하게 단련돼서 멀쩡했다"고 말하는 바로 옆에서, 쇼와 63년(1988년)에 전국 과로사 상담 전화가 열렸습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죠.

4. 옛날에는 아픈 사람이 적어 보이는 다섯 가지 이유

그럼 왜 "옛날엔 다들 참았다"는 인상이 생길까요?

4-1. 진단명과 제도가 달랐다

정신장애 산재를 보면 제도가 바뀐 영향이 뚜렷합니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1983년도부터 1997년도까지 15년 동안 정신장애 산재 청구는 134건, 인정은 11건이었습니다. 1999년 9월에 정신장애 등의 판단 지침이 마련된 뒤로는 청구도 인정도 늘었습니다.[6]

1999년부터 갑자기 일본 사람들이 약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신청할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 진단받는 사람, 일과의 관련성을 인정받는 사람, 제도에 닿는 사람이 늘면 행정 통계는 달라집니다.

4-2. 회사를 떠난 사람은 추억담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다 버텼어"라는 말에는 생존자 편향이 끼기 쉽습니다.

버틴 사람은 회사에 남습니다. 무너진 사람은 이런 식으로 옛날이야기를 하는 무리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 장기 결근
  • 퇴사
  • 부서 이동
  • 실직
  • 입원
  • 집에 틀어박힘
  • 술 등에 대한 의존
  • 몸의 증상
  • 자살

남은 사람만 보고 "다 괜찮았다"고 하면, 빠져나간 사람은 세지 않은 겁니다.

4-3. 마음이 아니라 몸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의 부담이 정신질환으로만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WHO와 ILO는 주 55시간 이상 일하면 주 35~40시간 일할 때보다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고 보고했습니다. 2016년에는 장시간 노동 때문에 뇌졸중이나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숨진 사람을 전 세계에서 약 74만 5천 명으로 추산했습니다.[7]

"정신과 문제로 휴직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건강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4-4. 괴로움을 그 사람의 성격 탓으로 돌린다

  • "근성이 없어서"
  • "술이 약해서"
  • "예민해서"
  • "집안 문제겠지"
  • "요즘 걔 좀 이상해"
  • "이 일이랑 안 맞았어"

이렇게 정리되면 조직의 문제는 통계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이름이 없다는 건 분명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다만 방향이 반대입니다. 이름이 없어서 병들지 않은 게 아니라, 병들어도 다른 이름으로 처리되기 쉬웠다는 뜻입니다.

4-5. "버텼다"와 "멀쩡했다"는 다르다

계속 출근했다. 그만두지 않았다. 불평하지 않았다.

이 중 어느 것도 "건강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WHO는 지금 과도한 업무량, 낮은 업무 재량, 고용 불안, 권위적인 감독, 폭력과 괴롭힘, 주변의 지원 부족 등을 직장 정신건강의 위험 요인으로 꼽습니다.[8][9]

사람은 증상을 안은 채로도 계속 일할 수 있습니다. 쓰러질 때까지.

5. "이름을 붙여서 병이 늘었다"는 원인과 결과가 거꾸로다

괴롭힘, PTSD, 우울증, 적응장애. 이런 말이 퍼지면 해당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류가 늘어나는 것과 힘든 사람이 실제로 늘어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병명이 정해지기 전에도 비슷한 증상은 기록돼 있었습니다.[1][2]

말이 생기면 이런 일이 가능해집니다.

  • 내 상태를 설명할 수 있다
  •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
  • 의료로 이어진다
  • 회사에 배려를 요청할 수 있다
  • 산재를 신청할 수 있다
  • 통계에 남는다
  • 재발 방지책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라벨은 "약함 제조기"라기보다, 예전에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사고 기록을 주워 담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6. "옛날엔 월급이 올라서 버텼다"는 일부 맞지만, 무적은 아니다

고도성장기에는 "지금은 힘들어도 월급이 오른다", "회사에 남으면 살림이 나아진다"는 기대가 일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꿨을 수 있습니다.

보수, 재량, 주변의 지원, 고용 안정, 앞날에 대한 전망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지금 WHO의 정리에서도 낮은 재량, 고용 불안, 부족한 보수와 경력 투자는 위험 요인에 들어갑니다.[8]

그러니 같은 폭언이라도 그 뒤에 얻는 보상, 도망칠 구멍, 동료, 재량에 따라 부담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러니까 옛날에는 안 무너졌다"로 건너뛸 수는 없습니다. 과로사도, 자살도, 마음의 불안정도 실제로 기록돼 있으니까요.

호황은 방어구 하나쯤은 될 수 있습니다. 무적 버프는 아닙니다.

7. 요즘 산재가 많다고 현대인이 약해진 건 아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5년도 업무상 재해로 인한 정신장애 산재 청구는 4,958건, 지급 결정은 1,082건이었습니다.[10]

숫자만 보면 "옛날보다 늘었네" 하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행정 통계에는 이런 것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 진단받을 기회
  • 제도를 아는 정도
  • 신청하기 쉬운 정도
  • 인정 기준
  • 기록 방식
  • 고용 구조
  • 일하는 방식
  • 인구 구성
  • 괴롭힘이라는 개념의 확산

그래서 산재 청구가 늘었다고 사람의 내구력이 떨어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옛날 청구가 적었다고 옛날에는 아무도 안 무너졌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서로 다른 잣대로 잰 숫자를 그대로 "근성 지수"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8. 진짜 달라진 건 "안 무너지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진 뒤의 대응"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진 건 인간의 기본 설계보다 사회의 처리 방식입니다.

옛날 같으면 이런 말로 끝났을 사람이 있습니다.

  • "근성이 부족하다"
  • "특이한 사람"
  • "술로 도망쳤다"
  • "회사를 그만뒀다"
  • "몸이 망가졌다"
  • "집에 틀어박혔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다른 길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 "장시간 노동"
  • "직장 내 괴롭힘"
  • "정신장애"
  • "산재"
  • "치료"
  • "휴직"
  • "합리적 배려"
  • "복직 지원"

현대인이 물러졌다는 한 방향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친 것을 다친 것으로 다루는 사회적 장치가 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9. 그래서 토론은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출발점은 "그렇게 부조리했는데 왜 다들 멀쩡했지?"가 아닙니다.

멀쩡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평범하게 무너졌다. 여기서 시작합니다.

그다음에는 이런 걸 따져 봅니다.

  • 어떤 사람이 더 잘 무너졌나
  • 무엇이 보호막이 됐나
  • 어떤 증상이 어떻게 처리됐나
  • 퇴사나 몸의 병 속에 숨은 사례는 얼마나 됐나
  • 진단과 제도가 퍼지면서 무엇이 눈에 보이게 됐나
  • 지금 직장에서 무엇을 줄이면 피해를 막을 수 있나

이러면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쇼와 사람들은 강철 멘탈설"로 시작하면 첫걸음부터 데이터에서 미끄러집니다.

10. 결론: 인류는 기원전부터 평범하게 힘들었다

한마디로, 사람은 옛날부터 무너집니다.

  • 기원전 의학 문헌에도 오래가는 공포와 낙담의 기록이 있다.[1][2]
  • 1955년 일본에서도 자살 사망률은 낮지 않았다.[3]
  • 1988년에 "과로사 110번"이 시작됐다.[4][5]
  • 1999년에 정신장애 산재 판단 지침이 마련됐고, 그 뒤 행정이 파악하는 범위도 넓어졌다.[6]
  • 지금도 장시간 노동, 낮은 재량, 괴롭힘, 고용 불안은 건강 위험으로 다뤄진다.[8][7][9]

그러니 "옛날 사람은 왜 안 무너졌지?"에 대한 가장 짧은 답은 이겁니다.

안 무너지긴요. 옛날부터 무너졌어요.

달라진 건 사람이 갑자기 약해졌다는 게 아니라, 무너짐에 붙이는 이름, 기록하는 방법, 상담 경로, 도망칠 구멍, 보상 제도, 예방 장치입니다.


  1. Crocq MA. “A history of anxiety: from Hippocrates to DSM.” Dialogues in Clinical Neuroscience. PMC pmc.ncbi.nlm.nih.gov
  2. Teive HAG, et al. “Neuropsychiatric symptoms in brain diseases — historical foundations.” PMC pmc.ncbi.nlm.nih.gov
  3.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Japan. Vital statistics table covering 1955 onward; 1955 suicide deaths 22,718 and rate 25.4 per 100,000 mhlw.go.jp
  4.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Japan. 2016 White Paper on Measures to Prevent Karoshi, summary; notes social attention from the late 1980s and the 1988 Karoshi Hotline mhlw.go.jp
  5.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Japan. White-paper column on the history of the nationwide Karoshi Hotline and bereaved-family movement; first nationwide consultation in June 1988 mhlw.go.jp
  6.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Japan. Historical workers’ compensation data for mental disorders; notes issuance of the mental-disorder judgment guideline in September 1999 mhlw.go.jp
  7. World Health Organization /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Long working hours increasing deaths from heart disease and stroke.” May 17, 2021 who.int
  8. World Health Organization. “Mental health at work.” Updated September 15, 2026 who.int
  9. World Health Organization. “Guidelines on mental health at work.” September 28, 2022 who.int
  10.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Japan. FY2025 workers’ compensation status for karoshi-related cases; 4,958 mental-disorder claims and 1,082 benefit decisions. Published July 15, 2026 mhlw.g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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