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혼자인 것 같았어요.” 퇴사 면담에서 이 말을 들은 회사가 친목 모임을 늘리기로 했다. 그런데 장소를 찾고 참석 여부를 확인하고 당일 행사를 진행하는 일까지 이미 바쁜 현장 팀장이 맡는다. 누군가 회사를 떠난 이유를 알아보려다가 남은 사람의 일만 더 늘어난 셈이다.
이럴 때 먼저 확인할 것은 혼자라고 느꼈던 구체적인 상황과 그때 필요했던 도움이다. 점심시간에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했을까. 아니면 업무상 질문에 답해 줄 사람이 없었을까. 같은 말이어도 손봐야 할 곳은 달라진다.
직원들의 퇴사를 줄일 대책을 맡은 담당자, 새 제도를 실행해야 하는 현장 리더를 위해 면담에서 묻는 방법, 업무가 막힌 과정을 살펴보는 방법, 대책을 추가하기 전에 확인할 사항을 정리했다.
“혼자인 것 같았다”는 말을 구체적인 하루로 되짚어 보기
곧바로 “교류가 부족했다”고 정리하기보다, 본인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한 가지 경험을 물어보자.
“최근 회사에서 혼자라고 느꼈던 때가 있었나요? 그때 누가 어떤 도움을 줬다면 조금 달랐을까요?”
예를 들어 다음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어려움이다.
- 쉬는 시간마다 혼자였고 잡담에 끼기 어려웠다.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 처음 맡은 업무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라 혼자 계속 자료를 찾았다. 업무 분야별 문의 담당자와 그 사람이 없을 때 대신 답할 사람을 정할 필요가 있다.
- 제안을 했지만 답이 없어 결정이 멈췄다. 누가 언제까지 답할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지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일을 맡을 기회가 없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업무량을 더 늘려 달라는 뜻일까. 같은 일만 반복해서 성장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걸까. 스스로 판단할 권한이 없다는 뜻일까. 하고 싶은 일과 함께 현재 업무에서 줄이고 싶은 일도 물으면, 성장에 대한 요구가 단순한 추가 업무로 바뀌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면담이 원인을 캐묻는 조사가 되면 말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은 건너뛸 수 있게 하고, 기록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 먼저 설명하자. 내용을 공유해야 할 수 있는 경우와 완전한 비밀을 약속할 수 없는 범위도 알려야 한다. 당사자의 말을 회사가 짐작한 “진짜 속마음”으로 바꿔 적지 말고, 실제 발언과 회사 측의 가설을 구분해서 기록한다.
업무 한 건을 따라가면 “도움을 구할 수 없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보인다
서로 사이가 좋아도 일은 막힐 수 있다. 상사와 편하게 잡담하지만 납기나 예외 처리에 대한 판단을 요청하면 답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질문하기 편한지와 질문한 뒤 일이 실제로 진행되는지는 따로 살펴봐야 한다.
금요일까지 납품해야 하는 업무를 생각해 보자. 화요일에 승인을 요청하고 수요일에 다시 확인했는데, 목요일 늦은 오후에 조건이 바뀌어 일을 다시 해야 했다. 담당자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돌아본다면, 승인 대기와 재작업이 문제의 일부일 수 있다.
이런 업무를 하나 골라 다음 과정을 짧게 적어 본다.
- 무엇을 결정해야 했고, 언제 도움을 요청했는가.
- 결정 권한은 누구에게 있었고, 답은 언제 왔는가.
- 기다리는 동안 어떤 일이 멈췄고, 무엇을 다시 해야 했는가.
- 같은 상황이 생기면 누가 대신 맡아 판단할 수 있는가.
직속 상사도 더 윗선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일 수 있다. 현장 리더에게 “빨리 답해 달라”고만 하면 권한 없는 사람에게 책임만 쌓인다. 예산, 납기, 담당자 변경 중 어디까지 현장에서 결정할 수 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답변 기한뿐 아니라 기한이 지났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도 정해야 담당자가 혼자 재촉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쉬워진다.
영국 안전보건청 HSE도 업무 설계를 살펴볼 때 업무 요구와 업무량, 자율성, 지원, 관계, 역할, 조직 변화의 관리와 소통을 확인하도록 제시한다. 퇴사 원인을 판정하는 검사는 아니지만, 모든 문제를 “인간관계” 하나로 묶지 않고 업무 조건을 폭넓게 살펴보는 데 참고할 수 있다. HSE의 Management Standards
한 사람의 퇴사 이유를 회사 전체의 답으로 삼지 않기
한 사람이 이야기한 퇴사 이유에는 그 사람에게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렇다고 그 말만으로 모든 직원에게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급여, 근무시간, 앞으로의 전망 등 여러 사정이 겹쳤을 수도 있다.
면담에서 “답을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고 들었다면, 남아 있는 직원에게도 최근 어려움을 겪은 업무와 도움을 요청한 뒤의 과정을 물어보자. 필요하다면 승인에 걸린 시간이나 재작업 기록도 함께 확인한다. 누가 불만을 말했는지 찾아내는 조사가 되면 다음에는 의견을 듣기 어려워진다. 공유할 개선안에는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발언이나 개별 업무의 상세 내용을 불필요하게 넣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금요일 늦은 오후에 갑작스러운 변경이 세 건 있었다”는 사실과 “물어봐도 소용없다고 느꼈다”는 경험을 함께 놓고 본다. 어느 한쪽만 보고 결론을 내리지 말고, 변경 사항을 더 일찍 전달할 수 있는지, 받아들이는 업무량을 조절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기록은 당사자의 감정을 부정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바꿀 수 있는 지점을 찾는 데 써야 한다.
대책을 하나 더한다면 실행할 사람의 시간도 확보하기
친목 모임은 처음 만나는 동료와 대화를 시작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직원들이 실제로 그런 기회를 원한다면 선택지에 넣어도 좋다. 다만 기획을 승인하기 전에 준비에 필요한 일을 먼저 세어 보자.
장소 예약으로 끝나지 않는다. 의견 수렴, 참석 안내, 참석 여부 취합, 당일 진행, 비용 정산, 불참자에게 필요한 내용 전달 등 자잘한 일이 생긴다. 부탁하기 편한 사람에게 계속 몰아주면 개선을 뒷받침하는 사람일수록 더 바빠진다.
제안할 때는 다음 네 가지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 해결하려는 어려움. 예를 들어 다른 부서의 누구에게 문의해야 할지 모르는 문제다.
- 준비와 운영 담당자, 예상 소요 시간, 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줄일 기존 업무.
- 실제로 불참을 선택할 수 있는지. 비용, 이동, 근무시간 외에 써야 하는 시간도 함께 살핀다.
- 시도한 뒤 무엇을 확인해 계속할지, 바꿀지 결정할 것인지.
“자율 참석”이라고 써도 불참 이유를 여러 번 묻거나 참석 여부를 열의의 기준으로 삼으면 거절하기 어렵다. 친목 모임에 가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얻고 업무상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실행을 맡은 사람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준비는 할 수 있습니다. 그 시간만큼 기존 업무 중 무엇을 줄이면 될까요?” 이를 정하지 않고 시작하면 좋은 뜻으로 만든 행사의 비용이 나중에 담당자의 야근으로 드러날 수 있다.
작은 개선부터 시도하고, 결과를 본 뒤 넓히기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른다면 담당 업무와 부재 시 대체 담당자를 한 장으로 정리한다. 승인이 늦다면 답변까지 걸리는 시간의 기준과 늦어질 때 알리는 방법을 정한다. 회의가 너무 많다면 대화 시간을 새로 만들기 전에 필요가 없어진 정기회의부터 살펴본다.
시범 운영 기간과 대상을 정해 두면 효과가 없는 방법을 관성적으로 계속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팀에서 2주 동안 시도하면서 문의할 사람을 찾아다닌 횟수, 답변까지 걸린 시간,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확인한 경우, 운영 담당자에게 늘어난 시간을 확인한다. 기간과 확인 항목은 시범 운영의 예시이며, 이 기준을 따른다고 퇴사가 줄어드는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친목 모임을 시도했을 때도 참석 인원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다른 부서에 문의했던 업무 한 건이 진전됐다”는 것과 “즐겁기는 했지만 업무에서 막히는 상황은 그대로였다”는 것을 나눠서 물어보자. 곧바로 퇴사자가 줄었는지만으로 평가하지 말고, 해결하려던 어려움과 대책을 운영하는 데 드는 부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핀다. 동시에 근무 조건 등 다른 문제도 계속 점검해야 한다.
퇴사 이유는 어떤 대책을 바로 시행하라는 주문서라기보다 어려움을 알아가는 출발점이다. 다음 회의에는 행사 아이디어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했는지”, “어떤 판단이 멈춰 있었는지”, “실행 담당자를 위해 어떤 일을 줄일지”를 가져가 보자. 퇴사를 줄이려던 대책의 첫 결과가 남은 직원의 야근이어서는 곤란하다.
